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6호] 목소리로 빚어내는 마법의 세계, 성우 박지윤

인터뷰/글 진주영

사진 씨네21 오계옥, 이진혁

목소리로 빚어내는 마법의 세계

<겨울왕국>의 안나, 성우 박지윤

이렇게 수월한 인터뷰는 없었다. ‘?’ 질문 하나 툭, ‘!’ 반응 하나 툭, 던졌을 뿐인데 술술 이어지는 대답들. 역시 10년 차 베테랑 성우는 다르다, 달라. 입담도, 표정도 생생한 그녀! 그리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녀! 지난겨울, 우리 MODU를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안나 역의 박지윤 성우를 만나러 가보자.

 

와, 정말 듣기 편한 목소리! 역시 성우네요. 성우가 되려면 목소리가 예뻐야겠죠?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목소리가 좋고 나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성우답지 않게 연기해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는 걸요. 거부감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휴, 내 목소리는 안 예쁘니까 성우는 못하겠지’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듣기 싫을 정도의 소리만 아니면 돼요. 다들 성우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오! 목소리에 자신 없는 우리 MODU 친구들도 도전할 수 있겠는데요? 목소리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요?

“연기죠, 연기!”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성우는 녹음실 안에서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목소리보다 연기력이 중요하죠. 방송사 성우 공개채용시험이나 여러 오디션에서도 연기력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성우 지망생들은 학원 등에서 연기 연습도 하고, 연기 지도도 받죠.

요즘도 연기 연습을 따로 하나요?

성우가 되기 전이랑 수습 성우 시절에는 많이 연습했죠. 지금은 따로 하지는 않아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직업병은 있어요. 누군가를 보면서 계속 관찰하고, 어떤 사람인지 특징을 분석해요. 이런 것들이 다 연기할 때 도움이 되니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KBS 공채 31기! 방송사 공채로 합격해도 계약직으로 2년 정도 일하고 대부분 프리랜서가 된다고 들었어요. 고용 면에서 조금 불안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성우는 방송국 직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프리랜서가 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프리랜서가 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더빙부터 광고, 만화, 게임 등등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거든요.

프리랜서가 되면 더 자유롭게 시간을 관리할 수도 있겠네요!

일정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좋죠.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저녁에 일하러 가요. 그런데 성우는 작품을 선택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에요. 섭외가 들어오면 일을 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자유롭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기도 해요.

 

같이 눈사람 만들래?”

겨울왕국에서 안나 역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직접 불렀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나요?

대학 때 성악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집이 조금 엄한 편이라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거든요. 그때는 실용음악과도 많지 않았고 해서 성악을 공부하게 됐어요.

성악과라니! 대박이네요. 성악과 출신 성우, 언제부터 성우를 꿈꿨는지 궁금해요.

대학 졸업 후에 대학 동기 한 명이 성우 준비를 한다는 거예요. 그때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엄청 늦은 거죠. 원래 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성우? 내가 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어서 도전은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리저리 시험에 붙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막상 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성악과 성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성악을 전공하면서 음악회를 많이 했어요. 1년에 몇 번씩 음악회를 하고 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거든요. 이 길이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 자체가 부족한 거죠. 그런 생활을 하다가 음악은 좋지만,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나한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에 음악학원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제 길은 아니었죠. 그렇게 돌고 돌아 성우가 됐는데 지금은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던 그녀. 결국에는 대학 졸업 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녀의 ‘진짜’ 진로를 찾게 됐지. MODU 친구들 중에 ‘아, 난 이미 늦었어’라는 생각을 지닌 친구가 있다면 아니라고, 아직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노…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MODU 친구들을 위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게요. 노래 못해도 성우 할 수 있죠?

성우 공채시험에서 노래를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작품 안에 노래가 있더라도 그 부분은 다른 사람이 부르기도 하잖아요. <겨울왕국>에서는 제가 노래까지 했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대사만 하기도 했고요. 노래를 잘하는 성우들이 많긴 하지만, 노래 실력이 필수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어린 시절에 “같이 눈사람 만들래?”란 노래를 부르잖아요. 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안나 어린 시절은 제가 연기한 부분이 아니에요. 디즈니는 어른이 아이 목소리 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목소리가 비슷해서 다들 잘 모르시더라고요. 성우 섭외를 정말 잘한 거죠.

