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세계

[1호] 공부법-세상의 수포자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세상의 수포자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글 _ 서울대 농경제학부 09 정준영
<수학내신 5등급 서울대가다> 저자

수학 때문에 인생이 바뀐다?

“수능에서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과목은 무엇인가요?” 신문들은 잊을 만하면 이런 설문조사를 해서 교육 면에 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1위의 자리가 변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수리영역’이 늘 60%가 넘는 압도적인 비율로 학생을 괴롭히는 과목 1등을 차지하고 있었죠. ‘다른 나라 언어’인 영어를 2위로 밀어버린 것은, 수학이 ‘다른 세계의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저도 수학이란 과목 때문에 삶의 방향이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연계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1학년을 마치고서는 좋지 않은 수학성적 때문에 그 꿈을 꺾어야 했어요. 첫 수능을 본 뒤에도 목표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학성적 때문에 진로를 크게 수정해야 했죠. 하지만 약점이 늘 약점으로 남아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합격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과목 역시 수학이었습니다. 그 해 수리영역이 워낙 어려웠고 마침 서울대는 수리영역 점수에 가산점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수학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제가 상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나운 말처럼, 수학도 잘 다루지 못하면 떨어져 다치기도 하고 질질 끌려 다니기도 하지만 일단 길들이면 어디라도 남들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수포자가 되고 싶진 않아

그럼에도 지친 학생들은 하나 둘 스스로 손을 놓기 시작합니다, ‘언포자’,‘외포자’란 말은 못 들어봤어도 ‘수포자’는 반에 몇 명씩 있기 마련이죠. 저는 그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제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한 명 한 명 찾아가 이야기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너 수학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하는 거야? 아니잖아. 아직 포기하기엔 빨라.”

수학을 길들이기까지, 저에게는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도중에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재수를 하기도 했지요. 너무 긴 시간을 돌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험을 좀 잘 쳤다 뿐이지 수학 자체를 ‘정복’한 게 아니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결국엔 원하는 성적을 받아냈습니다. 수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람이, 수학을 완벽히 이해하고 갖고 노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 정도는 받아낼 수 있습니다.

 

어중간한 결심은 이제 그만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저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죠. 명문고도 아닌 지방 일반고에서 1학년 수학 내신성적이 5등급을 받았고, 덕분에 진로도 맘에도 없던 인문계로 바꿔야 했습니다. ‘이젠 정말 정신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고2가 되어서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윗학년 선배들이 수능을 보고, 이제 수능이 제 얘기가 된 뒤로는 더 이상 대책 없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된 상황을 벗어나고 싶으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어중간한 결심은 이미 많이 하지 않았던가.’

우선 무작정 동영상 강의와 연계된 수학교재 한 권을 구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어느 과목 교재라도, 책 한 권을 끝까지 본 적조차 없었습니다. 앞부분만 보다 만 것이 대부분이었고, 시험범위와 관련된 부분을 약간이라도 풀면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끈기 없는 제 태도가 공부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책 한 권만큼은 꼭 떼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늘은 몇 장, 내일은 몇 장 하는 식으로 책 표지에다 달력을 붙여 표시를 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얼추 한달 안으로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해하고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몇 일 뒤에 다시 풀어보려고 했더니 머리가 백지상태였던 거죠. 동그라미를 치고 넘어갔던 문제들을 틀리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권을 다 보기만 하면 뭔가 달라져 있을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해졌죠. 목표를 새로 정해야 했습니다.

‘얼마가 걸리든 이 책 한 권만큼은 완전히 씹어먹듯 해야겠다. 이 안에 있는 문제라면 언제 어느 방식으로 마주쳐도 풀 수 있어야 한다.’

틀리고, 맞추고, 다시 풀면 또 틀리고, ‘ / ’ 표를 ‘ O ‘로 점점 바꾸어 나갔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이 책 한 권을 다 끝낼 수 없었지만, 조급했던 마음은 내려놓았습니다. 시간을 맞추는 것보다 ‘될 때까지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다섯 번씩 풀게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것은 이미 세 달이 지나 3학년 개학을 맞은 후였습니다.

 

반복의 힘

그 중요하다는 고2 겨울방학 동안 제가 한 일이라고는 수학 자습서 한 권을 푼 것뿐이었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냐구요? 저는 나름의 방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3월의 첫 모의고사가 다가왔지요. ‘새로운 문제’에 대한 첫 도전인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풀면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모르는 문제를 제끼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제는 왠지 시간이 빡빡하고 빨리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과는 80점을 넘긴, 2등급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의 저에게는 정말 큰 성취였습니다.

<공부의 신>의 저자 중 한명인 강성태 선배가 한 말 중에 “1×3이 3×1보다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 권의 책을 한 번씩 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세 번 보는 게 더 효과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접하게 된 것은 나중이었지만, 저는 크게 공감했습니다. (비록 저의 경우에는 책 한 권을 떼는 데 3번이 아니라 5번의 반복이 필요했지만요.) 제 경험과, 강성태 선배의 말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반복의 힘’입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200번의 시도 끝에 한 번의 점프를 완성해 내듯이, 아무리 천재적인 음악가라도 같은 곡을 수백 수천 번 연습한 후에야 무대에 서듯이, 수학 공부에서도 반복된 연습이 문제풀이의 서투름과 개념공부의 빈자리를 메워 내는 것이지요. 스스로 하는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반복을 시도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공부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식의 반복학습이 효과적인지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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