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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채리티: 워터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

김영은

 

기부에 대한 의심은 버려주세요

‘채리티: 워터’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

 

“야 이 년(年)아 너만 쓰냐?”라는 물 절약 포스터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포스터가 등장할 정도로 물을 물 쓰듯이 쓰지만, 세계 인구 가운데 약 10억 명은 깨끗한 물을 마셔보는 것이 소원이다. 짐승의 배설물과 온갖 쓰레기로 오염된 물을 긷기 위해 매일 4시간을 걸어야 하는 여자와 아이들. 스캇 해리슨은 이들을 위해 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인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기부하는 단체인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를 설립했다. 이 기부 단체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기부자가 기부한 금액은 100% 그들의 기부 목적에만 사용되며, 그 증거로서 사진 자료 및 구글 맵의 GPS 자료가 제공된다. 기부자들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된 건 당연한 일. 생일기부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며 스캇 해리슨은 기부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터졌다 재재재잭팟

스캇 해리슨은 197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18세에 ‘선데이 리버’라는 이름의 밴드 생활을 했는데, 이 밴드는 나름 유명세를 타며 뉴욕까지 진출한다. 클럽 공연을 하면서 해리슨은 클럽 매니저가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목격하게 된다. 그는 뉴욕 대학교에 다니면서 클럽 일을 조금씩 배우다가 대학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클럽 일에 뛰어든다.

해리슨이 24세 되던 해, 새로 개장한 클럽에서 프로모터로 일하게 됐다. 손님이 가장 적은 월요일 저녁 담당이었지만 그는 넘치는 끼를 발휘해 1년도 지나지 않아 1주일에 수천 달러를 버는 클럽 매니저가 되는 데 성공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 당시에 나는 모든 걸 가졌었다”고 할 정도로 남부러울 것 없던 인생이었다. 비싼 자동차를 몰고, 핫! 한 파티를 기획하고, 모델 여자친구와 연애도 하며 지냈으니,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처럼 20대 중반에 잭팟이 터진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염을 일으키는 인간

성공 가도를 달리던 해리슨은 28세가 되던 해에 떠난 새해맞이 여행에서 친구들과 사치스럽고 성대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 나게 파티를 즐기던 중, 그는 갑자기 지난 10년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을 느낀다. 쾌락에 찌들어 살던 자신과 생생하게 마주한 해리슨은 화려한 삶이 마치 속 빈 강정처럼 덧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 나는 내가 오염을 일으키는 인간(polluter)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반성 끝에 해리슨은 ‘진정한 삶으로 향하는 열쇠는 봉사’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지난 삶과는 정반대의 길을 찾은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과감하게 사업을 접는다.

 

서아프리카에서의 2년

스캇 해리슨은 의료봉사단체인 머시 십(Mercy ship)에서 사진 기자로 인생 첫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머시 십은 배에 의사와 자원봉사자를 태우고 도움이 필요한 개발도상국(특히 서아프리카)의 항구 근처에서 무료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이다. 해리슨이 서아프리카에 처음 발을 딛고 본 광경은 그의 인생을 뒤바꿀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기형적인 외모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수천 명의 사람들, 단 하루의 무료 진료를 위해 한 달을 걸어온 사람들……. 그 모습을 보며 해리슨은 자신의 삶을 깊이 반성한다. 그는 의사들과 대화 중 저개발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은 대부분 ‘더러운 물’ 때문임을 알게 된다. 그는 의료봉사를 하거나 구호 물품을 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방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리고 우물을 파서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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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리티 워터의 탄생

30세에 다시 뉴욕으로 되돌아온 스캇 해리슨은 머시 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의 집 소파에서 생활하며 채리티: 워터를 설립한다. 어떻게 기부를 이끌어낼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의 생일에 700명의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그리고 선물 대신 20달러씩을 기부해 달라고 말했다. 20달러는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깨끗한 식수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 생일파티에서 15,000달러를 모은 해리슨은 우간다에서 우물을 만들고, 동영상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감사를 표현했다.

이것이 바로 생일 기부 이벤트, 피드백, 100% 모델의 시작이다. 이후 해리슨은 많은 사람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홈페이지 구축의 필요성을 느꼈고, 실력 있는 웹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몄다. 2006년에 설립된 채리티: 워터는 8년 동안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이런 가파른 성장의 일등 공신은 해리슨만의 독특한 기부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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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의 독특한 기부모델

생일 기부 :생일 선물 대신 그 사람 이름으로 기부금 모으기!100% 모델 : 채리티: 워터의 활동(우물 건설 등)에 드는 비용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월급 등)

두 가지 계좌를 달리해, 원하는 목적에 기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은행 수수료는 채리티: 워터가 전액 보충!

피드백 :사진, 동영상, 구글 맵 GPS로 기부금이 어느 지역에 어떻게 쓰이는지 실시간 피드백!

브랜딩 :능력 있는 인재를 고용함으로써 신뢰와 파워를 갖춘 브랜드로 자리매김!

파트너십 :현지 사정을 잘 아는 NGO와 협약을 맺어 우물과 시설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방식.

채리티: 워터는 기부금을 모으고, 물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벌인다.

채리티 볼 :각종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기부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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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해리슨이 얻은 것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이 시작한 채리티: 워터는 지금까지 9,3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3백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다. 채리티: 워터의 목표는 2020년까지 1억 명이 더 나은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캇 해리슨은 화려한 인생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 삶의 방향, 보람과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았다. 채리티: 워터 블로그에는 봉사자와 현지 주민이 주고받은 대화가 있다. 르완다에서 8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한 사람은 ‘당신에게 깨끗한 물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글쎄요, 우린 아마 다시 태어나겠죠.”라고 답했다. 혹시 여러분도 젊은 날의 해리슨처럼 화려한 쾌락만을 좇고 있다면 이제는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보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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