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3호] 플랜트 엔지니어 권순일, 강정헌

세계를 짓는 사람들, 플랜트 엔지니어

삼성 엔지니어링 엔지니어 권순일, 대우건설 엔지니어 강정헌

 

인터뷰/글 진주영

 

옛말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 있지?

이제 이 속담을 이렇게 바꿔보자.

잘 만든 공장 하나 열 MODU 안 부럽다고.

뭔 소리냐고? 플랜트 엔지니어 손을 거친

공장 하나가 한 나라 경제를 바꾼다는 뜻이야.

MODU는 아직 우리나라 경제까지는 못 바꿨거든. 예전에 베트남에 생긴 비료공장 덕분에

비료수입 가격이 1/10 정도도 낮아지기도 했다고!

엄청난 변화지.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공장을 짓는! 아니, 세계를 짓는

플랜트* 엔지니어의 세계로 고고싱!

*플랜트산업 : 전력, 가스, 석유, 담수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짓는 산업

 

_SAM4360.JPG

 

플랜트 엔지니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순일 우선 큰 틀부터 알려드릴게요.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공장을 지어주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말합니다. 엔지니어링 사업 구조는 3가지로 설계, 조달, 시공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요리에 비유하자면 설계는 레시피를 쓰는 일, 조달은 재료를 준비하는 일, 시공이 바로 요리를 하는 일이에요.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면 이러한 3가지 과정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일을 말합니다. 흔히들 건설업이랑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건설업은 앞서 말한 3가지 중 시공에만 중점을 둔답니다. 그런 점에서 엔지니어링이 좀 더 넓게 다룬다고 할 수 있죠. 현재 저는 위에서 말한 3가지 업무들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사업관리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정헌 저는 요리 레시피를 쓰는 일, 설계 업무를 맡고 있어요. 온도와 압력을 얼마만큼 견디는 재질이어야 하는지, 어떤 물질이 쓰이면 안 되는지 등의 여러 조건을 정하는 일이에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여기서 잘못되면 계속 다시 하고 또 하고 반복이거든요.

업무 진행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순일&정헌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3년 정도 진행합니다. 그 이상인 경우도 많고요. 한 업체에서 얼마짜리 어떤 공장을 짓겠다며 공모를 하죠. 그러면 각 회사에서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고 견적을 내죠. 견적이라는 것은 마감일, 비용, 업무의 질 등을 포함하는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이 되면 상세설계를 진행합니다. 보통 조달, 시공도 거의 함께 시작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빨리 끝나니까요. 설계에서 어떤 자재를 사는 것이 좋을지 조달에 주문을 내죠. 자재가 구매된 현장에서 용접 등 시공을 하고요. 조달, 시공 단계에서 오류가 나는 것들은 다시 설계해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3단계가 딱! 딱! 딱! 끊어지는 일이 아니라 함께 이뤄지는 편이죠. 이런 것들을 꾸준히 관리해서 결과물이 나오면 프로젝트가 끝나는 거에요.

 

_SAM4420.JPG

 

대학에서는 무엇을 전공했나요?

정헌 화학생물공학을 공부했습니다. 전공 선택 이유는 고등학교 때 화학을 잘했거든요. (웃음)

순일 저도 화학생물공학과*를 전공했어요. 아쉽게도 고등학교 때 진로 탐색을 깊이 한 편은 아니거든요. 졸업 후 최대한 다양한 분야로 갈 수 있는 과를 찾아 진학하게 됐죠.

*화학생물공학과 : 화학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학문이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든 화학 공정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산업현장에서 매우 유용한 부분을 배우는 과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전공과 현재 직업의 연관성이 꽤 높은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정헌 취업을 하기로 하고 나서 어느 분야로 갈지 고민했었어요. 전공을 살리면 정유 회사, 화학제품을 만드는 곳이나 엔지니어링 등으로 진출하게 되는데요. 엔지니어링을 택한 거죠.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나랑 맞는 일인가와 함께 근무지나 처우 등의 조건도 고려했어요. 학부 때 관련 수업들을 들어보니 괜찮더라고요. 또 엔지니어링은 해외 현장으로 파견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에서 일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계속 서울에서 자랐으니까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현재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순일 조직관리, 인사관리 등의 직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일을 하려면 제조업보다는 전통 엔지니어링 쪽이 맞거든요. 전공을 살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도 하자 싶었죠.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슬슬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경영학 관련 수업도 듣고요. 특히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신입부터 관리 직무에서 일할 수 있어서 이곳을 택하게 됐죠. 저도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데요. 제가 관리했던 업무들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고, 이게 한 나라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사명감도 생기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IMG_0615.jpg

 

해외 현장경험은 필수라고 들었는데요. 

순일 그렇죠. 어떤 일이든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잖아요. 직접 현장에 나가서 경험해야 다양한 변수에 대한 감도 익히고요. 스스로 경력도 더 쌓이는 거고요. 전체를 봐야 일할 때 좀 더 깊게 이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업에 있으려면 아무리 못 나가도 1번은 나갔다 와야 해요.

역시나 해외 현장에 다녀왔다고요?

