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호] 독학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고졸 건축가, 안도 다다오
독학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고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글 권태훈
安藤忠雄 Tadao Ando (1941년 9월 13일 ~ )
12월이다. 고1,2는 1~2년 후를 상상하며 이 문단을 읽어봐. 고3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고 어디 대학, 학과를 지원할까 고민도 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겠지. 정시 시즌, 대학을 꼭 가야 할까란 생각도 들고,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와서 우울하기도 할 거야. 함께 생활한 친구 중 누구는 어디 대학에 붙었고, 누구는 성적이 잘 나오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 것이야. 그런데 만약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어떨까? 우선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면 부모님께 혼나는 건 기본이고 친구들도 왜 그러냐고 물어보겠지. 그리고 그냥 아는 주변 사람들도 다 물어보겠지. 왜 대학에 가지 않느냐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재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마치 대학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지. 너희 생각은 어때?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대학에 가야만 내 인생의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걸까?
지금부터 MODU 친구들에게 소개할 사람은 공업 고등학교를 끝으로 대학에서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일절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야. 남들 다 공부하는 젊은 시절에는 트럭 운전사와 프로복서로 활동하며 돈을 벌었어. 이 돈으로 그는 세계 여행을 떠나지. 그리고 수많은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아. 여행과 책, 이 두 가지 독학을 바탕으로 스스로 건축이란 무엇인가 공부했다고 해. 게다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건축 관련 대회를 휩쓸었으며 1995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영예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어. 바로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야. 그는 자연과의 조화, 빛과 물을 가장 잘 사용하는 건축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 불리는 미국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을 포함해 주택, 공공건물, 교회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건축 활동을 하고 있어. 한 편의 소설 같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평범한 공고생, 여행과 책으로 건축 독학을 시작하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공업 고등학교 기계과를 다니던 안도는 고2 때 도쿄 여행을 다니다 운명처럼 일본 최고의 호텔 ‘제국호텔’과 마주하게 돼. 1890년에 만들어진 제국호텔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최고급 서비스를 자랑하는 호텔인데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당시 최고의 기술과 비용을 들여 만들었지. 안도는 제국호텔에서 느껴지는 정통건축의 아름다움과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엄청난 영감을 받고 건축 공부를 시작하게 돼.
-제국호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독학으로 아돌프 로스, 루이스 칸, 르코르뷔지에 등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품과 책을 읽고 따라 그리며 공부하였는데 그중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이 안도의 마음을 사로잡았어. 안도는 대담하게도 직접 르코르뷔지에를 만나고 배우겠다며 그가 살고 있는 파리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데 이때 안도의 나이는 불과 24살이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도가 파리에 도착하기 직전 르코르뷔지에는 세상을 떠났고 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어. 하지만 안도는 건축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고 해. 1962년부터 1969년까지 약 8년 동안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건축물들을 몸소 느끼고 배우기 시작하지.
기존 건축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각종 상을 휩쓸다
1969년 일본으로 돌아온 안도는 오사카에 자신의 첫 건축사무소를 열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돼. 사실 좋은 대학교의 건축학을 전공한 기성 세계의 시각에서 볼 때 고졸 출신 안도의 작품과 존재 자체는 큰 도전이었어. 몇몇 건축물들은 일본 건축계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미요시 연립주택’이야. 이 집은 주변의 기와집들 사이에 끼워져 있어 다소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콘크리트 건물이야. 직사각형 상자 모양의 이 건축물은 비가 오면 방과 방 사이를 다닐 때도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건물 내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 물론 이것만 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집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에어컨도 필요 없이 바람과 빛만으로 생활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해. 즉 상황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양상, 빛과 바람의 변화양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 이러한 건축물에 대한 실용성과 창의성 문제는 한때 건축계의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하지만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고 일본 건축학회장상을 수상했어. 이후 안도가 만든 건축물들은 일본 문화디자인상, 오사카 예술상, 핀란드 건축가협회상,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상 등을 휩쓸었고, 안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자리 잡기 시작하지.
그의 건축 세계, 그리고 성공
주택, 박물관이나 미술관, 교회와 절 등 다양한 건축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였지만 변하지 않고 안도의 건축물들을 관통하는 공통점들이 있어. 소재로써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면서 신체와의 접촉이 있는 곳은 나무와 흙 등의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것이지. 이를 통해 사용자가 몸으로 자연을 직접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지.
“주어진 장소에서 살아나가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안도의 건축 철학과 생각을 잘 드러내 주는 말이야. 그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 고베의 로코하우징, 산토리 미술관, 미국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아와지 꿈의 무대 등은 모두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기하학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고 있어. 이러한 성취들을 인정받아 안도는 예일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등 세계 최고의 대학교들로부터 객원교수로 초빙받아 강의하였어.
그리고 1997년에는 마침내 고국인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도쿄대학의 건축학과 교수로 정식 취임하면서 일본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어. 대학을 나오지 않고 전문적인 건축교육도 전혀 받지 않은 건축가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도쿄대학에서 건축학 교수가 되었다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지.
안도 역시도 처음 도쿄대학으로부터 교수 제의를 받았을 때 농담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해. 고졸 학력,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 외국에 나가보기 위해 권투선수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특별한 이력, 제도권의 건축교육 경험이 전혀 없는 안도 다다오. 그가 혼자 배우고 맞부딪쳐서 익힌 그만의 건축철학으로 남들이 악조건이라 부르는 것들을 모두 이기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거야.
비록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지 않더라도 꿈과 열정, 그리고 노력만 있다면 한 분야에서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입증한 안도 다다오. 마지막으로 왜 건축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그의 대답을 그대로 소개하며 글을 마칠게.
“직업으로 왜 건축가를 택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도 잘 알 수 없지만,
결국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구상을 정리하거나 스케치하는 것이
즐겁다. 도면을 그리기 시작하면
밥 먹는 것까지 잊어버리게 된다.
마음속으로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