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20호] 가해자,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글 진주영

매일 아침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는 여유, 쉬는 시간에 복도를 맘껏 뛰어다니는 자유, 100원, 200원 모아 매점 가는 재미, 함께 먹은 급식의 양만큼 쌓여가는 우정,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미친 듯이 떠드는 체력. MODU는 이미 졸업해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이야. 아련하다, 그 시절. 부럽다, 너희. 그런데 요즘 MODU를 걱정스럽게 하는 한 가지가 있어. 바로 학.교.폭.력. 그래서 이번 2학기 동안,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를 다루어 보려고 해. 지금 바로 고고싱!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치던 리틀 싸이 ‘황민우’ 군 기억하지? 얼마 전, 민우 군이 같은 학교 고학년 선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났어.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민우 군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거라 생각해. 고학년 선배들이 9살 민우 군을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기사에서는 그 원인을 황민우 군에 대한 ‘선배들의 질투였다’고 보도하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가해 원인과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심정을 함께 알아보자.

1. 다음 중 학교폭력 가해자의 가해 이유는? 

1) 장난

2) 이유 없음

3) 오해와 갈등

4) 스트레스

2. 다음 중 학교폭력 가해자의 심정으로 적절한 것은?

1) 피해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2)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한다.

3)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4)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두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 답을 고른 친구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어떤 선택을 했든지 ‘모두 딩.동.댕!’이라고 말이지. 사실이냐고? 암, 그렇고 말고 MODU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위의 보기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게.

먼저 가해자가 학교폭력을 가하는 이유부터 보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난으로 가해했다는 응답이 38.2%를 차지했다고 해. 그 뒤를 이어 이유 없음이 20.7%, 오해와 갈등은 10.6%, 그리고 스트레스는 9.7%의 응답률을 보였대. 이 4가지 응답률을 모두 합하면 80%에 육박해. MODU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인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다음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의 심정. 이 역시 MODU가 지어낸 게 아니라는 사실! 한 조사에 의하면, 가해 학생의 50.7%가 피해 학생에게 미안해하고 28.6%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한다고 해. 가해 학생의 80%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식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가해 학생의 11.1%는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응답했고 또 다른 9.6%의 학생들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대답했어. 즉 가해 학생의 20%, 5명 중 1명은 가해 행동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거야. 이는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야.

자료출처: 2012 문화예술교육포럼 ‘최근 학교폭력 실태와 현황’ 중에서

학교폭력, 느낌 아니까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초록색의 한 포털 사이트에는 ‘학교 폭력 가해 학…’이라는 검색어가 핫토픽 키워드 7위를 차지하고 있어. ‘…’으로 생략된 부분이 궁금해!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MODU가 클릭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 검색어는 바로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증가’였어. 기사를 눌러보니 전국 시ㆍ도 교육청의 ‘최근 3년간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 현황’ 자료가 나와. 자료에 의하면, 전체 가해 학생은 2010년 1만 9,949명에서 2011년 2만 6,925명, 2012년 3만 8,46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해. 즉,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3년 만에 2배로 급증했다는 거야.

가해 학생이 2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피해 학생도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겠지? 이 부분은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너희가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런데 MODU는 사실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지, 너희에게 진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말이야. 그래서 이번 9월 호에서는 상처 입은 너희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해. 다음은 실제 학교폭력을 경험했던 한 피해 학생의 글이야.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운이 없었던 거야. 좀만 더 버티자.’

작년 한 해 나는 마음속으로 늘 이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과 아이들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내게는 그것이 가장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일 년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아팠다.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했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아야 해. 그것이 내가 이렇게 된 이유라고 아이들은 설명해줬다. 약점을 고치면 따돌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노력을 했고, 마침내 그 약점을 고쳤다. 하지만 여전히 따돌림은 죽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번에는 다른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가끔 드는 나쁜 생각과 매일같이 싸웠다. 힘들어서 끝내고 싶은 것보다도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고, 그 아이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해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문득 뉘우치는 것도 잠시일 뿐 그 아이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다시금 어둠이 잦아들곤 했다.

어느덧 지옥 같은 일 년을 다 보내고 출구가 저만치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짓눌렀다. ‘정말 운이 없었던 걸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계속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야 하나?’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뒤덮고 이제까지 내 모든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한없이 작아 보일 뿐이었다. 난 단지 아이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사회의 부랑아가 된 기분이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때때로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의 행동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같이 밥을 먹을 때 내가 옆에 오기만 해도 욕설을 퍼붓고, 자기들끼리 상의해서 친구들이 내 옆에 오지 못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심지어는 내가 앉을 자리를 따로 띄워놓기까지 했다. 그래도 꿋꿋이 앉으니까 내가 앉을 자리에 음료수를 붓기도 했다. 걸려도 장난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니까, 일이 커지면 미안하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한마디로 만만하니까. 소리치고 싶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정말 죽고 싶다고.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에 대한 오해들이 자꾸 쌓여만 가도 난 그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조용히 있어도, 나서서 부정해도 그 애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통해 나를 헐뜯을 테니까.

