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21호] 방관자, 나만 아니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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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나만 아니면 돼? 

  진주영

인기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멤버들의 모습일거야. 그들은 무한 이기주의를 꽃피우며, 각종 복불복 게임이나 미션 수행에서 서로 배신하기 바쁘지. 이런 장면들이 없다면 예능은 예능이 아니겠지.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떨까? 여전히 나만 아니면 되는 것일까? 이번 10월호에서는 방관자, 과연 나만 아니면 되는지 알아보자.

1명의 가해자, 1명의 피해자, 그리고 38인의 목격자

약 50년 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야. 아주 늦은 새벽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 여성이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나. 이 여성은 분명하고 큰 목소리로 주위에 구조 요청을 했어. 그 소리를 듣고 동네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둘씩 베란다로 나왔고, 누군가 1명이 “그 여자를 그냥 내버려두시오!”라고 외쳤대. 당황한 범인은 도망치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 순간 범인의 머릿속에는 ‘그 누구도 직접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고 해. 그래서 범인은 그 여성을 다시 찾아가 상해를 입혔어. 이번에도 여성은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렸어. 그러자 아파트 불빛이 또다시 켜졌고, 범인은 그렇게 또 도망갔다고 해.

그런데 이 상처 입은 여성을 구해주러 나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나 봐. 여자는 지친 몸을 이끌고 혼자 자신의 집으로 걸어갔다고 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데 잠시 후, 또 그 범인이 나타난 거야. 아마 아까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 아무도 직접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지. 더욱 대담해진 그는 그 여성을 강간하기까지 했어.

이 범행은 새벽 3시 15분부터 50분까지 약 35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해. 게다가 이 사건을 목격한 사람은 총 38명! 그런데 이들 중 1명만이 사건이 다 끝난 후에야 경찰에 신고했다고. 그 결과 피해자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고 말았어.

우리가 사는 세상

이 사건은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고, 피해 여성의 이름 딴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용어를 등장시켰어. 어떤 뜻이냐고? 바로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적어져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심리현상을 이르는 말’이라고 해. MODU가 지어낸 게 아니라 사전에 있는 말 그대로 가져온 거야. 한마디로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거지. 우리말로는 ‘방관자 효과’라고 해.

비단 이 사건뿐일까?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다음 예시는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전철을 기다리고 있던 한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떠밀려 선로로 떨어져 열차에 치여 숨지고 말았어. 그런데 현장에 있던 한 사진기자가 이 모습을 촬영해 뉴욕포스트 1면에 실은 거야. ‘운명-이 사람이 곧 죽는다’는 제목과 함께 말이지. 섬뜩하지 않아? 사진기자를 향해 쏟아지는 윤리적 비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야.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방관자? 혹은 행동하는 시민?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우리 MODU 친구들이 24시간이 모자라게 생활하고 있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도 ‘제노비스 신드롬’ 속 38인의 목격자 중 하나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내 안에 학교폭력 있다

학교 안에서 우리는 어떨까? 청소년학교폭력예방재단에서 발표한 ‘2011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조사대상의 31.8%가 그렇다고 응답했어. 이들 중 56.3%는 학교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고 해. 즉 학교폭력 목격자의 절반 이상이 ‘방관자’라는 뜻이야. 그렇다면 그들은, 아니 우리는 왜 방관자가 되었을까? 지난 9월호 <가해자, 너의 목소리가 들려> 편처럼 이번에도 객관식 문제를 풀어보자.

 문제 1  학교폭력을 지켜보기만 한 이유는?

① 똑같이 피해를 당할까 봐

②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③ 관심이 없어서

④ 개입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

 문제 2  학교폭력을 지켜보기만 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나?

① 사건에 대해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② 무서웠다.

③ 화가 났다.

④ 별 느낌이 없다.

※ 자료출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2011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방관자,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두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 MODU 친구들은 똑똑하니까 이미 답을 알았겠지. 모든 보기가 정답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한 문제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우선 ‘학교폭력을 방관한 이유’에서는 똑같이 피해를 볼까 봐 모르는 척했다는 문항이 33.7%로 1위를 차지했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모르는 척했다(28.5%),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척했다(21.3%), 개입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 모르는 척했다(16.6%)가 그 뒤를 이었어.

이 통계에서는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너희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괜히 나섰다가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나 역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또 혼자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말이야. 그만큼 학교폭력은 어려운 과제야. 그런데 이 와중에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21.3%나 된다는 사실이 MODU를 슬프게 하네. 그래도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친구들은 그렇지 않지?

이쯤에서 학교폭력을 지켜보기만 한 친구들의 심정을 다시 보자. 일단 통계를 보면, 사건에 대해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해서 답답했다는 응답이 31.4%로 가장 많았어. 그 다음이 무서웠다(26.6%), 화가 났다(19.7%), 별 느낌이 없다(17.1%) 순이야. 이 통계에서 MODU는 희망을 보았어. 왜냐하면, 답답함과 화남을 느낀 친구들이 전체 응답자의 50%나 되기 때문이지. 이런 친구들이 학교폭력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설레!

이러한 통계자료들을 통해 MODU가 느낀 것은 다음과 같아. 학교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에게도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이지. 그런데 방관자도 학교폭력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다음 장에서 MODU와 함께 생각해보자.

방관자 처벌? 많이 놀라셨죠? 

