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30호] 마음을 가꾸는 헤어디자이너 손창민

정수희 

사진 에뜨레 제공

가위 속에 철학을 담다

마음을 가꾸는 헤어 디자이너, 손창민

헤어 디자이너는 손이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은 가위로만 모발을 자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디자인은 가위를 들지 않는 손에서 나온다. 모양과 형태를 만드는 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위질을 하다 손을 다칠 수도 있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에는 지체장애인 이발 봉사활동을 하는 헤어 디자이너가 있다. 고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마음가짐마저 변화시키는 헤어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손창민이다.

 

깨끗한 창 안으로 미용실이 보인다. 스무 평 남짓한 공간 속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순간 웃음 띤 얼굴로 맞이하는 사람이 보인다. 손창민 헤어 디자이너다. 구김 없는 밝은 미소에 덩달아 웃음이 났다. 그렇게 손 디자이너를 만났다.“매우 바빠 보여요.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오전에 나와 먼저 직원들과 조회를 해요. 저는 이제 예약한 고객들을 담당하기에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요. 예약 시간엔 헤어 스타일링을 맡고, 직원들 교육도 해요. 주말엔 고객들이 많아 주로 바쁜 시간을 보내죠. 그나마 지금은 숨 돌릴 시간이 있지만 스텝 시절엔 쉴 틈도 없었어요.” 주말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는 헤어 디자이너란 직업, 무엇이 좋아 선택했을까.
소년, 꿈을 가지다.

 
언제부터 헤어 디자이너란 꿈이 생겼어요?

중학교 2학년 때 가족이 다니던 미용실의 원장님이 헤어쇼 티켓을 주셨어요. 호기심에 쇼를 봤는데, 단숨에 매료됐죠.

 
진로 결정이 빨랐어요. 대학에서 미용 전공을 한 건가요?

당시 우리나라엔 미용학교가 거의 없었어요. 대학의 전공자도 알아주는 시기가 아니어서 실무를 배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죠. 1년 정도 미용전문학교를 다녔어요. 그때 실무를 배우고 국가 미용사자격증을 땄죠.

 
눈썰미가 좋았을 거 같아요. 외모 꾸미는 것도 좋아했나요?

당시 두발 자유도 아니고, 남중 남고다 보니 스포츠머리만 했죠. 외모에 신경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다른 학생과 달랐던 건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더 썼다는 것? 엄마 몰래 컬러 스프레이 뿌리고, 젤 바르고. 집에 들어갈 땐 머리를 감고 들어가고 했어요.

 
청소년 때부터 관심이 많았네요.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다는데, 어떻게 마음을 돌렸어요?

처음엔 집 나가라며 제 짐을 싸 놓으셨어요. 예전엔 헤어 디자이너 인식이 좋지 않았거든요. 헤어쇼 티켓을 주셨던 원장님과 엄마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지금은 아버지께서도 인정해 주세요. 아버지 이발도 제가 하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손 디자이너는 군대에서도 미용을 선택했다. 1200명 지원자 중 30명 정도만 이발병으로 선출했는데 그 안엔 손 디자이너의 이름도 있었다. 당시 해군은 홀수 달에만 이발병을 받았다고 한다. “미용 자격 면허가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대요. 그런데 면허가 있어도 부족하더라고요.” 운이 좋았다며 멋쩍게 웃는다. 심지어 휴가 틈틈이 이발소에 가서 미용 기술을 배웠단다. 제대 뒤에도 그의 노력은 계속됐다. 미용을 전문으로 배우고 싶어 일본의 미용대학에서 4년을 보냈다. 귀국해서도 커트 전문 교육 기관에 들어가 또 배웠다.

 
첫 사회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학교만 졸업하면 다 될 줄 알았어요. 막상 사회에 나오니 바닥만 쓸었죠. 종일 문 앞에서 고객에게 인사만 하기도 했고, 하루에 열두 시간 일한 적도 있어요. 먼저 나와서 준비하고, 영업시간이 끝나면 마무리 청소까지 하고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미용실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했고요. 몇 달 동안은 샴푸만 했어요. 샴푸, 파마, 드라이, 커트 등 다 할 수 있어야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거든요.

 
힘들었겠어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견뎠어요?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꾹 참고 견뎠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힘든 일을 싫어해요. 힘든 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미용 분야가 인턴 생활이 좀 길어요. 처음엔 힘든 과정에 비해 연봉도 많지 않고. 이걸 참고 지나면 괜찮은데 참아내는 사람이 많질 않아요.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디자인 하다.

인터뷰 도중 고객의 요청으로 잠깐 손창민 디자이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저희 부원장님 잡지에 나오는 거예요?” 그렇다고 끄덕이자 연신 자랑스러운 얼굴이 가득하다. 돌아온 손 디자이너에게 “존경 받는 디자이너신가 봐요.”라고 말하자 쑥스러운 듯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해요.” 손창민 헤어 디자이너의 소통은 비단 직원 사이에서만이 아니었다.

 
미용의 꽃은 커트라고 들었어요. 고객에 따라 커트 스타일이 달라지나요?

헤어스타일도 하나의 디자인이에요. 공장에서 기계 찍어 내듯이 하는 게 아니죠. 얼굴, 형태,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달라요. 그걸 찾는 게 헤어 디자이너잖아요. 기술 배웠
다고 끝이 아니에요. 배우고 또 배워야 해요. 그만큼 관심이 없으면 못하죠.