몇 차례 시도는 있었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다가 제발 그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반항하는 나를 몰아세우고 밟고 또 밟았다. 난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 언젠가 그 아이들이 진심으로 변하고 선해져도 내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심경을 정말 어렵게 들어보았어. 피해자가 느꼈던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아? 가해 학생 입장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장난들이 피해 학생에게는 이렇게 씻기 어려운 상처가 되어버리지. 가해 학생들은 왜 그랬을까? 태어날 때부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지난 1월, SBS 스페셜에서 3부작으로 방영된 <학교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 본 친구들 있어? 이 프로그램은 장장 10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우리나라 학교폭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특히 2부 <소나기학교> 편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8박 9일간 함께 생활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그 속에 담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다 같이 나눠보자.

돌고 도는 학교폭력

2부 <소나기학교> 편에 나오는 한 학생은 이런 고백을 해.

“저는 막 왕따 당했다 안 당했다 하다 보니까 진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어떨 때는 제가 옆에 앉잖아요. 그러면요.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갔어요. 한 반에 두세 명씩 장애우가 있는데 그 장애우를 같이 괴롭히면 친하게 지내준다고 이런 식으로 했었어요. 그래서 애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같이 괴롭혔을 때도 있었어요. 엄청 심하게 괴롭혔어요.”

이 친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학생 9,174명에서 피해와 가해를 모두 경험한 학생이 785명(8.6%)으로 분석되었다고 해. 8.6%란 수치가 쉽게 와 닿지 않겠지만 40명이 정원인 한 반에서 3~4명꼴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다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이 높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어. 이쯤에서 2부 <소나기학교>편에 나오는 또 다른 가해학생의 고백을 들어보자. 친구들을 왜 괴롭혔느냐는 질문에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해.

“엄마가 잔소리하잖아요. 누구한테 풀어야겠다는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잔소리 들을 때.”

한 마디로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친구들에게 풀고 있었던 거야. MODU가 이 친구의 사례를 드는 것은 심리적·사회적 문제로 행해지는 학교폭력 가해가 올바르고 타당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야. 단지 학교폭력 문제가 오로지 ‘너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짚고 싶었어. 우리가 학교폭력이라 부르는 폭력의 이면에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소외된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러한 아픔이 학교폭력으로 나타나 제2의 피해자를 만드는 것은 상처받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야. 가해자의 치유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다치는 아픔의 확산이란 말이지.

이처럼 가볍지만은 않은 너희의 방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선배가 MODU에 편지를 보내왔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희도 마음속 슬픔 대신 희망을 보길 바라면서 쓴 글이라고 해.

4p) 타인의 방황을 비웃지 마라

“마치고 학교 소각장 쪽에 모여 있어라. 집에 가면 죽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선배들을 알고 있는 내 친구는 이게 ‘물갈이’라고 했고, 몇 대 맞으면 끝이라고, 맞아야지만 저 서클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물갈이는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허락 없이 나대지 마라(잘난 척하지 마라)”

스무 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선배들에게 맞았다. 선배들은 철저하게 얼굴을 피해 우리를 때렸다. 학교폭력에 대한 단속이 더러 있었던 탓에 징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어렸을 적 나는, 그때 학생들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세 집단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일진과 평범한 학생, 그리고 가장 낮은 계급인 왕따들. 여기서 끝까지 남는 사람들만 학교에 잘 나갈 수 있는 멋있는 놈인 줄 알았다. 엄살을 부리거나 신고를 하는 학생은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를 옮겨도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그래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일진이라는 권력을 부여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도 못했고, 집에 돈이 많지도 않았던 나는 그러한 집단에 들어가서라도 폼을 잡으면서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완벽한 그들의 무리가 됐다. 학교 내에서는 선생님을 제외하면 우리를 나무랄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을 얻은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일탈이 시작됐다.

여기까지가 내가 중학교 시절 방황하던 때 서클이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그 시절의 나는 어른이 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성인이 되고 싶었고, 멋있어지고 싶었다. 나의 친구들도 그랬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방황에서 벗어나 꿈을 가지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믿어주셨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훈계하시려고 하시지 않고 나를 믿어주셨고, 강요하시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보자며 당신이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셨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나는 학교 내외 다양한 단체에 속하여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통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지만, 멘토링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학생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절망과 어둠이 있다는 것이다. 희망과 순수한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할 너희에게 가난, 부모님의 불화, 사회적 불안감, 그리고 의사소통의 부재는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교육 속에서 꿈과 희망을 찾기가 힘든 사회현실 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 비단 너희의 탓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방황하는 너희 마음속에서 희망을 찾고 자신 안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글 서울대학교 12학번 정연두

MODU 독자의 힘을 보여줘

MODU는 이번 2학기 동안, 학교폭력 기획기사를 다룰 예정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MODU 독자들의 힘이 필요해. 너희가 학교에서 직접 겪은 학교폭력 사례와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마구마구 MODU로 보내줘. 또한, 이번 9월호 학교폭력 기사가 어땠는지도 궁금해!!! MODU와 함께 학교폭력 기획기사를 만들고 싶다면? contents@modumagazine.com으로!!! 익명 300%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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