대박사건! 정말 놀라운 사실이네요. 다른 작품들도 아역, 성인으로 나눠서 진행되나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아역 목소리 연기는 여자 성우한테 필수적이에요. 남자 아역, 여자 아역 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목소리가 가늘어서 남자 아역은 조금 힘들어요. 반대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 성우는 여자 아역보다 남자 아역이 좀 더 수월하겠죠. 안 되는 건 없어요. 하다 보면 다 된답니다.

궁금한 것 하나 더! 녹음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나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녹음 전에 미리 준비해서 가야 해요. 미리 대본을 받아서 대사도 확인하고, 영상을 보면서 할 일도 많아요. 언제 대사를 해야 하는지, 입 모양에 비해 대사가 길지는 않은지 등등 세세하게 다 기록해놔야죠. 다른 작업에 비해 애니메이션이나 외화 더빙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겨울왕국> 이후로 굉장히 바빠졌을 것 같아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해도 조카들한테 별 반응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들 나눠준다고 사인을 받아가더라고요. 좋은 고모, 이모가 됐구나 싶어서 뿌듯했어요. 또 예전 친구들한테 연락도 많이 오고요. 10년 정도 성우로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거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높아진 인기와 함께 부담감도 클 것 같아요.

성우는 대중한테 드러나게 활동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만큼 누가 더빙을 했는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겨울왕국 성우 박지윤이 연기한”이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나오는 다른 작품들도 있고, ‘그 작품도 했다면서요~ 꼭 볼게요’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우란 직업을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진짜 만족해요.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지겹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성우는 그런 게 없어요. 저 말고 다른 성우들도 다 이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일한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죠. 매번 다른 연기, 다른 역할을 하는 것도 신나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생기 있는 목소리, 생생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성우는 성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본인한테 정말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그녀!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돼~

 

연기도, 노래도 잘하니까 뮤지컬 배우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한 동경은 있어요. 뮤지컬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무대는 모든 사람이 저만 바라보잖아요. 그런 점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성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가 됐다면 지금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무대 위보다는 마이크 앞이 더 편하고 좋아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우선은 지금 맡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잘 끝내고 싶어요. 당연히 제가 맡은 다른 목소리에도 최선을 다해야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방송사에서 일할 때 라디오를 한 적이 있는데 진짜 즐거웠거든요.

라디오 DJ! 방송을 맡게 된다면 꼭 챙겨 듣겠습니다. 성우를 꿈꾸는 MODU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해요!

어린 나이부터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견해요. 빠른 만큼 남들보다 일찍 성우가 되면 더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을 할 수 있겠죠. 저는 그렇지 못해서 부럽기도 하고요. 성우가 되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해요. 성우는 녹음 전에 대본을 보고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문맥이나 내용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겠죠. 또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도 성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그러다 보면 감이 생길 거예요.

귀한 조언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청소년에게는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요즘은 다들 알아서 잘하잖아요. 대신 힘이 들 때는 좋은 멘토를 만나서 상담도 받고, 조언도 구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고, 무너질 듯 힘들 때도 있겠죠. 그렇다고 정말 무너지지 말고 그 안에서 조금씩 힘을 길러보세요. 차근차근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그렇게 조금씩 일어서다 보면, 그 시간들이 나중에 분명 인생에 좋은 거름이 될 거예요. 힘내요.

 

<방송국 성우 공채시험>

보통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학력 제한도 없지.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후에 지원할 수 있어. 시험은 실기 테스트와 면접으로 진행된다고 해. (방송사마다 차이는 있겠지?) MODU가 만난 박지윤 성우도 3년 만에 KBS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니, 정말 성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길게 보고! 지치지 말고! 연습 또 연습하라고!

 

깨알 인터뷰

박지윤 성우에게 묻다! MODU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들어온 질문들, MODU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겨울왕국>에서 연기해보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요? 

안나 역할이 저한테 굉장히 잘 맞았고, 재미있게 작업했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안나와 실제 성격이 비슷한가요?

하하.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아요. 안나가 공주치고는 발랄하잖아요. 실제 저도 약간 털털한 편이라 이런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여성스러운 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MODU는 카카오스토리에서 인터뷰 질문을 받고 있어~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은 MODU 카카오스토리를 주목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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