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호] 지구를 돕다-정혜진 교수님

지구를 돕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 정혜진 교수님

 

인터뷰 권태훈  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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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미친 듯이 올라가는 기온!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폭염에 지쳤다. 

그중에서도 전력난이 가장 무서웠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지구가 안타까운 친구들, 

한 가지에 몰두해서 연구 성과를 내고 싶은 친구들! 지속가능한 발전을 연구하는 

정혜진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구교수 정혜진입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에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연구한다고 보면 돼요. 지속가능한 발전이 꽤 복합적인 분야라서 모두 다 함께 협력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연구소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죠. 일종의 본부에요.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어느 쪽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이에요.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디자인을 이용하는 거죠. 무분별하게 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도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면 집 근처 대중교통 시스템을 편리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자동차를 덜 이용하겠죠. 자연히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고요. 한 마디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 방법으로 도시를 만들자는 거죠.

 

특별히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 때 전공이 도시 건축이었어요. 2000년대 초반에 친환경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친환경 건축물이 큰 인기를 끌었죠. 건물 외벽을 잘 만들어서 열 손실도 줄이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그런 것들이요. 이게 계속 발전하더라고요. 사람들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하니까 저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 건물을 새로 짓고 또 짓는 일은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환경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거죠. 그 후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배출권 거래제한 등의 정책에도 참여했어요.

 

전공 방향성을 이쪽으로 잡은 거네요. 지속가능한 발전을 연구하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아쉽죠.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성장하고 수익을 창출해 내는 그런 개념으로 말이죠. 그런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에요. 「환경 및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이죠.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지속가능한 발전보다는 ‘지탱가능한 발전’이라고 보는 게 나아요.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존중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꼭 경제만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까지. 3가지 모두를 고려한 개념이에요.

 

지속가능한 발전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지속가능한 발전은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지 않아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통합적인 사고를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죠. 지속가능한 발전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우선 환경 관련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공 환경도 포함하는 개념이에요. 여러 가지 환경을 다뤄보고 만들어 보면서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도 유리하겠죠. 꼭 환경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기 학문 분야를 기본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방향성을 둬도 괜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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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연구원은 한 직장에서 오래오래 연구할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그럼요. 우선 연구원은 일할 수 있는 곳부터가 매우 다양해요. 기업체 부설 연구소, 정부 출연 연구소 등 여러 기관이 있죠. 한 기관에 소속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연구직은 직장을 가진다기보다 직업을 가진다는 개념이 더 맞거든요. 내가 하는 연구 분야가 바로 내 일이 되는 거죠. 그래서 프리랜서도 많고 이곳저곳 이동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내 분야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옮기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그래야 경력도 쌓이고요. 물론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연구원들도 많아요.

 

생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군요. 어떤 친구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보통은 실험실에서 뭔가 탐구하는 일에 취미가 있는 친구들이 연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낄 거예요. 저 또한 연구라는 일 자체에 매료됐었죠. 그리고 저는 제 연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어요. 내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꽤 괜찮지 않나요? 저처럼 연구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원하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연구원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해야겠죠?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무조건 공부를 잘한다기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더 중요하죠. 연구원은 말 그대로 연구 결과물로 자신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예를 들면 논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거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을 때 등이 있겠죠. 그렇게 되면 유명한 연구자가 되는 거예요.

 

그래도 연구원 대부분이 석사 학위 이상일 것 같은데요. 맞나요? 

네, 보통 석사급 이상이죠. 아무래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가지려면 석사과정에서 연구도 많이 해보고 해야 하니까요. 석사학위 정도면 연구소에서 팀원으로 일하기는 충분하다고 보는 편이에요. 박사학위 과정까지 밟게 되면 본인의 연구 분야도 더 확고해지면서 팀을 이끌기도 하고요. 다른 직업보다 과정이 길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연구하면서 연구 노하우도 쌓고 자기분야도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연구 프로세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우선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현상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려야 해요. 그런 다음 사례를 연구하기도 하고 통계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고 실험도 하면서 그 문제를 탐구하는 겁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내가 제시한 대안을 증명해야겠죠. 대부분 이런 식으로 연구가 진행됩니다. 내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연구로 이끌어 내는 거죠.

 

연구하다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연구자가 하려는 연구가 상품성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연구자가 직접 투자자를 모을 수도 있겠죠. 기업체에 찾아가서 투자를 요청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진행한 연구가 상품화가 되면 투자자와 수입을 나누는 거예요.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어떤 연구 과제를 설정하고 연구자를 모집하기도 해요.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하면 되죠. 여러 가지 평가과정을 거쳐 선발되면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그러면 열심히 연구해서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는 거예요. 그 연구 결과가 정책에 바로 적용되기도 하죠. 이처럼 연구비를 지원받는 방법은 다양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는 없어요.

 

연구원이라고 해서 실험실에서 가만히 연구만 하는 게 아니네요. 연구원이 갖춰야 할 다른 덕목들이 있을까요? 

네, 연구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험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실험실 밖에서 해야 할 일도 많죠. 제 생각에는 대중하고 소통할 줄 아는 것도 연구자로서 필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우선 저 같은 경우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요. 또 자신이 연구한 결과는 직접 발표하게 되어 있거든요. 연구 과제 발표회나 공청회 자리 등에서 말이죠. 그만큼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일도 많고 같이 협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고요.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연구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거니까요. 실험실에만 있다기보다 세상과 교류하는 자세도 필요한 거죠.

 

지금까지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크게 연구와 교육 2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우선 연구 분야에서는 제가 낸 제안이 정부정책으로 채택돼서 실행될 때죠. 제 연구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아요. 연구자로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도 많이 느끼는 일이죠. 두 번째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때에요. 특히 제가 연구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늘면 늘수록 기쁘죠. 눈에 딱 보이는 성과는 아니지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우리 사회가 바뀔 테니까요.

 

앞으로의 연구원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연구만으로 사회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일은 무리겠죠. 일단은 제가 연구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함께 공부했던 연구원이나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발전 분야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 관심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일도 많이 했으면 하는 거죠. 저 혼자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낼 수 있는 사회적 목소리도 커질 테니까요. 많은 사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관심도 커지고 관련 일자리도 생기고. 그러다보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더욱 지향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약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우선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직업이 ‘기자’면 독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을 쓴다든지 해서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더욱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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