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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별호] 정부와 언론 사이의 약속, 엠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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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언론 사이의 약속, 엠바고

글 – 임수정

올해 1월경에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우리 선원들을 구출하는 국방부의 제1차 구출 작전이 (일명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작전 수행 도중 일부 언론에게 보도되어 사회가 시끄러웠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언론사와 정부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요. 그 논란의 중심에는 정부에서 작전내용의 보도를 잠시 미뤄줄 것을 요청한 ‘엠바고(Embargo)’가 있습니다.

사건소개

다들 이와 관련된 뉴스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들어는 봤을 것 같네요. 이 글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정부와 언론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엠바고(Embargo)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삼호주얼리호는 지난 1월 15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었어요. 납치를 해서 해당 국가에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게 소말리아 해적의 잘 알려진 수법이죠.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피랍사건에 대해 몸값을 주는 대신에 강경하게 군사적으로 대처하기로 하고 구출 작전에 돌입했어요. 1차 구출 작전은 1월 18일에 이루어졌는데, 이 작전에 최영함이 파견되었어요. 이 구출 과정에서 해적 여러 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되기도 했죠. 그런데 해적들이 항복을 하는 척하는 속임수를 쓰는 바람에 1차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게 됐어요. 그 후 국방부에선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라고 불리는 2차 작전을 개시했고 1월 21일 최영함과 대한민국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해군특수전여단)가 투입되었어요. 결국 해적들을 제압하고 삼호주얼리호에 탑승하고 있던 21명의 선원 전원이 구출되었어요. 대한민국 해군의 사망자는 없었고, 8명의 해적을 사살했으며 5명은 생포하는 성과를 얻었어요. 다만 안타깝게도 석해균 선장이 복부에 심각한 관통상을 입었지요.

 

좀더 깊이 알아볼까요? 실제로 정부는 기자들에게 1차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최종 구출 작전이 끝날 때까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엠바고’를 요청했었어요.

엠바고란?

-언론에서 ‘어떤 뉴스기사를 일정시간까지 그 보도를 유보하는 것’을 말해요. 즉, 정부기관 등의 정보제공자가 어떤 뉴스나 보도자료를 언론기관이나 기자에게 일정시간 이후에 공개하도록 요청할 경우, 그 뉴스의 보도를 미루는 것이죠. 하지만 정부가 엠바고를 요청한다고 해도 언론사가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 하는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일종의 신사협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논쟁 속에서 엠바고를 요청한 정부의 입장과 엠바고를 파기한 신문사들의 입장을 들어볼까요? 정부는 언론사에게 왜 1차 구출 작전에 대한 보도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을까요? 엠바고 요청에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1) 보충취재용 엠바고

– 사건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미리 취재원으로부터 발표내용 등에 대한 보충취재가 필요할 때 요청하는 엠바고에요.

⑵ 조건부 엠바고

– 뉴스가치가 있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예견할 수 있으나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 쓰는 엠바고에요.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기사화 한다는 조건으로 보도자료를 미리 제공받는 것이지요.

⑶ 공공이익을 위한 엠바고

– 국가 안전과 국익과 직결되거나 인명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일 경우에 요청되는 엠바고에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특정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 시한부 보도중지의 경우를 뜻하지요.

⑷ 관례적 엠바고

– 외교관례를 존중하여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되어 있는 협정 또는 회담개최에 관한 기사를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도중지하는 것이에요.

 <출처: 네이버 용어사전>

이런 네 가지 이유 중 국가가 이번 사건에 엠바고를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3)번입니다. 정부는 ‘피랍 선원 안전’을 이유로 들어 언론사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했어요. 아무래도 작전이 보도되면 해적들 귀에 들어가 그들을 자극할 수 있고, 그것이 피랍된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엠바고를 파기한 언론사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산일보>,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 등 3개 신문사에서 군사 작전 실패에 관련된 기사를 정부의 요청 기일 이전에 보도했어요. 정확히 <부산일보>는 20일 1차 구출 작전이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보도했어요.

보도 후에 논란이 일자 <부산일보>에서는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아 엠바고 요청을 듣지 못했던 것이라 밝히고 관련 기사를 내렸지요. 하지만 <미디어오늘>와 <아시아투데이>는 이미 사안이 알려진 만큼 사안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1차 구출 작전 실패에 관한 기사를 연일 보도했어요.

즉 한 번 보도된 사안은 엠바고가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확한 사실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작전 실패의 보도가 해적들이 청취할 확률이 지극히 낮으며 따라서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에요.

정부와 언론 모두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관련 사실이 보도됨으로써 납치된 선원 또는 구출 작전을 펴는 군에서 생길 피해는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신문사 자의적으로 피해의 가능성을 낮다고 판단하고, 보도를 감행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될 수 없을 거에요. 

하지만 모든 경우에 언론사들이 정부의 엠바고 요청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에요. 정부의 엠바고 요청 목적을 잘 따져보고 그 이유가 합당한 것이라면, 그 때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다만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을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국익’이란 개념을 자칫하면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국가의 경제적 성장을 위해 보도가 제한되는 것은 ‘제4부’로서 정부를 감시하는 언론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죠. 국민과 공동체 등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일 때, 엠바고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엠바고의 명암

우리나라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정부의 언론탄압이 심했었죠. 정권에 대한 비판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엠바고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이 1960년대 군사 정권이었다는 점도 그러한 맥락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탄압의 인상을 최소화하고 교묘히 언론을 조정하려는 방식으로 언론통제의 수단으로 엠바고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정부가 언론에 요구하는 엠바고가 너무 많았고 그 과정도 권위주의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취재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오용되거나 남발되어 왔죠.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정부에 의한 보도자제나 보도금지 조치에 예민해요. 정부는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 아닌 명백하게 국민 또는 나라를 위한 것에 엠바고를 요청해야 하며, 이러한 요청의 이유가 정당하다면 겸허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세입니다.

[생각해 볼거리]

1. 해적은 진압되고 선원은 구출됐지만, 그것으로 끝난 문제가 아니에요. 해적들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하기로 공표를 했으니까요. 지속적으로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2. 엠바고 요청을 무시한 언론사에 정부는 강력한 제재를 가했어요. <부산일보>에는 출입정지 1개월을 내렸고, 나머지 두 신문사에게는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는 다소 무거운 징계를 내렸어요. 정부의 이러한 제재가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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