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17호] 웃음짓다 – 개콘에서 배우는 열정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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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녀석들에서, 박성광이 만날 못생겼다고 하던 그 사람? 근데 정말 못생겼을까? 단순한 궁금증을 갖고 강연장으로 달려갔다. 오늘 MODU가 강연장에서 만난 사람은 바로, 개그콘서트의 대모.

서수민 PD!

 

 

차분한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한 그녀. 개그콘서트의 대모답게 오늘 강연 주제는 개그콘서트를 만든 사람들이었어.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개그맨들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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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국

처음에는 결점이 너무 많은 친구였어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얼굴도 못 생겼지, 사투리도 너무 심하지, 울렁증이 있어 짧은 대사에 NG도 엄청 많이 냈거든요. 그러다 근근이 해오던 코너가 개편돼 갑자기 일감이 없어지자 한동안 안 보였어요. 어느 날 ‘양상국 요즘 어디 갔냐’고 물으니, 글쎄 서울말을 배우러 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당장 잡아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야기했죠. 너는 평생 사투리를 고치면 안 된다고. 그 때부터 사투리를 하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서울나들이에서 대박이 난 거예요.“고마 쌔리 궁디를 주 차삐까”는 양상국 씨가 가장 맛깔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 자신감을 회복한 뒤로 지금의 인기코너“네가지”까지, 양상국은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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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이상민

정말 에너지가 밝고 늘 긍정적인 친구들이에요. 어떤 일에든 앞장서고요. 그런데 연기를 못하는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개그맨 공채시험을 7번이나 떨어졌죠. 쌍둥이라는 특징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7년을 떨어지고 다음 해에는 이 친구들이 무술을 배워왔어요. 무술하는 쌍둥이는 특이하더라고요? 그래서 뽑은 거예요.

그런데 계속 쌍둥이로만 역할을 맡으니 지겨웠나 봐요. 그러다 둘이 따로 코너를 짜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었어요. 남들과 똑같이 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슬럼프를 겪다가 다시 도약한 게 “꺽기도”라는 코너의 쌍두사 캐릭터였어요. 결국은 이들만의 장점, 이들만의 개성을 찾은 후에야 다시 도약할 수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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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개그맨 시험을 8년동안 통과하지 못했어요. 8년 내내, 예뻐 보이는 연기를 짜서 시험을 보러 왔었죠. 그 때 저는 평가관의 자리에서 평가를 했었는데요. 제 눈에는 외모나 아이디어, 연기력 면에서 어느 하나 특별한 부분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는데, 그 때는 차력이었어요. 정두홍 무술 감독 밑에서 프로 스턴트를 하던 경력을 살린 거죠. 개그우먼들 중에 예쁜 사람도 많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액션을 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죠. 당연히 뽑았어요. 그리고 스턴트 경력을 살린 액션 연기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 후엔 자기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예뻐보이는 연기를 하고 있어요. 바탕에 액션 캐릭터를 잘 만들어 두었으니까요.

양상국이 서울말을 배웠었다니. 쇼킹, 쇼킹! 사람이 자기가 잘하는 것이 뭔지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개그맨들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 나한테 전혀 배울 것 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지는 않다. 아주 친절하게 우리의 공감을 사는 서수민 PD.

 

 

 

“이 개그맨들의 삶이 여러분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그럼 김기열, 박성호, 다시 양상국 세 명의 예를 들어볼게요.

우선 김기열,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개그감 있고, 대사도 정확합니다. 어떤 작가, 어떤 PD가 새로 오더라도 기대주로 뽑는 사람이 김기열이었죠.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김기열은 부정적이 됐어요. 아무도 믿지를 못했던 거예요. 그랬기 때문에 떠도 벌써 떴어야 할 사람이 8년째 기대주였답니다. 박성호는 저와 한 살 차이나는 개그콘서트 내에 최고 선배예요. 일에 있어서는 정말 천재적인데,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해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나 할까? 그것 때문에 인간의 자격 녹화 때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양상국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자기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 지 모르고 엉뚱한 곳에서 힘을 뺀 케이스예요. 사투리로 이렇게까지 뜰 사람이 서울말을 배우고 있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다들 성공한 개그맨들이지만 그런 사정들이 있었다니. 정말 PD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개그맨들이 개콘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우리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느 부분에서는 좀 모자란 게 양상국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엄마 친구 아들 민석이는 진짜 완벽한 게 김기열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인지 세 사람의 성공이 각자가 각자의 개성, 자기만의 영역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이 슬슬 믿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PD님의 경험담. 처음으로 KBS 예능 PD가 된 18년 전, 조연출로 왔는데 당시 여자가 아무도 없었단다. 힘든 생활과 거칠기로 소문난 방송계 사람들 덕분에 주변의 걱정을 한몸에 받았다고. 그래서 PD가 되어 가장 먼저 한 공부는 프로그램 기획이 아니라 거칠게 말하기였단다. 퇴근 후에 매일 거울을 보며 육두문자 연습을 할 정도로. 그래야 같이 일하는 남자 피디들과, 또 방송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융화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피디생활 하면서 들은 최고의 칭찬은 바로 “너 남자같다”였다나?

 

 

 

“그런데 역시 그 정도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잘해봐야 그 전 남자 선배들의 모습을 답습할 뿐이었죠. 제가 개그콘서트를 맡았을 때, 개그콘서트는 남성 프로그램이었다고 할 만큼 남성적인 색깔이 강했어요. 다른 개그맨들을 코칭한 것처럼 저 역시 저만의 개성, 저만의 영역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제 여성성을 기획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것으로 인해 개그콘서트가 바뀌기 시작한 거죠.”

 

 

 

개그맨 각자가 각자의 개성을 찾을 때, 개그콘서트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처럼, PD님이 스스로의 개성을 살렸을 때, 개그콘서트가 더 나아졌다. 이제 우리도, 우리가 잘하는 일을 찾아 나설 때가 온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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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에는 

100명의 개그맨이 

있어요. 

직업은 다 같지만 

다 다른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정말 자기만의 영역을 찾고 또 

만들어가야만 

성공한다는 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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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이 아산나눔재단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미디어 소통 아카데미의 출발이었다는 것 알고 있니? 이번 개콘 서수민 PD를 시작으로 <남극의 눈물>의 김재영 PD,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한반도 공룡-점박이>의 한상호 PD, <KISS THE RADIO>의 홍순영 PD, <내조의 여왕>의 김민식 PD 등이 울산, 대구, 대전, 춘천, 부산 등에서 전국 릴레이 강연을 펼칠 예정이야. 자세한 건 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http://www.asan-nanum.org)에서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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