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세계

[23호] 낭만 돋는 오빠들, 서울대 미학과

낭만 돋는 오빠들, 서울대 미학과

미(美)와 예술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인터뷰/글 진주영

MODU 표지모델은 꿈신 태훈 대표님의 선택에 달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진실 혹은 거짓. 노코멘트하겠다. 어쨌거나 개인마다 선호하는 아름다움,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울까? 이것은 왜 예술일까?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어디까지가 예술인가를 공부하는 사람들. 이름만큼이나 낭만 돋는 오빠들을 만나고 왔다. 서울대 미학과. Here we go!

안녕하세요. 우선 미학과!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지 궁금하네요.

남엽_ 미와 예술에 관한 학문을 공부하는 곳이에요. 쉽게 말하면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미(美)에 대해 이야기한 것들을 배우는 거에요.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공부한 철학자들의 사상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에요.

운성_ 그렇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역사 속에서 미(美)라는 단어가 어떻게 여겨져 왔는지, 어떤 식으로 아름다움이 추구되었는지, 아름다움이나 예술을 정의한 방식 등에 대해 다루죠. 이런 것들을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미와 예술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하는 법을 배우는 거에요.

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남엽_ 제가 입학할 때는 인문학부로 들어와서 2학년이 돼서 각자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에는 역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수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동기부여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오병남 명예교수님의 <미학과 예술론>이라는 수업을 접했는데 신기했어요.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 정도로 생각할 수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수업 때문에 미학과를 선택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운성_ 고등학교 때 윤리 과목을 진짜 좋아했어요. 원래는 철학을 전공하려고 했죠. 그런데 철학 수업을 들어보니까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더라고요. 사학과 수업도 들어봤는데 저랑 안 맞았어요. 그러다가 <일상의 미학>이란 책을 읽었는데요. 일상 속에서 저자가 느낀 미를 편하게 풀어쓴 글인데 ‘행복하게 살자’는 제 인생관이랑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오병남 명예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찾던 낭만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어떤 과제를 내주시면서 ‘벚꽃이 다 떨어질 때쯤’ 제출하라고 하신 적이 있거든요. 진짜 낭만 있고 멋지잖아요? 이런 분이 있는 곳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미학과로 정했어요.

저도 오병남 명예교수님 수업 들어보고 싶네요. 이 외에도 인상 깊었거나 재미있었던 수업 하나 소개해주세요.

남엽_ <기호논리학>이란 수업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철학과 전공인데 미학과 수업으로도 인정돼요. 인간의 사고를 오로지 논리로만 분석하는 수업이에요. 예를 들면 삼단논법 같은 건데요. 우리가 살면서 하는 생각들을 굳이 3단으로 나누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서 사고가 체계화되는 느낌이 좋아요 . 한 계단, 한 계단 차곡차곡 올라가는 논리! 이런 것들도 살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운성_ 저는 <미학원론>이란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축제기간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란 질문을 던져주시면서 조를 짜주셨어요. 그러면서 1만 원씩 줄 테니 밖으로 나가서 조별로 논의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 날 수업은 그걸로 대체한다면서요. 친구들이랑 잔디밭에 앉아서 예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 그 자체로 충분히 좋았죠. 그때 나눈 대화들이 거창하고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요. 

정말 낭만이 있는 과인 것 같은데요. 미학과가 말하는 대학의 낭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운성_ 저한테는 순간순간이 아름다움이에요. 예전 시험기간에 후배들이랑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소화시킬 겸 과방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놀았거든요. 그러다가 학교 연못에도 가서 막 거기서도 똑같이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심지어는 음악 틀고 춤도 추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 그 후배들! 참 낭만이죠. 이렇게 저랑 관계 맺은 사람들이랑 똑같은 일을 한다는 그 자체가 순간순간 낭만인 것 같아요.

남엽_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캠퍼스를 빠져나갈 때가 기억나는데요. 주변이 관악산이라 공기도 정말 좋은데 특히 밤 공기는 기분도 상쾌해지고요. 또 조용한 캠퍼스를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드는데요. 그런 시간이 저한테 동기부여도 되고 낭만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낭만하면 캠퍼스 커플이 빠질 수 없죠! MODU 독자들을 위해 썰을 풀어준다면요?  

남엽&운성_ 많죠. 지금까지 들었던 달달한 이야기 몇 개만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는 개강 첫날, 한 신입생이 강의실을 물어봤대요. 친절하게 알려주고 그 친구도 자기 수업을 갔어요. 그런데 사실 그 신입생이 물어본 강의실이 제 친구 강의실이었는데 모르는 척 알려준 거죠. 그리고는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서 잘 찾아왔냐며 인연이 시작되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캠퍼스 커플이면 온종일 같이 있을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장미꽃 한 송이씩 주기도 한대요. 또 어느 날은 장미랑 천일홍이란 꽃을 같이 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장미처럼 사랑하고 천일홍만큼 오래오래 만나자’라고요. 장미는 화려하게 꽃 피우고 금방 시들지만, 천일홍은 오래오래 피어있고 시들어도 색은 변하지 않는 꽃이라나 뭐라나.