미국 뉴저지 주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왕따 방지법을 2011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해. 이 법에서 특이한 사항은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도 교내폭력 및 왕따 사례를 알게 되면 조사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야.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 즉 학교폭력 방관자도 처벌한다는 것이지. 이 같은 법은 뉴저지 주뿐만 아니라 다른 주로도 확대되고 있어.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미국의 의지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 1항에 의하면, “학교폭력 신고의무: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물론 이를 어겼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는 않아. 헌데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학교폭력 방관자 처벌을 두고 이런저런 찬반 토론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

이번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 법은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이 발생하지도 않는데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야. 옛날에 한 유대인이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져 있었는데,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이 그 유대인을 그냥 지나쳤다고 해. 그런데 오히려 유대인과 적대관계인 사마리아인이 구해주었다는 신약성서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명칭이래. 이 법은 현재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용되고 있어.

지난 9월에는 연예인 홍석천이 한밤중 취객을 구한 일이 화제가 되었지? 길가에 쓰러져 있던 취객을 발견하고, 근처 지구대로 달려가 신고를 했다는 거야. 그 소식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홍석천의 행동을 칭찬했어. 심지어 홍석천은 경찰청으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고 해. 한마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현대판 표본이 된 거지.

우리는 어떨까? MODU는 학교폭력 기사를 다루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너희가 학교 안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아니라 방관자여도 괜찮다고. 방관자도 학교폭력에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고 말이야. 방관자의 기준도 모호한데, 방관자에게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 방관자를 처벌하기 전에 보복 등의 위협에서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지. 그래서 MODU도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는 거야. 이 기사가 너희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 다음 장에서 우리 스스로 작게나마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보자.

응답하라 방관자

그럼 학교폭력 방관자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부 학교폭력 예방교육 핵심매뉴얼에 나온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우리의 자세>야. 다 같이 한번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우리의 자세

·내가 학교폭력을 말릴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저지한다.

·나는 가해자를 말릴 힘은 없지만 그들의 행위를 몰래 기록할 수 있다.

·친구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즉시 말씀 드린다.

·친구를 위해 대신 상담 전화를 한다.

·다른 친구들과 힘을 합쳐 피해자인 친구를 돕는다.

어때? 마음에 드는 항목이 있다면 신중히 고민해보고 실천에 옮기도록 해. 물론 너희 스스로 각 사례에 맞는 대처법을 잘 찾아야 하는 거 알지?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통계에서 너희가 걱정하는 보복이나 두려움 등을 MODU 역시 이해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MODU는 방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방관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나서라고 압박을 주고 싶지도 않아. 너희의 사정도 충분히 이해하니까. 대신 MODU는 너희가 ‘방관도 학교폭력’임을 깨닫고 조금씩 변화해갔으면 좋겠어. 방관하는 사람도 가해자나 피해자만큼 힘들 테니까 말이야.
에이~ 핑크는 게이일까? 
이번에는 캐나다의 한 고등학교로 떠나보자. 한 남학생이 분홍색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다가 게이 같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게 되었대. 그때 데이비드 쉐퍼드란 학생이 이러한 괴롭힘에 반대하고자 자신도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고 해. 게다가 친구들 몫으로 분홍색 셔츠 50벌을 더 사가서 입혔다고! 친구를 배려하는 태도에 행동력까지 완전 멋지지 않아? 이 학생의 용감한 행동을 기리기 위해 캐나다에는 Anti-Bullying Day(왕따에 반대하는 날)도 생겼어. 이날은 Pink shirt Day(핑크 셔츠의 날)로 불리기도 하면서 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분홍 계열의 옷을 입고 등교하는 날이래.
혼자가 아냐 No No No
이번에는 노르웨이로 가보자. 1982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대. 그 후 자율적으로 전개된 전국민 폭력예방운동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학교폭력 멈춰(STOP)’ 프로그램이야. 이를 통해 학교폭력을 50% 이상 감소시킨 사례도 있다고 해. 어떤 프로그램인지 지금 설명해줄게. 학교폭력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향해 팔을 뻗으며 “멈춰”라고 외치고, 그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다 같이 “멈춰”를 외치는 것이래. 그리고 즉시 교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교사는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지. 현재 일본과 미국 등에서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치기도 한대! 초등학교용 프로그램을 MODU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거냐고? 그렇다 하더라도 초딩도 하는데, MODU 친구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는 국내 초·중·고 학교들이 느는 추세기도 해.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MODU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서로 힘을 모으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야. 혼자는 물론 어렵겠지! 주위를 둘러보면 분홍색 셔츠를 같이 입어 줄, “멈춰”를 함께 외쳐 줄 친구 몇 명은 있지 않을까?
학교폭력, 컨트롤 비트 다운 받기 
· MASK CHAT : 지역 경찰서와 익명으로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보복 걱정 그만! 지금 당장 다운받자.
· 국번 없이 117(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 : 24시간 내내 전화상담이 가능하다고 한다. 고고싱!
· #1388, #0117로 문자 전송 : 전화는 좀 부담스럽다. 애매하다. 그런데 급하다면? 문자로 숑숑 쏘자.
· Wee센터 고민상담 비밀게시판 : 속이 답답할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싶을 때는 인터넷 상담! 방관 고민도 해결! 

MODU 독자의 힘을 보여줘 

MODU는 이번 2학기 동안, 학교폭력 기획기사를 다룰 예정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MODU 독자들의 힘이 필요해. 너희가 학교에서 직접 겪은 학교폭력 사례와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마구마구 MODU로 보내줘. 또한, 이번 9월호 학교폭력 기사가 어땠는지도 궁금해!!! MODU와 함께 학교폭력 기획기사를 만들고 싶다면? contents@modumagazine.com으로!!! 익명 300%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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