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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남녀상열지사- 네가 좋아, 봄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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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탐

그림/김윤지

네가 좋아, 봄보다 더

남녀상열지사: 탐의 연애가이드

날이 이렇게 좋은데 사무실에 앉아 너희를 위한 스킨십 TIP을 줄 나를 찬양하라

따듯한 햇볕에 꽃도 피겠다, 두껍고 뚤뚤 말았던 목도리도 집어 던지고!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나날들이 다가오고 있네. 중간고사의 압박과 동시에 도시락을 예쁘게 싸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너 한 입, 나 한 입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요즘! 설레는 데이트 혹은 데이트 계획에 앞서 언제쯤 손잡으면 좋을 타이밍인지 아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해본 애들은 안 읽어도 돼^^이런 선행학습쟁이들 같으니) 뽀뽀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머리 모아 토론할 너희을 위해…

 

#아니 이쯤 되면 손 잡을 때도 됐는데 지가 무슨 걸어 다니는 망부석이야 뭐야.

자연스러운 척 두 팔을 내리고 걷고 있지만 언제 손 잡을지 몰라서 가끔은 오른발 오른손이 같이 나가기도 하는 기이한 현상. 바로 막 사랑이 시작된 두근두근한 친구들의 상황이지. 자, 많이 기다렸지? 나 손 소독제로 닦았고, 로션도 라벤더 향으로 발랐어. 자, 이제 잡을 거야! 라며 두 손을 마구 움직이며(마치 공중에서 피아노 연주하듯) 다가온다면? Oh, NO… 어쩌면 조금은 귀여울 수도 있겠지만 하하^.^;

엄마 심부름으로 사온 쇠고기랑 똑같은 남의 살이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콩닥거림을 가져다 주는 손 잡기. 막상 잡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면 뭐가 그렇게 어려웠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첫 시도가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야.

당연히 남자가 먼저 잡아야 하는 것 아냐? 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야. 오빠! 혹은 **아! 하고 이름을 부르든, 얼마든지 여자가 먼저 잡아도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이 손잡기! 어려워서 시도도 못 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자에게 먼저 용기 내서 손을 잡아준다면 예쁨이 배가되겠지? 서로의 마음을 이미 확인했고 쑥스쑥스한 마음에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는 사이라면 이번 봄 과감하게 꽃길을 걸으며 먼저 손을 뻗어보자. ‘손이 좀 시리네’ 등의 낯간지러운 멘트를 꺼낼 생각을 하며 머리 굴리기보다 과감함을 선택해보자! 에잇 모르겠다 하고 질끈 눈 감고 질러버리면 이미 두 손은 자연스레 깍지껴 있을 거야*^^* 먼저 손잡았다고 어머나 세상에! 너, 이, 병자년 방죽을 부르는 자식아! 라며 뺨을 맞을 일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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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끼고 어떻게 뽀뽀를 해?

Kiss에 대한 팁이라 딱히 줄 게 없다 이건 본능이야…….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첫 키스 장면을 보아온 경험이 있어. 눈이 맞고 뾰로롱 하고 하트가 남발되면서 둘은 입술로 마구 사랑을 표현하곤 해.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둘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뒤로는 노을이 아름답게 펼쳐지지. 아니면 어떤 드라마에서는 우는 여주인공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입을 맞추기도 해. 하지만 이건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 입술을 맞추는 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야. 현실에서의 첫 키스는 드라마와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내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머리를 싸매고 궁금해했던 것 중, 안경을 끼고 있는데 어떻게 첫 키스를 한단 말인가? 못하겠지? 그렇다면 안경을 미리 벗고 입술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아니야 그것보다 숨 쉬는 게 더 문제야.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지? 숨을 멈추고 있어야 하나? 그럼 질식사로 죽는 거 아니야? 유_유 바보야 쉬면서 하면 되지. 쉬면서 어떻게 해? 나도 몰라.(서로 아는 게 없는데 매번 토론함)라며 열띤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항상 결론은 탁상공론이니 다 쓰잘데기없다며 한숨과 함께 각자 책상으로 돌아갔던 기억.

키스의 경험과 상관없이 우리가 다들 알고 있는 침 냄새. 다들 알잖아. 모기 물렸을 때 침 바르고 나서의 그 향기. 첫 키스를 한다고 해서 그 냄새가 꽃향기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렇다면 사전에 철저히 양치질과 껌으로 무장되어있어야겠지?

양치질 팁은 너무 당연했나. 내가 너무 우리 MODU 친구들을 얕잡아 보았나^*^

자, 양치질도 했고 가글까지 완료했어. 오늘 첫 키스를 할 생각에 저녁 메뉴는 고기도, 마늘도 다 피했다고. 얼굴이 번들거려 기름지진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 렌즈장착까지 마치고 나왔단 말이야. 그런데 장소! 이놈의 장소를 어떻게 하지?

드라마와 영화 속 키스 장면에서 어머~ 하면서 길에서 구경하는 이들, 본 적 있어? 그들은 항상 장소 선정에 그렇게 공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 기가 막히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심지어 길가에서 뽀뽀를 해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곤 하지. 하지만 우리네 삶은 그들과 다른걸. 띠띠빵빵 하는 차들이 싱싱 달리고 있고 집 앞에 가면 엄마를 마주칠 불안감이, 어딜 가든 자꾸만 사람들이 눈에 띄어. 그렇다고 차량 소유자도 아니고 내 명의의 집이 있는 것도 아니야.

