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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신데렐라는 어려서 레어템을 잃고요-게임셧다운제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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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어려서 레어템을 잃고요-게임셧다운제에 대한 단상

글-서울대 경제학부 07 이제석

고등학생 A군의 하루

아침 6시. 고등학생 A군의 기상시각이다. 아침은 생각조차 없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교에 도착하면 아직 7시도 안됐다. 이어지는 0교시부터 8교시까지의 향연이 끝나면 벌써 저녁 6시. 꼬박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낸 셈이다. 저녁밥은 김밥천국에서 대충 우겨넣고, 학원으로 향한다. 7시부터 10시까지 계속되는 언수외 종합반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하루를 버티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A군,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켠다. A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방구는 온라인 MMORPG게임. 한창 파티원들과 레이드를 뛰다가… 드디어 나온 레어템! 주워 먹으려는 순간!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헐…게임은 다시 켜지지도 않고…파티에선 이미 “제명이 됐어요”.

게임 셧다운제, 그게 뭔데?

게임 셧다운제. 글자 그대로 게임을 닫아버린다는 뜻이죠. 중요한 내용만 간추리면,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밤 12시에서 새벽 6시 사이에 게임을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예요. 적용 범위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우선은 온라인 PC 게임이 적용 대상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강력히 요구했고, 이에 맞선 문화관광부와의 합의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결국 4월 29일 국회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어, 2011년 10월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죠. 당장 올해부터!

 

이…이제 어떡하죠?

이 소식을 들은 청소년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꼭 온라인게임 해야 돼? 그냥 PC게임 해야겠네ㅋ’.
둘째, ‘엄마 주민번호로 가입하면 되는 거 아냐?ㅋ’.

사실 온라인 게임을 막아서 청소년의 게임을 막아보겠다는 여성가족부의 발상은 다소 무리가 있어요. 청소년들이 그 시간에 온라인 게임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PC게임도 있고, PS3, XBOX, PSP와 같은 콘솔게임도 할 수 있죠. 아니면 인터넷 서핑을 할 수도 있고, 만화,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를 볼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도 밤새서 할 수 있는 놀이거리인데, 이건 어떻게 막죠? 아니, 이걸 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이 규제로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건 청소년들이 아닌 국내 게임업계예요.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모두가 알다시피 온라인 게임이 주력 상품이고, 그 중에서도 MMORPG 게임이 강세잖아요. 리니지와 같은 게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며 국내외에서 많은 돈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야말로 신흥 산업 역군인 셈이죠. 게임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12시 ~ 6시 사이의 플레이어 수의 감소도 문제지만, 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규제 시행을 위한 비용 전액을 게임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문화관광부의 주장에 따르면 미성년자 통제를 위한 서버 증설 비용이 각 기업마다 약 1억 5천여 만원씩 든다고 하는데, 이 비용을 게임회사가 직접 부담해서 청소년 게임 중독의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에요.

게다가 우리나라 게임 개발 회사 중에는 수익이 안정적이지 못한 벤처기업, 신생기업들이 아주 많이 있어요. 이들이 규제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요?

왜 나만가지고 그래~

또한 이는 국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차별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요. 사실 규제 대상 게임을 정하는데 있어서 엄청난 진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 행정부가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위에서 밝힌 대로, PC 패키지 게임이나 콘솔게임처럼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있지 않은 경우나, 모바일 게임처럼 그 이용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게임의 경우에는 규제의 방법과 심각성의 판정에 있어서 굉장히 애매모호하며, 외국 게임사의 게임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법으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가장 통제하기 쉬운 국내 온라인게임이 우선 적용대상이 된 거에요. 이 부분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이 규제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으로 상정될 예정입니다. 즉,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죠. 청소년 여러분들께 묻고 싶어요,

“정말로 이 법 덕분에 보호받는 느낌 드세요?”

청소년 보호법의 골자는 다음과 같아요.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폭력•학대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

유해한 매체물, 약물, 유해한 업소, 폭력, 학대……‘밤늦게 하는 게임’이 정말 위의 것들과 같은 정도의 유해성을 가질까요? 여성가족부의 ‘게임 셧다운제’ 주장의 근거의 요지는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건강권 보호’입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위해서는 학원 및 야자 시간 제한 및 체육시간 증설이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오히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좋은 스트레스 해소구 중 하나를 막는 동시에 청소년들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각 가정에서도 청소년들을 자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교육권이 있어요. 이를 침해하는 게임 셧다운제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 것이며, 실제로 게임 업계에서는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등의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게임도 좋은 취미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게임에 대해 너무 가혹합니다. 기성세대들에게 게임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일까요? 오히려 그들에게 게임은 가장 ‘만만한’ 상대로 보입니다. 게임은 아직 유치한 장난감에 불과하며, 학생들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죠. 게임 셧다운제 시행의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진통들은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어요.. 아직 기성세대의 의식의 기저에는 게임을 천대하는 태도가 남아 있는 듯 해요.

그러나 사실, 게임도 좋은 취미입니다. 게임은 적은 비용으로, 위험하지 않게 다양하고 큰 재미를 주는 취미라구요. 닌텐도 Wii나 Xbox Kinect와 같은 가족형 게임 콘솔과 타이틀의 출시는 게임을 통해 온 가족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다만 게임 중독 증상, 혹은 과몰입이 문제가 되는데, 이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똑같이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연령층만, 그리고 일부 게임만 규제하는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 중독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될 수 없어요. 정말 필요한 것은,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지는 위상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적절한 게임 시간 조절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제 게임 교육에 대해 각 가정에게 일임했던 부분을 공적 영역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어요. 이런 교육이 선행되어 올바른 게임 플레이 문화가 자리잡으면,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좋은 문화컨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괄목상대

게임은 수십 년 간의 발전을 토대로 이제는 소설, 영화 못지않은 서사구조를 가진 작품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MMORPG 명작들이 가진 방대한 세계관은 그 규모와 깊이에 있어서 이미 기존 문학작품의 내러티브를 뛰어넘고 있어요. 또한 게임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간접 경험을 가져다 줍니다. 필자는 <삼국지>를 하면서 중국 역사를 배우며 호연지기를 길렀고, <대항해시대>를 하면서 세계지리와 국제 무역통상 원리를 깨우쳤어요. <심시티>를 하면서 경제의 수요-공급 원리에 대해 감각을 키웠으며, <심즈>를 통해서 나의 자아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탐구했다고 자부합니다.

책과 영상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컨텐츠를 넘어설 수 있는 게임의 힘은 게임이 가지는 ‘상호작용성’에서 비롯하죠. 소설은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직접 주인공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어요. 선택에 있어서 자신의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되고, 모든 행동이 주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이는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장점이며, 따라서 게임은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을 가장 완전하게 이용하는 매체입니다. 기성세대들의 만화와 소설을 보며 꿈을 키우며 자랐던 것처럼,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을 통해 꿈을 꾸고, 창의력을 키우며 자라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가 되었습니다. 게임도 당당한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아야 해요. 좋은 제작환경과, 그에 맞는 올바른 가치관이 있을 때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이 더 이상 애물단지가 아닌, 누구에게 인정받는 좋은 취미이자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컨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생각해볼거리

: 그렇다면 게임셧다운제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 게임셧다운제 이외의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고 우선순위를 매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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