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6호] 기업가정신- 이니시스, 권도균

글/SNUSV

편집/권태훈, 이진혁

자료제공/<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21세기북스

“나만의 영역을 개척하라”

권도균 – 이니시스, 이니텍 창업자 & 대표

 

대부분 사람이 한 번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봤을 것이다. 몇 개의 정보만으로 결제할 수 있으며, 물건이 집까지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 단순해 보이는 온라인 결제를 위해서는 복잡한 프로그래밍, 그리고 돈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보안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가 바로 이니시스다. 이니시스를 창업한 권도균 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역량을 개발했다. 회사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을 무렵 인터넷 시대가 올 것임을 짐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새롭게 청년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개인사명서를 쓰며 자신이 꿈을 향해 잘 살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는 권도균 대표에게 일과 꿈, 창업에 대한 생각들을 물어봤다.

 

 

1. 어린 시절, 좋아하는 일을 찾다

권도균 대표는 1963년에 태어나, 경북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1년 정도 일하였으나, 본인의 전산 전공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데이콤으로 직장을 옮기고 창업하기 전까지 9년간 그곳에서 근무했다.

 

Q. 어렸을 때 가정환경은 어땠나요? 또 전산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우리 집은 굉장히 가난했어요. 사실 국문학이나 작곡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장남이었기 때문에 취업이 잘 되던 이공계를 선택했죠. 다행히 이공계 쪽에도 관심이 있었고 프로그래밍을 잘하기도 했거든요. 취업 후에는 봉급의 반을 부모님께 드리고, 동생 대학 등록금을 대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죠. 그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대학 때 학교 신문사 기자를 했어요. 문화부 기자 활동을 했는데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어요.

 

 

Q. 데이콤에서 9년간 근무하면서 업계 최고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으셨는데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점이 달랐기에 더 뛰어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나요?

많은 급여나 회사의 이름보다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효율성’과 ‘재미’를 우선시했죠. 어려운 기술을 도입해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재미있게 일하자는 거였어요. 일하는 걸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항상 자정쯤에 퇴근했죠. 밤새는 날도 많았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10시 전에는 집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좋아했으니까 그만큼 몰입할 수 있었던 거죠.

또 남의 뒤꽁무니를 쫓지 말고 자기만의 영역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미 신문에 나온 일에 도전하는 건 늦은 거예요. 신문에 나온 사람이 1등이니까요. 남과 달라야 성공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저만의 영역을 구축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처음에 인터넷이 뜬다고 했을 때 당시 많은 사람은 주로 ‘검색’에 집중했죠. 저는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을 찾았어요. 그 가운데 전자화폐나 전자결제가 있었던 거죠. 작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1등이 될 수도 있었죠.

 

 

2. 데이콤을 퇴사하고 이니텍, 이니시스를 설립하다

권 대표는 9년 동안 근무했던 데이콤이 사업방향을 전환하면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회사를 떠나 이니텍(보안 전문 솔루션 회사)과 이니시스(전자결제 서비스 회사)를 설립한다. 창업 후 2년 동안은 월급을 제대로 준 적이 별로 없었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적금, 어머니 보험까지 다 해약해야 했다. 가까운 친척에게 돈을 빌리는 일도 있었다.

 

 

Q. 3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를 떠나 벤처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모두 다 걱정했어요. 특히 아내는 “결혼을 물리자”, 뭐 이렇게..(웃음) 말은 그렇게 해도 아내와 장인어른이 많이 지원해줬죠. 처음 몇 년간은 월급도 거의 못 가져갈 정도로 어려웠어요. 그래도 아내는 돈 이야기 한 번 없이 잘 견뎌줬죠.

 

Q. 대표님께서는 매년 개인 사명서(Personal Mission Statement)를 쓴다고 들었습니다. 개인 사명서라는 것을 작성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여러 번 읽었어요. 굉장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강좌도 수강했는데 ‘이번 교육기간 동안 나의 개인사명서를 진지하게 적어보자’는 생각에 인생의 목표를 생각하고 개인사명서를 작성했어요. 지금도 매년 조금씩 새로 고치지만 처음의 틀은 바뀌지 않았어요. 내가 회사를 경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리했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리스트)도 만들었어요. 지금도 매년 연초에는 정해놓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해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지요.

 

 

Q. 회사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하신 생각은 어떤 것인가요?

그전에도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있었어요. 고용을 창출하고 회사의 가치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2005년에 목표를 조금 바꿨어요. 사회나 국가에서 사람으로. 좋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 사람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그 사람들이 위대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되자는 것이었죠.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서 그 사람들이 목표를 세워 도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실제로 우리 회사를 통해 그런 훌륭한 인재들이 여럿 나왔죠. 정말 기쁘고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에요.

 

Q. 2008년에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전량 양도하고 회사를 나오셨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결정을 하셨나요?

회사는 실적도 좋고 잘 운영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건가?’,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직원도 500명이 넘어서 점점 대기업처럼 돼가고 있었죠. 곧 직원이 1,000명이 넘을 것 같았어요. 직원이 1,000명 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건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건가,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생각들을 계속 했어요.