와, 미학과! 점점 더 빠져드네요. 심지어 답사도 간다고요?

운성_ 1년에 1번 정도 가는 편이에요. 보통 2박 3일이고요. 올해는 전남 해남, 보길도, 고창 등지로 다녀왔어요. 이번에는 동양 미학과 관련해서 윤선도 시인의 흔적을 느끼고 왔다고 보시면 되고요. 미학과생, 미학과를 희망하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님도 함께 가니까요. 친목도 다지고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죠.  

미학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변화된 부분이 있나요?

남엽&운성_ 아무래도 미학을 공부하기 전보다는 예술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죠. 세상을 좀 더 논리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특히 예술 분야에 있어서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그 가치를 생각하게 되고,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생겼고요.

미학은 순수학문이라 졸업 후 진로도 다양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남엽_ 우선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에요. 그런 다음 변호사나 공채 공무원 등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고요. 미학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지적 재산권 등 예술 관련 공직에서 일하고 싶어요.

운성_ 저는 취업을 할 수도 있지만 최종 목표는 사업하는 사람이 되는 거에요.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어요. 저희 말고 다른 미학과 친구들의 진로를 알려드리자면 45%는 취업, 25%는 대학원, 연구소, 유학 등이고요. 15%는 언론계로 진출하고 5%는 사법, 행정 쪽이에요. 나머지 10%는 그 외의 진로들인데 예술가가 여기 속하죠. 실제로 예술을 좋아해서 오는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  

미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남엽_ 예술을 다루지만 그보다는 논리적 사고가 더 중요한 과에요. 단순히 예술을 좋아하거나 예술 행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진학한다면 실망할 수 있어요. 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오병남 명예교수님의 <미학강의>, 진중권 교수님의 <미학 오디세이> 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리고 평소에도 이게 왜 예술일까 생각해보고 글도 써보고요.

MODU 독자들과 내년 벚꽃이 질 때쯤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낭만이 생기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엽_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저 역시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게 힘들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우선 방향이 정해지면 그 길을 따라 쭉쭉 나아가는 것, 주관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길을 가는 일!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와서 제일 후회한 것은 시간이 흐르게 그냥 뒀다는 거에요. 내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데 시간이 제 삶을 선택한 것 같아 제일 아쉬워요. 여러분은 마음속 소리에 집중해서 잘 들어보세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등. 그 소리를 열심히 듣고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운성_ 저는 미학과 사람들이 참 좋은데요. 그 이유는 대부분 소신 있게 자기 길을 걷기 때문이에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 이런 친구들을 만났다는 게 정말 행운인 것 같거든요. 여러분도 색깔 있는 사람이 되세요. 현실에 부딪혀 잠시 색을 숨기더라도 그 색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입시나 공부가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인생을 길고 넓게 보는 연습을 하세요. 저도 계속 고민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제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수능 본 친구들은 물론이고 2학년, 1학년 친구들도 공부하느라 애 많이 썼어요. 이제 연말이니까 좀 쉬면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세요. 대학만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크게 넓혀보세요. 그런 후에 후회 없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다 잘 될 거에요!

깨알 인터뷰
 
미학과 남녀비율이 궁금해요! 
남엽&운성_ 여자 60%, 남자 40%!
 
미학과에 가려면 우선 학부로 입학해야 하나요?
남엽&운성_ 저희 때는 그랬는데요. 지금은 정원의 70%는 미학과로 바로 입학하고요. 나머지 30%는 우선 학부로 들어와서 나중에 미학과를 선택한 친구들로 이뤄져 있어요.
 
미학과 철학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남엽&운성_ 근본적으로 대상이 다른데요. 철학은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고 미학은 미(美)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아름다움을 다루면서 감성적인 면도 함께 다루고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배운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연구하는 대상 자체가 다른 거죠.
 
미학과, 미술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이름만 봐서는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가요?
운성_ 미학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철학 쪽에 더 가깝죠. 미술사학과는 한 그림을 두고 어느 시기에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 화가의 삶은 어땠는지 등의 지식을 배우고, 그 그림에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등의 과정을 배운다고 알고 있어요. 고고미술사학은 직접 발굴 같은 것도 한다고 들었고요. 미학이랑은 다른 학문이죠.
예술이 좋아. 철학이 좋아. 역사가 좋아. 미술이 좋아?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다면?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미학과, 홍익대 예술학과, 경기대 미술경영학과,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명지대 미술사학과,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등 여러 학과가 있으니 학교 홈페이지 고고싱! 이 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학과나 사학과도 유심히 살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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