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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남녀상열지사-너…잠수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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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상열지사: 탐의 연애가이드

권탐

 

 

너… 잠수함이니?

잠수타는 여친, 남친 편

 

안녕하세요. 저는 꽃 같은 연애 중인 18살 김은이(가명)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우리는 각자 남학교, 여학교에 다녀서 얼굴을 매일 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만나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어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만 만나는데요. 온종일 붙어있어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항상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죠. 그런 우리 사이에 문제가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남친의 잠수 실력… 그렇게 애틋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잠수를 타는 남친! 어르고 달래고 울어 봐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금 잠수부로 돌아가는 남자친구입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것 때문에 안 싸워도 될 일로 싸울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싸우면 또 어찌나 연락이 없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잠수를 타니…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아요. 한두 번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 문제로 싸울 수만도 없는 노릇이고. 고치지 못할 거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지요. 그렇지만 이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더 고민하게 된다면 이해가 되세요? 정말 나를 좋아하면, 내가 보고 싶다면 이렇게 연락을 안 할 수 있는 것인지! 천사도 아니고 화장실도 갈 텐데… 밥도 먹고 등교도 하고 하교도 하는데 왜?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쿠오오오 기약 없는 잠수에 들어간 남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방금 먹은 핫도그가 목에 걸린 것 같은 이 느낌. 어디서 나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까? 잠수타는 남친에게서? 아니면 그런 남친을 두고 있는 사연녀에게서?

 

일단, 잠수.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잠수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까.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야 그렇지? “아~ 내 여친 이번에 잠수탔잖아”라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은 생각하기에도 조금 부자연스러워. 잠수탔다며 애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인상을 쓰고 있거나 황당+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곤 해. 그치? 그만큼 잠수는 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이지. 내가 전혀 존중받지 못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행동에 대해서 더욱 화가 나는 거고!

나 너무 힘들어. 혼자 있고 싶어. 나 공부하느라 지쳤어. 나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말도 못 하게 스트레스받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미칠 것 같아 등등의 여러 이유로 나를 좀 잠시만 내버려뒀으면… 하는 감정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일정이 너무나 빡빡해서 연락하기가 너무나 어려울 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 그건 개인의 감정이기 때문에 사연녀를 사랑하는 감정과는 구분해줄 필요가 있어. 남자친구가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러면 사연녀의 감정은 잘못되었으니 맘을 고쳐먹어라?

남자친구든, 여자친구든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그렇지만 아무리 존중한다고 해도, 사연 속 주인공처럼 주중이면 왜 연락이 없지, 왜 연락을 받질 않지? 하고 상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분명 이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 어서 훌훌 버리고 떠나버려! 라고 말하진 않겠어.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사연녀가 불안하다고, 연락이 안 되는 게 싫다고 알렸는데도 계속해서 그런다면? 만신창이의 마음이 되어서 왜 그때 관계를 끝내지 않았지 하며 스스로를 원망할지도 몰라.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의 전화. 시시각각 이슈에 대해 전달해야 할 의무가 커플 사이에는 존재한다? 아니, 다른 커플이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이런 약속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야. 하루에 한 통의 전화를 하든, 한 통도 전화를 하지 않든 서로가 좋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정신의학과 김현철 전문의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여자에게는 *‘유기불안’이 있다고. 이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그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사연 속 남자친구는 잠수라는 하나의 무례한 행동을 통해서 여자친구에게 유기불안 비슷한 감정을 만들고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서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토요일의 애틋한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해. 때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시계를 바라보는 그 순간도 아까울 때가 있잖아… 그런데 나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함께 하지 않을 때는 나를 항상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건 결코 좋은 사람도, 좋은 사랑도 아니야. 그러니 지금 이걸 읽고 뜨끔한 친구들은 얼른 소중한 사람에게 다정한 카톡을 하나 날리라고!

 

*유기불안

정신분석학 대상관계이론에서 사용되는 말. 유아기 때 사랑하는 이(대체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두려움을 말함!

 

MODU 한마디

솔로몬_ 난 수영 못해. 그래서 잠수도 못 타. 그런데 왜?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노보노_잠수함의 특징은? 끝없이 가라앉는다는 것!

서른이 90일 남아 멜랑꼴리한 오빠_(잠수 중이라 대답이 없는 오빠)

탐_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고치지 않는다면 좋은 결말 단 한 번도 못 봄.

연구원님_잠수라니ㅠㅠ있을때잘 해, 후회하지말고!

 

 

필자소개:  권탐

밤이면 자? 통화가능 해?라고 울리는 전화 때문에 비행기모드를 선호하는 만인의 연인.

 

*팬심 가득한 레터와 사연, 제보는 여기로 contents@modumagazine.com불만은 안받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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