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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아프리카 15,000Km-네 남자, 넉 달 반의 차량 여행 이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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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윤민재 박윤성

아프리카 15,000Km-네 남자, 넉 달 반의 차량 여행 이야기7

 

보츠와나 국제 미아_윤성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 도착했다. 경비행기를 타면 오카방고 델타의 도시 마운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문제가 생겼다. 보츠와나에 도착하면 연락하겠다고 민재와 약속했는데 핸드폰이 안터진다. 탑승까지 이십분, 그 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으면 큰일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통통한 외모에 웨이브 머리,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착한 인상의 여직원에게 다가갔다. “저, 인터넷 좀 쓸 수 있을 까요?” 여직원은 나에게 선뜻 와이파이 비밀 번호를 알려주었다. 마운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검색했다. 야영장이 있는 곳으로 목록을 추리자 다섯 개의 리스트가 완성 되었다. 그 중 한 곳에 민재와 스캇이 있을 것이다. 탑승 십분 전, 제일 유력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기적처럼 스캇과 연결됐다. “헬로? 스캇 스피킹.”

다섯 살, 해수욕장에서 길을 잃고 미아보호소에서 울고 있을 때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던 순간에 느꼈던 벅차오름, 그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근처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스캇은 카운터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내가 이삼일 지나서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어쨌든 극적으로 전화가 연결 되었다. 지구 반바퀴, 외롭고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폴라로이드 민재

윤성 편에 전달된 많은 물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티셔츠를 만들어 락페스티벌에서 같이 팔고 다니기도 했던 형은미 누나가 선물을 보낸 것이다. ‘여행하며 받기만 하지 말고 주기도 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아프리카에 어울리는 선물이었다. 윤성에게 폴라로이드를 건내받자마자 바로 필름을 넣고 올드브릿지 직원들의 사진을 찍었다.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신무기를 장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 특히 애들 사진을 찍어줘야지.

 

나 없는 사이_윤성

수십 마리의 박쥐가 커다란 날갯짓을 하며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거대한 움직임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들은 소름이 끼치도록 조용했다.

“스캇이 너 보고싶어 했어.”

“뻥치지마!”

내가 없는 3주간 많은 친구들이 거쳐 갔다. 노르웨이, 스페인, 멕시코, 인도, 뉴질랜드, 미국 등 국적도 다양한 친구들이 내 자리를 대신해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2주씩 함께 다녔다. 사파리 투어로 돈 좀 벌고 있겠노라고 큰소리 치더니 결국 정에 못 이겨 사람들에게 공짜로 차를 태워주고 말았다고 한다.

스캇이 내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했다. 내가 빨리 돌아와서 같이 여행하면 좋겠다고. 스캇놈의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문제가 많았나보다. 역시 한번 헤어져 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깨닫게 된다. 있을 때 잘하지, 그 녀석도 참.

 

하마와 코끼리 가까이로_민재

아침 일찍 오카방코 델타에 도착했다. 자기 차량으로 오카방코 델타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에 들러 허가증을 받아야 했다. 국립공원에 들어선 지 십분 정도 지났을까? 물 웅덩이 가운데 햇빛을 반사시키는 거대한 회색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따금씩 귀가 움직이는 것이 영락없는 하마였다. 우리는 흥분해서 꽥꽥 소리를 질렀고 스캇은 차를 멈추었다. 윤성의 빨간바지가 거슬렸는지 하마가 ‘푸르르’하는 소리를 냈다

 

 

조금 더 가다 보니 여러 군데서 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코끼리 가족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윤성이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윤성, 너무 가까워 돌아와.”

 

윤성은 뒤를 돌아보고 웃더니 카메라를 들고 코끼리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갔다. 코끼리도 윤성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한 것 같았다. 나와 톰은 이미 차에 올라있었고 윤성은 사진을 다 찍었는지 활짝 웃으며 뒤로 돌았다. 그러자 거대한 코끼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윤성을 바라보았다. 귀가 활짝 펼쳐진 채였다. 스캇이 소리를 질렀다. “유운! 빨리 타!” 윤성이 어리둥절해하며 차에 타자 스캇은 경적을 울리며 힘차게 엑셀을 밟았다. 다행히 우리 차는 코끼리를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스캇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윤성은 아직도 얼마나 위험했는지 모르는 눈치다. “절대. 절대로 동물들에게 등을 보이지마.” 톰이 말했다.

 

무방비 캠핑_윤성

“말도 안돼! 여기서 그냥 자라고?”

한 시간을 찾아 헤매다 배정 받은 캠핑 사이트를 찾았다. 표지판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니 300평 정도 되는 땅이 나타났다. 땅의 일부를 습지가 두르고 있을 뿐 아무런 보호 시설이 없었다. 이러면 야생동물이 접근한다 해도 도망갈 방법이 없다. 잠을 자고 있는데 사자가 달려들면 어쩌지? 야맹증이 심하다는 코끼리가 텐트를 밟고 지나가면 우리는 쥐포가 될 것이다. 남자 넷이 차 속에 들어가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큰일이다.

