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20호] 청소년을 돕다 – 사단법인 밝은청소년 임정희 이사장님

청소년을 돕다

사단법인 밝은청소년 임정희 이사장님

 

인터뷰 권태훈 글 진주영

 

‘청소년들이여, 제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를 외치는 사람. 

이 세상 모든 청소년이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를, 

넓은 운동장에서 씩씩하게 뛰어다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밝은 청소년으로 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임정희 이사장님, 지금 만나볼까?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해요.

사단법인 밝은청소년 이사장 임정희입니다.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이란 이름부터 청소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전해줄 것 같은데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정확히 보셨네요. 저희 밝은청소년은 “청소년기를 밝고 건강하게”란 슬로건으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인성교육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요즘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그러한 것들을 예방하는 차원의 인성교육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친구나 선생님,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여러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방법 등이죠. 이 교육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이에요. 이러한 인성교육으로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어요.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기억도 잘 안 나고요. 그런데 최근에 어머니께서 제 어린 시절 편지들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가보로 간직하시려고 했었다면서요. 편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하고 주고받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정희야, 반장 하느라 바쁜데도 우리를 항상 챙기고 잘 대해줘서 정말 고마워”였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기질이 있긴 했었구나 생각했죠.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을 했군요. 중학교로 진학하면서도 그런 기질이 이어졌을 것 같은데요. 맞나요?

네, 중학교 때도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지금 떠오르는 친구는 임신했다는 소문이 도는 아이였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게 많이 상처가 됐겠죠. 마침 제가 같은 동네에 살아서 아침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그 친구를 기다렸어요. 등교도 같이 하고 하교할 때는 집까지 꼭 바래다주고 그랬어요. 또 어떤 친구는 성적 고민이 대단히 많았어요. 그 친구 부모님의 기대치도 꽤 높았고요. 그래서 제가 주말마다 공부를 가르쳐 줬어요. 당시 제가 성적이 꽤 좋은 편이였거든요. 친구가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고민할 때도 많이 조언해주고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곳에 진학했죠. 지금 기억나는 친구들은 이렇게 2명 정도예요. 뭔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에요.

 

정말 타고난 기질이네요. 원래부터 이런 쪽으로 진로를 정한 건가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 부모님은 제가 교수가 되길 원하셨거든요.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한 편은 아닌데 법관이나 외교관 같은 꿈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보통은 부모님 말씀을 따르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 진학할 때도 그렇고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도 그렇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꽤 먼 길을 돌아 이 일을 하는 거죠.

 

그럼 언제부터 청소년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미국 유학 갔을 때 새로운 시야가 열렸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아이들한테 좀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공공장소나 학교 같은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한국 친구들이 꽤 되더라고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똑똑한데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때 우리나라 인성교육에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성교육에서 더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요. 정확히 어떤 부분인가요? 

예를 들어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식으로 다그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 일러줘야 그게 교육이 되는 거죠. 무작정 호랑이가 잡아간다거나 꿀밤을 때리고 만다거나 하면 아이들 마음속에 분노 같은 것들이 쌓일 수 있거든요. 제대로 풀어주질 못하니까요. 또 훈육할 때 일관성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요. 집에 손님이 있거나 하면 똑같이 잘못해도 덜 혼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부모님들도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아이를 양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 거군요. 그러던 와중에 청소년 인성교육 중에서도 학교폭력 예방에 큰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요즘도 학교폭력이 문제지만 2000년에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한 학생이 다른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인데요. 그렇게 친구를 죽인 이유가 평소 자기를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반 친구들이 경찰에 탄원서를 냈어요. 살해당한 친구는 그 친구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요. 그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죠.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분명 사람을 죽일 만큼 분노가 쌓여 그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도 못했다니…….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꼭 때려야만, 남들 눈에 보여야만 폭력은 아니잖아요. 그때 생각했어요. “방관도 폭력이다.”

 

앞으로는 방관하지 않기 위해 발 벗고 나섰군요. 그렇다고 해도 쉬운 길을 아니었을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았죠? 

그렇죠.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어려웠고요. 조직 구성도 그렇고 내부적으로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요. 단 한 명이라도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이죠.

 

그 결과 13년째 이 일을 이어 왔는데요.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초기에는 이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해서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외부단체에 문을 열어주는 일도 드물었고요. 총 1~2시간도 아니고 1주일에 1시간씩. 학급마다 따지면 거의 300시간 이상 할애하는 거니까요. 학교 측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죠. 입시와 관련된 수업도 아니고요. 그래도 점차 취지에 동감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수업을 늘리고 싶어도 예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에요. 많이 성장했죠.

 

그렇다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제일 처음 교육을 시작한 학교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에요. 많이 갈등했죠.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란 고민을 계속 했어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그 중심이 되어야 할 교사나 학부모는 정작 입시에만 신경을 쓰니까요. 그때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정말 상심이 컸을 것 같은데요.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등학생들이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고 제출한 감상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영화 <울지마 톤즈>는 ‘수단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요. 그 영화를 보고 아이들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남을 도우며 살겠다’, ‘그동안 부모님께 투정만 부렸는데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등등 마음을 다잡으면 참 뿌듯하죠. 숨 쉬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 우리가 인성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잘 습득된 거니까요.

 

영화 <울지마 톤즈>의 재상영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고요? 

네, 영화 <울지마 톤즈> 개봉관 상영이 끝나는 날에 아들과 함께 영화를 봤어요.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는데 아들도 그렇더라고요. ‘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 <울지마 톤즈> 감독인 구수환 KBS PD를 찾아가 재상영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죠. 물론 구 PD도 흔쾌히 승낙했어요. 배급사와 상영 영화관을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성공한 거죠. 아이들에게 ‘이웃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가르치고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꿈이 없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도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으니까요. 무작정 꿈을 갖는 게 정답은 아니에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저것 경험하고 본인이 직접 느껴야 한다는 거예요. 노력이나 시간 투자 없이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나한테 맞는 일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하는 일,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 더 맞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게 됐죠.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한테 맞는 일을 천천히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봉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봉사가 진짜 효과가 크거든요. 지하철이나 뭐 이런 곳에서 단순히 시간만 채우는 봉사 말고요. 진짜 어려운 곳에 가서 사람을 바꾸는 힘이 뭔지 배우고 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사랑을 나누는 일이 나도 행복해지는 길이구나’ 같은 마음도 깨닫는다면 더욱 좋겠죠.

 

앞으로 목표가 어떻게 되나요?

밝은 청소년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거죠.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 말이에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인성교육 진흥특별법이나 가정교육법 같은 것도 만들고 싶어요. 법을 통해서 조금 더 청소년을 보호하고 변화시키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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