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멘토칼럼

[22호]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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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김경헌 이사

여러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봤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재미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남들이 보았을 때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고, 웃기고, 그 사람의 삶 자체에 흥미가 가득해 보이는 그런 사람. 저는 지금까지 남극을 제외한 5개 대륙 43개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돈을 모아 여행 경비를 마련했고, 배낭을 들쳐 매고 다양한 나라의 거리를 걷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의 지경을 넓혀 갔습니다. 당연히 재미있는 경험과 이야깃거리들도 한 보따리 간직하게 되었고요. 방송 출연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2008년에는 Mnet ‘서인영의 카이스트’란 프로그램에 서인영의 과외선생님으로 출연했었고, 올해에는 tvN의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방송 활동을 하시는 다양한 분들과 교류하며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 삶을 보며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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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재미있는 삶’이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는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나는 행복한가’,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대로 살고 있는가’,‘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라고 묻고, 그 대답 여부에 따라 삶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나갈 수 있는 삶,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보고자 합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한 저에게 대학 생활은 큰 좌절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 이공계의 산실과 같은 그곳에서, 제가 이과보다 문과 성향이 훨씬 더 강한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자는 좋은 학교에 진학했으면서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생선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귀한 해산물이 풍부한 아름다운 섬나라에 살라고 한다면, 그곳이 아무리 천혜의 휴양지여도 그 사람은 행복할 수 없겠지요. 제 심정이 그와 같았고, 저는 방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박탈감이라는 감정은 늘 상대적인 비교에서 출발하지요. 누군가와 비교해서 내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사람은 좌절과 의욕 상실을 느낍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제가 ‘남과의 비교 없이 나만이 갖는 가치와 꿈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미처 통감하지 못했던 시기였고, 그런 제게 있어 과학 천재들과 함께 살아갔던 캠퍼스 생활은 매일매일 저의 한계들을 직면해야만 했던 힘겨운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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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내 삶이 재미있는지. 아니란 것을 확신한 저는 일반적인 KAIST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보기로 결심하고 대학 생활 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퓨전 재즈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네 번의 정기 공연을 가졌고, 국제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여 신청을 해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과외 등을 통해 열심히 여비를 모아 한 달간의 유럽 여행과 해외 오지 봉사활동을 경험했으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기획하고 준비하여 아시아 최대 이공계 대학생 국제 컨퍼런스인 ICISTS-KAIST (http://www.icists.org/)의 제1회 행사를 치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과 새로운 진로에 대한 탐색의 시간을 거쳐 대학교 졸업 후 맥킨지라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재직 동안 한국, 중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을 오가며 너무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이 고되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었지만, 기업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느끼는 보람과 제게 주어진 큰 책임감으로부터 오는 건강한 자극이 업무에 재미를 더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자극들이 잦아들기 시작하던 3년 차에, 저는 또다시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다 느끼는 가치대로 살고 있는가’, ‘지금의 내 삶은 행복한가’.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더 저를 엄습해 왔습니다. 런던에서 시작된 고민은 서울에 돌아와서 절정에 이르렀고, 저는 결국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훌륭한 직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금요일 날 회사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다음 날인 토요일,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좋은 직업적 조건과 대우보다 더 근본적인 원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반대 극단의 환경에서의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결정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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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와 남수단의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낸 3개월의 시간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생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참 행복을 정의할 수 있는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굵직굵직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렇게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와 태도가 재정의된 새로운 출발선에서 저는 또다시 새로운 길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에티오피아의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 기관에서 국가개발 5개년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하기도 했고,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컨설턴트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산 공정무역 수제화 쏠레블즈를 한국에 수입하면서 1톤에 가까운 양의 신발을 혼자 날라 보기도 했고, 지금은 IT 벤처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나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멋쩍어하기도 했고, 펜싱과 도예, 암벽등반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매번 찾아왔던 선택의 갈림길에서, 저는 변함없이 늘 제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자 그럼 또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재미있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재물, 건강, 유머감각, 좋은 친구…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답들이 있을 수 있고, 모두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삶의 새로운 방향을 앞에 두고, 그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길은 보통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일 수도 있고, 너무 험난해서 남들이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내가 원하는 재미있는 삶’을 향해 여러분의 발을 떼게 해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용기를 얻기 위해 정말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생각’과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합니까? ‘힘들다’, ‘지겹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불만 말고,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나’, ‘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와 같은 건설적인 생각 말입니다. ‘무엇을 할 때 즐겁고 보람되나’, ‘어떠한 사람을 본받고 싶나’, ‘이 세상에 어떠한 흔적을 남기고 싶나’와 같은 생각들을 통해 ‘재미있는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맹목적으로 눈앞에 주어진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까? 제가 단언컨대,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이런 고민을 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10년 뒤의 미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준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 전자는 앞서 이야기한 ‘생각’의 결론이 명확할수록 더 무게가 생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우리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질 때를 대비해 내 인생에 준비의 디딤돌을 놓아야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그 준비가 여러분이 매우 질색해 하는 (저 또한 그랬던) 공부일 경우가 대부분이겠지요.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모른 채 어떤 것을 하는 것만큼 지겹고 재미없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준비를 쌓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로소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낸 바로 그 순간, 펼쳐지는 날개의 넓이가 다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세요.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 머릿속 여행을 떠나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로부터 5년 뒤, 거기에 ‘준비’와 ‘용기’가 더해졌을 때, ‘재미있는 사람’ 되어 이 세상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여러분들을 마주하기를 소원합니다.

● 본 칼럼은 다양한 분야의 20대 리더들을 위한 Global Shapers Community 회원들의 연재 칼럼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만든 Global Shapers Community는 스위스 제네바 본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허브를 두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커뮤니티입니다.
● 김경헌 이사: 잘 다니던 글로벌 컨설팅회사를 나와 돌연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올라 1년 가까이 봉사활동과 국제개발 업무에 종사하다 귀국한 이후 엔터테인먼트, 공정무역 신발 사업, IT 벤처를 넘나들며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메일 kyunghun.kay.kim@gmail.com
트위터 @kayb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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