 

“만약에 자다가 동물이 들이닥치면 칼로 텐트를 찢고 나와서 차 속으로 도망쳐.” 스캇도 부실한 텐트가 걱정되는 눈치다. 대비책이 고작 주머니칼로 찢고 도망치는 거라니. 못마땅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가방 깊숙히 넣어 두었던 주머니칼을 꺼냈다.

 

야생 적응기_윤성

“어우! 큰일날 뻔했네.” 도끼로 정강이를 내려칠 뻔 했다. 톱으로 집게손가락을 자를 뻔도 했다. 나무 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허둥대는 것은 민재도 마찬가지였다. 톰은 민재와 내 모습이 우스워 보였는지 도끼와 톱을 빼앗아 들고 시범을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었지만 불을 피웠다. 스캇이 훌륭한 모닥불을 만들었다. 잔소리 하는 것만 빼면 스캇은 괜찮은 놈이다.

 

“라면 끓일까?”

“오! 그거 내가 끓일게. 라면은 진짜 자신있어.” 민재가 나섰다. 남반구 출신 백인 친구들은 라면이 처음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푼 눈치였다. 녀석들의 첫경험을 망치면 곤란하다. 민재는 라면 4개를 훌륭하게 끓여냈다. 남반구 친구들도 만족한 눈치다.

오카방고델타-캠핑장에서-라면을-먹은-뒤

 

야간 사파리_민재

“우리 야간 사파리 어때?” 첫 사파리인데 낮 동안만 즐기기에는 아쉬웠다.

 

해가 완전히 넘어간 오카방코 델타는 그야말로 야생이었다. 달도 뜨지 않아 세상은 온통 칠흑이었고 여기저기서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정 문제가 생기면 차에서 자면 된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중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사자였다. 정확히는 사자 떼였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싶은 마음에 스캇은 사자들 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문을 열어 지면을 밟아보았다. 다행히 지면은 탄탄했다. 조금씩 지면을 밟아가며 전진하다 보니 사자들의 보금자리에 꽤 접근할 수 있었다. 암사자 너댓마리와 새끼사자들이 모여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사자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쫒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스캇이 차를 돌렸다. 메인도로로 빠져나가는데 멀리서 우리 쪽으로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알고 보니 그들은 공원관리인이었다. 일몰 뒤에는 운전이 금지되어 있었다. 총을 든 관리인들의 모습에 당황해 캠프장의 위치를 물었고 그들은 대략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사자 발견의 흥분이 싹 가셨다.

 

오카방고델타의-밤

야생의 소리가 가득 차 있던 Okavango의 그 밤._민재

오카방코 델타의 밤은 특별하다. 야생의 밤이라고 하면 잘 표현이 될까? 잠 잘 때는 차량의 잠금잠치를 해제하고 근처에 텐트를 설치한다. 텐트의 지퍼는 양쪽 아래에서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려 닫는다. 지퍼를 잠그는 부분이 땅과 가까우면 뱀이나 전갈이 텐트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머니 칼을 꼭 옆에 두고 잔다. 물론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결코 텐트 근처에 두어서는 안된다.

“저 소리 들려? 들리지?” 윤성과 이야기를 나누던 밤, 알 수 없는 소리가 주변에 가득했다. 나무들이 내는 소리, 짐승들이 사냥하는 소리, 이따금씩 하마가 내지르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에서 가장 듣기 좋았던 것은 호로롱 호로롱 풀벌레 소리였다. 이 소리를 만드는 벌레는 몇만 마리나 될까?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순간 잦아들었다가 이내 절정으로 치닫기를 반복하는 풀벌레 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긴장 속의 황홀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행 중 어떤 게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에 항상 답하는 곳, 오카방코의 밤.

 

별빛아래 누워_윤성

카메라를 들고 캠핑장 구석으로 갔다. 가져온 카메라를 삼각대에 매달아 하늘을 향하게 두었다. 30초에 한 번 찍히도록 설정했다. 카메라 옆에 누워 하늘을 봤다. 30초에 한 번씩 들리는 셔터 소리, 딸랑딸랑 하는 개구리 소리, 그리고 약간의 바람 소리만이 정적을 지웠다. 절규에 가깝던 그들의 구애 의식이 끝나자 고요만이 남았다. 나뭇잎을 가르는 약한 바람이 멀리서 은은하게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다.

나무의 검은색 실루엣은 푸른 감이 살짝 서려있는 하늘을 둘러 싸고 있었다. 그 가운데 보이는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미묘하게 색을 달리하며 반짝였다. 시간이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긴 여운이 남았다. 내 모든 것이 대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오카방고델타의-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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