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북 테라피

[26호] 가장 따뜻한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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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두 글자

북테라피

MODU 친구들, 잘 지냈어? 봄이 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무섭게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고 느껴질 만큼 날씨가 좋은 요즘이야. 특히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부쩍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많아졌더라고. 다들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독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라 벌써부터 여름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괜히 들뜨기도 해. 영어 이름도 Summer인 걸 보면 알만하지? (웃음) 그래도 여름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다를 시작하기 전에 이번 호에서는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인 5월이 섭섭하지 않게 이에 걸맞은 이야기를 살짝 풀어놔 볼까 해. 너무나 익숙한, 그래서 오히려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는 단어. ‘엄마’에 대해서.

우리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결국은 가장 마지막에 찾게 되는 절대적인 안정감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Nothing is impossible’이라는 예전에 유명했던 광고 문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슈퍼맨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 하지만 사실 나한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엄마 = 잔소리 대마왕’이었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고 하시긴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신기할 정도로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토픽에 대해서 꼬박꼬박 잔소리가 가능한건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아 나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읽었어. 다들 읽어봤니? 최소한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책일 거야. 몇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인데, 인제야 보게 되었어. 소설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이 돼. 소설에 나오는 엄마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면 될 거야, 남편과 아이들이 항상 최우선인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 그런 엄마가 갑자기 없어지면서 가족들은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돼.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하루하루 사는 게 무서웠던 것 같네. 젤 무서운 건 쌀독에 양식이 떨어졌을 때재. 니들 배를 곯릴 생각을 허믄…입이 바짝바짝 탔던 거 같네. 그런 날들이 있었던 것 같네.”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엄마는 어떤 사람이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 그런데 아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항상 함께인 사람인데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다니, 이상한 기분이었어. 우리는 친한 친구들에 대해서는 제법 잘 아는 편이잖아. 뭘 좋아하는지, 장점은 뭔지, 못 먹는 음식은 뭔지 등등, 특히나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 대해서는 거의 단편 소설 수준으로 장문의 글짓기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

“엄마는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엄마는 다 잘 먹으니까.” 라던가, “엄마 나 이번에 여행 가는데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라는 물음에도 “괜히 번거롭게 뭐 사오지 말고, 몸 건강히 다녀오기나 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어. 인제 보니 엄청난 정보의 비대칭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거야, 나의 평생을. 엄마는 나의 모든 걸 다 알지만,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는 그런 비대칭 상황.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가 아닌 엄마라, 쉽게 상상이 가니? 학교에서 친구들과 떡볶이 사먹고 수다 떨고, 대학생이 되면 꼭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하며 설레어 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배낭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라는 책을 잠깐 언급하고 갈까 해.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이 함께 30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야. 다들 살면서 한 번쯤 꿈꾸는 세계여행을 엄마와 함께라. 대단하지?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의 이름을 다시 찾고자 노력했어. 누군가의 엄마, 아니 딸이 아닌 나 자신을 만나고 싶었던 거지. 아직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란다. 그 사실을 나는 여행을 와서 다시금 깨달았어.”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엄마에게는 행복한 일이라니, 엄마한테 버릇없다고 한 대 얻어맞더라도 왠지 이름으로 한 번쯤 불러 드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어. 특히나 이 책에서 마음이 먹먹했던 구절을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해볼까 해. 우리 모두 한 번쯤 평소와는 다르게 엄마를 대해보면 어떨까? 나는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까 해. “엄마는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뭘 할거야? 가족 챙기는 건 빼고.”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당신에게도 소망하는 내일과 기대하는 미래가 있었을 텐데, 엄마가 된 이후로는 자신을 내려 놓은 채 온전히 누나와 나만을 위해 살았다는 사실을.

 4월의 추천 도서

엄마를-부탁해,-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게 하는 소설. 각 장마다 딸, 큰아들, 남편 등 시점이 전환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다 보면 과장된 표현이 없는데도 순간순간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태원준 엄마의 환갑잔치 대신 세계여행을 결심한 아들과 이 제안을 받아들인 엄마의 세계여행기. 중간중간 엄마의 노트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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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er Park (박현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Book Therapist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가슴에 전류처럼 흐를 한 마디를 찾기 위함이다.” – Summer 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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