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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세계를 열광시킨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

할리우드와 전 세계 방송국을 열광시킨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
 권태훈
전 세계 최고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영화상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수상하고, 한국 드라마들은 세계 각지에 수출되며 수백억을 벌어들이고 있는 요즘. 우리 드라마와 영화 수준 및 경쟁력이 그만큼 크게 향상되었다는 뜻이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이 글을 읽는 MODU 독자들 중에서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관심 있는 친구라면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야 할 거야.
여기서 깜짝 퀴즈!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한국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가 수출로 벌어들인 총액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 무려 2억 5천만 달러 (대략 2천 6백 50억 원) 라고 해. 그런데 단 한 편의 영화만으로 전 세계에서 무려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프로듀서가 있어. 운이 좋았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시리즈 후속편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시리즈 총 3편으로 27.9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지. 영화뿐만이 아냐.
“영화와 TV 드라마는 전혀 다른 게 없다. 관객이든 시청자든 재밌게 해주려는 노력과 좋은 스토리텔링만 있으면 똑같이 전 세계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방송 프로듀서에 도전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드라마를 만들어냈지.  앞에 소개한 영화는 ‘캐러비안의 해적’,  뒤에 소개한 드라마는 바로 ‘CSI 과학수사대’야.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그 사람이 바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로 손꼽히는 제리 브룩하이머야.
미스터 블록버스터, 
마이다스의 손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과 ‘드라마 CSI’는 각각 해적, 그리고 과학수사라는 기존 영화계, 드라마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하고 차별화되는 장르와 스토리를 시도했어. 그래서 대부분의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이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지.
“나는 오래전에 이미 평론을 읽지 않는 것을 배웠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는 나 스스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궁극적인 평론가는 결국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이야말로 직접 돈을 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9 ~ 10달러를 내고 작품을 본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느꼈다면, 그야말로 실패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위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브룩하이머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그가 만든 TV 작품들은 방송계 최고, 최대의 행사인 에미상에 77번 노미네이트, 11회 수상하였으며 그가 만든 영화 중 25편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지.
조니 뎁, 탐 크루즈와 같은 명배우들이 먼저 찾아와 함께 작품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PD계의 슈퍼스타,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야말로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 방송, 영화계를 휩쓸고 있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신 아버지
브룩하이머는 어린 시절, 평범한 가정에서 굉장히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어. 독일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의 엄격한 교육 속에 영화는 유일한 탈출구였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꼈다고 해. 특히 영화의 보여지는 모습, 화면 구성과 비주얼을 신기하게 관찰하면서 그 자신도 비슷하게 화면을 연출해보고자 사진 찍기를 취미로 시작하게 되지. 이때부터 비주얼과 영상 연출에 소질을 보이며 그는 청소년 사진 콘테스트에서 좋은 상도 몇 차례 받곤 했어.
어린 시절 브룩하이머의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보수적이던 아버지의 한 마디였어. 아버지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영업사원으로 끊임없이 일하며, 간혹 오는 휴가만이 삶의 낙이던 불행한 직장인이었지. 자녀만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며 아버지는 브룩하이머에게 이렇게 말해.
“무슨 일을 하든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래서 아버지처럼 1년 내내 휴가만 기다리며 사는 사람이 되지 마라.”
이때부터 브룩하이머는 진지하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해. 그러다 문득 자신이 영화를 보며 느낀 막대한 즐거움과 쾌감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관객들이 나로 인해 기분 좋게 극장을 나가도록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로 좋아하던 영화를 진지하게 직업으로서 고려하기 시작해.
++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고
이젠 제작 일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즐겁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나의 인생 목표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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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의 성공을 뒤로하고 
할리우드로, 그리고 운명적 만남
그러나 브룩하이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첫 직장으로 광고회사에 다니게 되었어. 비록 영화 기술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광고 제작을 하면서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를 만드는 법, 영상 감각을 익히게 되지. 광고 업계에서 약 7년간 일하며 인정받고 성공했지만, 브룩하이머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던 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과감히 할리우드로 건너가. 첫 작품인 서부극 ‘카우보이 벤’, ‘아메리칸 지골로’ 등을 만들며 비교적 프로듀서로 순탄한 시작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지는 못하였어.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동갑내기 프로듀서인 돈 심슨을 만나게 되면서 브룩하이머의 제작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을 맞게 돼. 스토리에 강점을 보이던 심슨과 영상에 강점을 보이던 브룩하이머는 한눈에 서로의 장점을 알아보았고 환상의 콤비로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게 되지. 이후 그들이 만든 작품들의 성과는 눈부셔. ‘탑 건’, ‘나쁜 녀석들’ 등 약 13년 동안 함께 영화 11편을 만들었으며 이 중 9편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기간 작품들이 벌어들인 수익만 20억 달러가 넘었어.
CSI 포스터.jpg
위기는 곧 기회? TV 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영역 확장과 CSI의 탄생
최고의 프로듀서 콤비로 활약하던 심슨과 브룩하이머의 공조는 심슨이 1996년 52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깨지게 돼. 십 년 넘게 함께 호흡 맞추며 수많은 성공을 거둔 동료를 잃은 슬픔은 브룩하이머에게 가족을 잃는 것만큼이나 큰 고통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이제 그의 미래도 끝났다고들 말하기 시작했어. 그러나 브룩하이머는 좌절하지 않고 이 시기를 더 성장하고 자립하는 계기로 삼아 도약하기 시작해.
특히 혼자만의 작품 세계 구축을 위해 다시 노력하면서 영화를 떠나 TV 프로그램 제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지. 드라마, 리얼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였는데 이 중 대표작을 뽑으라면 단연 전 세계에 과학 수사 열풍을 불러온 CSI 시리즈야. 범죄 드라마에 과학 수사라는 새로운 포맷을 접목한 CSI는 극적인 반전 요소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함께 녹여내며 미국 TV 계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돼. 인기에 힘입어 시즌 14까지 계속 제작되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되었는데, 2009년에는 전 세계 7,380만 명이 이 드라마를 즐기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방송 드라마로 기록되었어.
나이를 무색하게 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CSI의 흥행 신화 이후에도 브룩하이머의 도전과 신기록 경신은 계속되었어. 다시 영화계로 돌아온 그는 당시 한물갔다고 여겨지던 해적 영화에 주목해. 무려 1,0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등 초호화 배우진과 함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를 탄생시켜. 도박과도 같았던 그 시도에 대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디즈니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시리즈 1편 블랙펄의 저주는 미국에서만 3,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해. 이후 2편 망자의 함은 개봉 당일 최다 관람 수입 신기록을 경신하고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영화 매출 4위에 올랐으며, 계속된 후속작들도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둬. 이때 브룩하이머의 나이는 60세가 훌쩍 넘었었지만 여전히 전성기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거야.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작품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고 실패할 거라고 가정하고 실패 공포를 극복해내기 위해 관객의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제리 브룩하이머. 50대에 CSI 시리즈, 60대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그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입증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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