그러던 시기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제가 요구한 조건을 전부 받아들였죠.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수를 진행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낳은 자식을 시집 보내는 것 같은 섭섭함과 허전함도 있었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지기에는 너무 컸던 짐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것 같은 마음도 있었어요. 저는 2010년에 네 명의 파트너를 영입해 ‘프라이머’를 창업했어요. 지금은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함께 떡볶이도 먹고, 토론하고, 고민하며 뒹굴고 있어요.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4.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회사 프라이머(Primer)를 설립

권도균 대표는 이니시스와 이니텍을 매각하고, 이후 파트너 네 명을 초대해서 창업을 지원하는 회사인 프라이머를 설립했다. 프라이머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 외에도 교육과 멘토링을 하며 경영을 돕고 있다. 권도균 대표는 창업 팀을 만날 때, 제일 먼저 ‘왜 창업하려고 하는가’를 묻는다고 한다.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프라이머에서는 창업 팀을 지원할 때 사업을 시작하는 동기를 중요하게 본다고 들었습니다.

사업 자체가 자신에게 의미가 있어야 하고 또 목적이 돼야 해요. 돈 벌기 위해서 사업한다, 이런 건 돈을 버는 게 목적이고 사업이 도구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 되죠. 또 저는 어떤 창업가가 이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말하면 이렇게 권해요.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사업이냐, 아니면 자선사업이냐.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네 주변에 있는 사람부터 도와라. 그게 네 인생 목적이면 그것부터 해라. 세상에 돈은 많다”하고요. 만약 그 일이 진짜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사업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 일을 하라고 이야기해요.

그게 개인사명서를 쓰는 것과도 같아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면서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건 자기를 속이는 일이에요. 그런 걸 글로 써보면 또 달라져요. 그렇게 개인사명서를 쓰면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지죠. 그걸 찾을 수 있다면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Q. ‘부(富)’에 대해서도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큰 부를 쌓으셨는데 대표님께 부는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제가 답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생각은 들어요. 돈이 많다고 하루에 밥을 열 끼 먹지는 않죠. 오히려 현대에는 많이 먹어서 성인병에 걸리잖아요(웃음)? 또 가장 나쁜 것은 돈으로 상대방과 자꾸 비교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자기가 망가질 수도 있죠. 그래서 돈에 대해서는 ‘나는 이 정도면 돼’라는 만족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가난하다는 것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에요. 사실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사는 사람이 몇억 명이 될 거예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꾸 남들과 비교를 하게 되죠. 그렇게 비교를 하면 나도 가난한 사람이에요(웃음). 회사를 매각하고 ‘이제 부자가 되었어’라는 만족감을 누리고 있던 때, 어떤 사람이 회사를 2조 원에 팔았다는 기사가 났어요. 제 지인이었죠. 갑자기 확 배가 고파지더라고요(웃음). 나는 자가용 비행기 같은 거 못 사잖아요(웃음).

상대적으로 비교하다 보면 끝이 없어요.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기준은 필요한 것 같아요. 만약 누가 ‘그때 이니시스를 팔지 않고 계속 경영했다면 지금쯤 1,000억은 더 받았을 텐데’라고 제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배 아플 것 같아요. 배 아파요 진짜(웃음). 이건 본능이죠. 그렇지만 제가 배가 아프다 해도, 1,000억의 이득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니시스를 인수해서 경영을 잘한 그 사람의 공이 더 큰 거겠죠. 여기서 ‘내 몫은 충분히 받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자족이에요.

 

Q. 요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창업을 해서 성공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사회에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돼야 하는 사람도 있고,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회사의 직원이 되어야 하는 사람도 있죠. 어떤 곳에서는 스펙으로 밖에는 평가할 방법이 없는 분야가 있을 수 있죠. 그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스펙이 필요할 수 있어요.

문제는 뒤꽁무니 쫓는 사람이에요. 선두 주자가 되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들이죠. 빨리 그만두고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하죠. 막 달려갔더니 사람들이 이미 줄을 쭈욱 서 있어요. 그럼 빨리 다른 줄을 알아봐야 하는데, 대책 없이 거기 그냥 서 있는 사람이에요. 분명히 내 차례가 도달하기도 전에 저 앞에서 순서가 끊길 걸 아는데 거기 뒤에 서 있는 사람 그게 문제죠.

일반적으로 30대 후반이 되면 상황이 달라져요. 그동안은 영어단어 하나를 남보다 빨리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잘 푸는 사람이 인정받아요. 그런데 인생 후반전에는 다른 가치, 다른 능력이 그 사람을 좌우하지요. 그땐 영어단어 잘 외울 필요 없어요. 그때 중요한 덕목은 판단력과 리더십이에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가 되니까, 그 사람의 판단력이 중요해요. 판단력의 뿌리는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에서 나오는 거예요. 영어단어 외우거나 복잡한 공식을 푸는 것보다 중요한 게 많죠. 리더십으로 사람을 잘 품어야 하고,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사람들이 성과도 잘 낼 수 있죠. 그리고 인생의 후반전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성공해요. 이런 것을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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