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글 박현주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북 테라피
Long time no see! 이게 얼마만이야 MODU 친구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어느덧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쌀쌀한 날씨 때문에 혹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지금 미국 시카고의 호텔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이 글을 쓰고 있어. 회사 특성상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거든. 다들 시카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시카고는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곤 해. 우리에게 친숙한 <트랜스포머>도 여기서 찍었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격투신들 다들 기억나지?
익숙한 도시를 떠나 낯선 장소로 향할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사색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 같아. 특히 비행기라는 공간은 사색에 잠기기 아주 좋거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분명 영향을 주겠지만 글쎄 뭐랄까, 엄밀히 말하면 허공에 떠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솔직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몇 년 동안 출장을 오고 가면서 비행기에서 메모해둔 내용이 이제 제법 많을 정도라니까. 이번 출장 역시 시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단상을 끄적거리기 시작했어. ‘나’에 대해서.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감을 번쩍 실감케 하는 가을이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 올 초에 굳게 결심했는데 지키지 못했던 것들, (다들 기억나? 연초에 한 해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벌써 10월이라니…) ‘꾸준히 운동하기’처럼 매년 결심만 하고 매년 좌절하는 목표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사람과 닮아가기 위해 세웠던 목표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괜히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해. 주위를 보면 뭐든 잘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잖아.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지. 부족한 면도 많고 노력할 것도 많은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드는 그런 존재.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말이지, 남들이 봤을 때 우와- 할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어.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학 법학과 종신 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는 본인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어.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고.
“그것은 성장이 요구하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내 생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점차 커졌던 자유였다. 즉 생각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놀 자유. 완벽하려고 애쓰는 이가 자유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기만 할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단련은 매우 보람차다. 하지만 완벽해서가 아니다. 나는 완벽할 수 없다. (중략) 완벽하고자 하면 아프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리고 완벽해지지도 않는다”
성장이 요구하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 지금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를 단련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자신의 불완전함 때문에 속상해하기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그럼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한 가지 내가 친구들에게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 건, 지금의 불완전한 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더욱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훨씬 멋지고 업그레이드된 ‘불완전한 나’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거야! 지금 주위의 완벽한 사람들처럼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는, 그러나 알고 보면 불완전한 네가 미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너무 자기를 몰아붙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다 지쳐버릴 수도 있다니까. 롤모델처럼 되지 못해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해주는 어른도 있더라고.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의 저자 오스틴 클레온은 이렇게 말했어.
“내가 늘 꿈꿔온 롤모델처럼 되는 것, 그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존재감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휴, 정말 다행이지? 우리의 존재감과 독창성, 살아가면서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갖게 된다는 거지, 롤모델처럼 되는 것에 실패함을 통해서.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오스틴 클레온은 이 말에 앞서 이런 이야기도 남겼어.
“정말 좋아하는 사상가 한 명 -작가든, 화가든, 행동가든, 당신의 롤모델이 되는 누구든- 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 사상가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찾아내 공부해본다. 그러고 나선 그 사상가가 추앙했던 사람 세 명을 찾아내,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한다.”
대신 실패해도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거지. 너만의 독창성과 존재감이 생긴 거니까.
이번 칼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이자 MODU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려고 해.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미국 가족치료 분야의 권위자 버지니아 새티어의 <나를 사랑하기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야.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해주길. 너는 너이고 너는 괜찮으니까.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석지영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법학과 종신 교수인 석지영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 담담히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들에게 스스로에게 던질만한 질문과 조언을 제시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더욱 잘해내고 싶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책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오스틴 클레온
제목만 봤을 때는 마치 창의력의 부족으로 고뇌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좀 더 즐거운 라이프를 만들기 위한 소소한 조언들’이 잔뜩 담겨 있는 훌륭한 책
<나를 사랑하기 선언>,
버지니아 새티어
“나는 나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데도 없다
나는 나의 모든 것-몸, 느낌, 입, 목소리-의 주인이다
나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든 행동도 나의 것이다
나는 나의 환상, 꿈, 희망,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나의 모든 승리, 성공, 실패, 실수까지 모두 나의 것이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의 주인으로 나 자신을 알고 친해질 수 있다
나 자신을 알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나의 모든 부분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당황하기도 하고, 때론 모를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사랑하고 친하기만 하면 나 자신을 격려할 수 있다
나에게는 문제에 대한 해답과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내가 어떤 순간에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비록
부분적으로 알맞지 않을 것이 있더라도 전부 나의 것이다
나는 잘 안 맞는 부분만 던져버리고 나머지는 지킬 것이다
그리고 던져 버린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 있고
생산적이 될 수 있다
나는 내 밖에 있는 것들, 사람들, 세상에 존재하는 질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 Summer Park (박현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Book Therapist.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가슴에 전류처럼 흐를 한 마디를 찾기 위함이다.” – Summer 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