그럼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다른 생각이 나오니까. 디자인은 건축과 같아요. 기초가 있으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모양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라지거든요. 소통도 중요해요. 상대방이 말할 때 귀담아 듣다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하게 돼요.

 

손창민 디자이너의 손놀림에 사람들이 달라진다. 헤어스타일뿐만이 아니다. 자리하는 곳마다 밝은 분위기로 변한다. 고객의 얼굴에 긴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눈을 감고 손 디자이너에게 모든걸 맡기는 고객도 있다. 편안해 보이는 고객이 대다수다. 손 디자이너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듯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 머리를 만질 때 편안한 디자이너에게 받는 것이 좋잖아요. 당연히 실력도 중요하죠. 하지만 믿음이 있어야 더욱 좋은 스타일링이 나와요.”미용실을 둘러보자 다른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즐겁게 헤어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직원들에겐 항상 말해요. 미용실에 온 사람들이 힐링받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그러기 위해선 제 자신부터 즐거워야겠죠.” 처음엔 손 디자이너도 스타일만 변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은사님에게 BMSD(Body Mind Spirit Design)를 배운 뒤엔 달라졌다고. BMSD, 무슨 뜻일까? 헤어스타일의 변화만이 아닌 고객의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디자인한다는 뜻으로 나열한 단어란다.

 
Body Mind Spirit Design, 참 멋진 말이에요.

의기소침한 고객이 있었어요. 변화를 주고자 많은 의견을 나눴어요. 스타일링을 마치자 표정부터 달라지더군요. 다음 방문 땐 다른 사람인 줄 몰랐어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 그때 알았죠. 고객의 헤어스타일 변화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가꿔야 한다는 걸.요즘 청소년들도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요. 이 말이 지겨울 지도 몰라요. 학생은 학생다울 때가 정말 예뻐요.(웃음) 학생들의 모발은 아직 완성되질 않았어요. 사춘기가 지나기 전에는 모발 호르몬 자체가 다르거든요. TV에서 유행하는 머리를 보고 “이 머리 해 주세요.”라는 친구들이 많아요. 다른 얼굴에 똑같은 가발만 씌우는 느낌이랄까? 이건 청소년에게만 국한돼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런 청소년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

외모도 신경 써야겠지만 그보단 꿈이 있다면 그 쪽에 더 신
경 썼으면 좋겠어요. 꿈을 디자인해야죠. 외모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에 맞는 스타일이 점차 변해요. 그러다보면 내 얼굴과
몸에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되죠.

대학가면 예뻐진다는 소리와 다를 게 없잖아요.(웃음) 마지막으로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조언 좀 해 주세요.

저는 운이 좋았어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근데 그것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해요. 노력을 하려면 관심이 있어야 하죠. 그러니 여러 경험을 해 보세요. 요즘엔 아카데미나 전문학교 등이 많아요.미용고등학교도 생겼어요. 일찍 진로를 결정한 친구라면 더할 바가 없겠죠. 인턴 생활이 길어 처음엔 힘들 수도 있지만, 이왕 꿈꾼 거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손창민 헤어 디자이너는 말한다. 베스트 헤어 디자이너의 덕목은 고객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고객의 입장을 조율해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가위에 깃든 그만의 철학이 영원하길 바란다.

 

소곤소곤 인터뷰

헤어디자이너, 얼마나 벌까?

스텝(100~150) 수습기간이라 보면 된다. 개인의 자질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년~5년 정도 소요된다.
디자이너(천차만별) 실력, 고객 응대, 매출 등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평균 월 2~300이라 하면, 유명한 헤어 디자이너는 월 1,000이상의 월급을 받기도한다.
실장-매니저-부원장-원장 등 매장마다 다르지만 승진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프랜차이즈나 직영점의 운영체제로 체계화 된 미용실이라면 직급에 따라 직영점을내기도 한다.

 

헤어 디자이너의 전망이 궁금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www.hrdkorea.or.kr)에 따르면 2006년 81,585개, 2009년 89,017개, 2011년에는 99,136개로 매년 미용실의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미용실에서 이발만 하는 시대는 갔다. 모발 관리는 물론 패션과뷰티를 앞세워 스타일을 선도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전문으로 미용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미용업계가 과학화, 기업화되면서 지위 및 대우가 향상되고 작업 조건도 양호해질 전망이다. 앞으로도 헤어 미용에 대한 관심과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헤어 디자이너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용, 어디서 배우는 게 좋을까?

아카데미 학원 명칭. 각 아카데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교육부 후원이 있는지 확인하자. 국비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

전문학교 직업 전문학교 개념으로 직업 훈련을 하기 위해 만든 과정. 학교 커리큘럼에 따라 다르지만 1~2년 과정이 대다수. 수료증으로 아쉽다면 편입하거나, 학점은행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문대학 2년제 전문학사 학위로 주로 실무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입학한다.미용학개론 등 6학점 과목 이수를 하면 실기교사 자격증이 나오는곳도 있다.

대학교 졸업하면 4년제 학사 학위증이 나온다. 대부분 교육 강사, 학교 강사 등 교육 분야로 가는 사람들이 입학한다. 교직이수를 하면 미용고 등 사립학교에 교사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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