정헌 입사한 지 2~3개월 후에 4개월짜리 OJT* 연수로 해외현장에 다녀왔어요. 아랍에미리트 수도인 아부다비란 곳에 갔었는데 수도인 만큼 꽤 큰 도시에요. 안타깝게도 제가 있던 현장은 수도 중심지에서 300~400km 떨어진 사막이었죠. 저는 정유 시설을 짓는 곳에 발령받았어요. 당시는 땅을 파고 있던 시점이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현장에서 생활해보는 경험은 물론이고 문서관리 등의 업무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순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으로 작년 초에 나가서 올해 7월에 돌아왔어요. 14개월 정도 있었죠. 제가 간 곳은 Empty Quarter라는 모래사막이었는데 빈 땅이라는 뜻이에요. 이곳은 현장 중에서도 정말 오지로 소문난 곳이에요. 모든 현장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니 MODU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IMG_3363.JPG

 

사막, 오지 등의 해외 현장! 적응하기 힘들지 않나요?

정헌 아랍에미리트는 금요일만 쉬고 나머지 6일은 일하는 이슬람 국가에요. 하루만 쉬니까 어디 놀러 가기도 어렵더라고요. 두바이에 간 적이 있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발했어요. 그렇게 서둘러도 낮에 도착해서 5~6시간 놀고 또 바로 귀가해야 하니까요. 피곤해도 그날만큼은 즐겁고 좋죠. 그렇지 않은 날은 외롭고 즐길 거리가 적으니까 그게 조금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순일 저는 입사 때부터 진행하던 프로젝트 현장으로 파견됐어요. 문서로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남들보다 더 각오하고 갔죠. 일하면서 언젠가는 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오지였지만 크게 당황스럽진 않았어요. 일단 매우 덥습니다. 한낮에 50도 이상 올라가거든요. 10분 정도 밖에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 뜨거움이에요. 또 한국 음식을 먹긴 하지만 현지 재료를 쓰기 때문에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취미생활도 많이 하고 놀기 위한 프로젝트도 몇 개 했었죠.

반대로 인상 깊었던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헌 아까 말한 것처럼 두바이 같은 곳에 놀러 가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또 현장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같이 운동도 하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면서 문화차이도 느끼고 했던 게 좋은 경험이 됐죠. 서로 본국에서 살아가는 환경도 많이 다르고 하니까요.

순일 저는 현장에 야구 베팅머신을 설치했어요. 보통 현장 숙소에 웬만한 건 다 있거든요. 영화관, 스크린 골프, 당구장, 오락시설 등등. 그런데 야구 베팅머신은 없길래 미국에 있는 한 회사에 견적서 보내고 우리 회사에 구입 허가도 받고요. 프로젝트 비용으로 결제했죠. 그런데 막상 야구 방망이가 군용용품으로 취급돼서 못 들어온 거에요. 다른 것들은 다 설치가 되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참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야구 방망이로 빵빵 잘 치고 있을 거에요.

 

IMG_0669.jpg

 

일할 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정헌 기본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려면 배짱이 필요해요. 특히 엔지니어는 꼼꼼함이 필수예요. 설계가 잘못되면 모든 과정을 다시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설계에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수치를 내야죠.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책임감도 필수적이죠. 대충 이렇게 저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또 긴긴 과정을 이겨내야 하니까 인내심도 필요하고요.

순일 약간 의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 만나는 데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면 좋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소통하는 법을 잘 아는 친구면 적응하기 쉬울 거에요.  

MODU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순일 혼자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봤으면 해요.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하고 다른 부분도 많으니까요. 어떤 진로든지 어려운 부분은 있으니까 최대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인생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이 길만이 내 길이라고 선 긋지 말고 여러 경우를 생각하는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잘못된 선택으로 힘들 수는 있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인생이 망하지는 않거든요. 마지막으로 학생 때가 정말 최고의 시기임을 잊지 마세요. 부럽습니다.

정헌 고등학교 때 이렇게 진로잡지도 보고 진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럽네요. 공부하기도 바쁘겠지만 꾸준히 고민하면서 삶의 방향성을 정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고요. 계속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거니까요. 계속 그렇게 자기 속도에 맞게 방향성을 찾길 바랄게요.

 

IMG_3355.JPG

MODU가 준비한 토막 상식
건축? 플랜트? 토목? 뭐가 다른가요? 
건축은 사람을 위한 건물, 플랜트는 기계를 위한 건물을 짓는 것! 토목은 다리, 교각 등 사회 기반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쉬워!
관련 전공은? 꼭 화학공학과여야만 하나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해. 플랜트 사업은 크게 정유 플랜트와 발전 플랜트로 나눌 수 있어. 정유 플랜트에서는 화학공학과가 유리한 부분이 있지. 발전 플랜트는 연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분야인데 기계, 전기 등 여러 전공자가 함께 일하는 편이야. 실제 플랜트 업체에서도 부서가 계장(전기공학과), 배관(기계공학과), 가스(화학공학과) 등으로 나누어져 있기도 하다니 참고!
해외 현장 파견, 연봉도 오른다고요?
평균적으로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1.5~2배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해. 삶의 터전을 떠나 고생하는 만큼 회사에서도 보상을 해주는 거지! 하지만 한국에서의 실제 근무량과 비교했을 때보다 업무 강도는 강한 편이기도 하다고! 그 이유는 해가 뜨면 일하기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일하기 때문이래. 단순히 많이 받는다고 좋아할 건 아닌가 봐.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