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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세상을 따뜻하게 요리하는 주방장, 제이미 올리버

글/권태훈

세상을 따뜻하게 요리하는 주방장 

<피프틴>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2002년 영국 런던의 한 레스토랑에 특이한 구인 공고가 붙었다. “집이 없거나 가난한 환경 대환영. 학교 중퇴한 사람, 경찰서나 교도소 다녀온 사람 환영.” 이 공고를 붙인 레스토랑 요리사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국60개 학교에 기존 급식 가격과 똑같은 돈으로 유기농으로 만든 고급 건강 급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건강한 식단 캠페인을 벌이며 패스트푸드 및 식품 대기업들과 싸우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맛집 <피프틴>의 주방장 제이미 올리버의 이야기이다. 그는 불과 20대의 어린 나이에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사로 자리매김하며 큰 인기를 누렸으며, 요즘은 요리사보다 사회 운동가로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방 아르바이트 3년에 풍월을 읊었던 초등학생

제이미 올리버는 1975년 영국의 에식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스스로 돈을 벌며 일하는 의미를 알기 바랐던 부모님의 교육 철학 아래 제이미는 8살 때부터 부모님의 식당에서 일을 도왔다. 이때부터 제이미는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공부보다 요리를 사랑했기에 학교 성적은 매번 낮았다. 제이미는 부모님에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으며 부모님은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보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고자 런던의 요리 전문학교 ‘웨스트민스터 케이터링 칼리지(WKC)’ 에 진학한다.

 

장애를 극복한 요리에의 열정, 우연한 기회를 성공으로

요리 학교에서 제이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앓고 있던 난독증 때문에 글을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제이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위 친구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솔직히 말하고 수업 내용을 읽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를 녹음해서 공부했다. 글 대신 말로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제이미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레스토랑의 주방장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 기회가 왔다. 제이미가 일하던 레스토랑을 <BBC>가 취재한 것이다. 원래 다른 요리사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런 병으로 급하게 제이미가 대신 출연하게 됐다. 사전에 준비도 못했지만 제이미는 평소에 자신이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결과는 프로그램의 대성공. 제이미를 눈여겨 본 <BBC> 제작진은 자신들이 준비 중인 <네이키드 셰프>라는 프로그램의 오디션 참가를 권유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이미는 실력과 유머, 젊은 요리사의 매력을 뽐내며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 질려있던 사람들을 매혹한다. <네이키드 셰프>는 몇 달 만에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는 히트 프로그램이 됐다.

 

 

취약 청소년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 레스토랑 피프틴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잠깐 화제가 됐다 사라진 반면, 제이미는 대중들에게 계속 인기를 얻었다. 그가 쓴 요리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네이키드 셰프>의 성공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촬영한 새로운 프로그램 또한 높은 인기를 끌며 세계 50개국에 방영됐다. 요리를 통해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2003년 제이미는 대영제국훈장을 받는다. 이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훈장수여 이후 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문득 자신이 자랐던 시골의 불우한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대부분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결국 직업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져있었다. 제이미는 태어난 환경 때문에 미래까지 제약 받는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웠으며 또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제이미는 이들을 위한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심한다. 이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모집공고. 일단 직업이 없어야 하고, 집이 없거나 가난한 환경이라면 대환영. 학교를 중퇴한 사람도 좋고 경찰서에 잡혀간 경험이 있거나 교도소를 다녀온 사람도 환영.

 

제이미는 이러한 공고를 내고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일할 15명을 선발했다. 이들에게 1년간 요리를 가르치고 요리사로 채용해 개업한 레스토랑이 바로 <피프틴>이라는 사회적 기업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입이 거칠고 폭력적이던 청소년들도 제이미와 일하며 직업의 의미와 보람을 발견하게 된다. 우수한 맛과 서비스에 감동적인 스토리까지 갖춘 피프틴에 사람들은 열광했으며, 피프틴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으로 지점을 확장해나갔다.

 

 

스타 요리사에서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회 운동가로

피프틴은 제이미 올리버 자신 또한 변화시켰다. 나눔의 가치와 공동체 의식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당시 영국의 학교 급식은 주로 패스트푸드이거나 저렴한 냉동식품이었다. 제이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 기존과 똑같은 금액으로 유기농 건강 식단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러한 캠페인에 공감한 영국 정부는 학교 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캠페인은 영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나갔다. 청소년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자 하는 운동이 세계 전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제이미 올리버가 성공한 스타 요리사에서 영향력 있는 사회 운동가로 성장해나가는 순간이었다.

 

“우리 일상을 들여다봅시다.

패스트푸드가 전국을 점령하고 거대 식품 기업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식 대부분은 첨가물로 채워져 있고, 1회 영양분도 부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분과 안정성 표기 또한 부정확하고요. 설탕이 엄청나게 들어간 음식을 ‘저지방’으로 표기하기도 하거든요. 제 소원은 모든 아이들이 좋은 음식을 제공받으며, 가정에서 요리가 다시 시작되고, 사람들이 비만에 맞서 싸우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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