구글에 첫 키스 장소 추천해주세요 하면, 딱히 나오는 곳도 없는 게 현실. 이럴 땐 사람들의 타임라인과 동선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아. 예를 들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노인정에 하루종일 계시지만 저녁에는 다들 집으로 돌아가신단 말이지. 이런 식의 역추적을 통해 장소를 물색해보는 거야! 복도며, 비상계단, 옥상과 영화관 등의 장소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입술의 만족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를 생각한다는 거야. 하루빨리 하고 싶은 생각에 장소물색에 급급해지는 것보다 서로 마음이 딱 맞았을 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잡히고 애정 어린 눈빛이 깃들겠지? 경험의 한순간으로,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항상 배려하고 생각해줘야 한다는 점! MODU 친구들은 잊지 말자.

 

#뽀뽀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사진] 분위기 굿, 뺨 안 맞고 무사히 서로 첫 뽀뽀에 성공했는데! 어디에 갈길 잃은 두 손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아무리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들어도, 첫 키스에서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것이 현실. 특히나 아직 많은 경험보다는 모든 게 처음인 우리에게는 더더욱 큰 과제. 서로 손을 맞잡도록 해. 주먹을 쥐도록 해. 차렷을 하도록 해. 라는 식의 팁은 적지 않을게. (예전에 멱살을 잡으라는 친구가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생각보다 자연스러울 것 같지 않니^^) 첫 키스에서 손은 충분히 어색하고 갈 길 잃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둬! 자연스럽게 손의 갈 길을 찾는 것이 결코 NICE! 하지만은 않다는 것. 침 흘리는 턱을 닦아도 되고 정말 주먹을 쥐어도 괜찮아. 성적 호기심에 휩싸여서 여자친구의 동의와는 무관하게 아무 곳에 손을 얹는다거나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성을 내는 행동은 아주 오랜 시간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된다는 사실도 꼭 잊지 말자.

좋아하는 상대를 만지고 싶고 가까이하고 싶고 그 체온을 느끼고 싶은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것 때문에 고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아기를 보면 뽀뽀해주고 싶고 강아지도 주인에게 날름날름 애정과 존경을 표현하는 것처럼 당연한 본능인 스킨십. 하지만 꽁꽁 숨겨놓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지나치게 집중해버린다면 당연한 욕구가 못생기게 변질되어버리기도 하니 그 점, 꼭 잊지 말자!

첫사랑, 첫 키스, 첫 데이트와 처음 손잡은 날…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애틋하게 기억되는 일이 되는 만큼 이 따듯한 봄날 다들 꼭 성공할 수 있기를>_<

 

아, 안경 끼고 뽀뽀,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함.

 

 

 

봄날의 핑크팁과 블랙팁

#핑크팁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어

자, 우리의 이마를 덮고 있는 앞머리가 야외에서는 더욱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다들 잘 알고 있지? 특히나 한강 같은 곳은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곳으로 위험지역임에 분명해. 데이트 나가기 전 앞머리에 스프레이 한 번 뿌려주는 것을 추천. 모근 주변으로 한번 쏴아 하고 뿌려주면 떡 져 보이지도 않거니와 거센 폭풍이 아니고서야 마구 바람에 날려서 방긋 웃는 내 모습을 흉치 않게 도와준다구!

꽃놀이를 나가는데 구두와 짧은 스커트보다는 산뜻하고 발랄한 느낌을 강조하면 또 다른 매력이!

항상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이해하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에 부담스러운 옷차림보다는 교복, 평소 데이트 때 입는 샤랄라보다 청바지에 티셔츠나 니트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굿굿! 자칫 심심해지기 좋은 패션에 머리띠나 귀여운 양말, 어깨에 얹은 니트로 센스있는 옷차림 추천추천.

여자친구를 위해 마실 것 깔고 앉을 것을 준비하는 센스는 박수받아 마땅! 너무 과하지 않게 벤치에 앉을 때도 손수건을 깔아주고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모두 다 준비하라는 것이 아니야. 혹시나 구두를 신고 나온다면 물집 잡힌 곳을 덮어줄 밴드 하나, 목마를 때 따줄 물 한 병, 잔디 위에 앉기 좋게 미니 돗자리, 언제든지 벗어줄 수 있는 가디건이나 자켓까지 더한다면 정말 사랑스럽겠지?

여자친구는 항상 남자친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 가득한 얼굴보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라면 오늘 집에 가는 그 순간까지 행복한 시간이…(부끄)

 

#블랙팁

한강에서 혼자 짜장면 시켜 먹기 좋은 자리

여의도보다는 반포 한강공원을 추천할게. 여의도는 커플이 만개한 벚꽃과 같이 흐드러져 있다면 반포공원은 가족단위가 더 많은 곳이야. 배달음식도 시켜 먹기 더 편하고 벤치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강만 보고 앉을 수 있는 스탠드(운동장 주변으로 층층이 앉는 계단식 관람석)도 많아서 혼자 있기에도 굿굿. 주의할 점은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많기 때문에 음식 뺏기지 않도록 조심해^.~

 

 

필자소개:  권탐

밤이면 자? 통화가능 해?라고 울리는 전화 때문에 비행기모드를 선호하는 만인의 연인.

*팬심 가득한 레터와 사연, 제보는 여기로 contents@modumagazine.com 불만은 안 받음:P

 

그림/김윤지

http://blog.naver.com/vym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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