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멘토칼럼

[12호] 힘내지마-위로가 필요한 고딩에게

 

위로가 필요한 너에게

 

글 – 배상진

노천명 시인은 사슴이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고 했다(목이 긴 걸로는 기린이 짱 아닌가? 뭐 어쨌거나!). 그러나 이 시대의 진정으로 슬픈 동물은 대입으로 스트레스 받는 고딩이 아닐까? 그런데 ‘힘내지 마!’라니. 무슨 멍멍이 소리냐고? 두고 보자. 유주얼 서스펙트급의 반전은 없어도, 본격위로대서사시. 시작한다.

“모가지가 안 길어도 슬픈 짐승이여, 그대 이름은 고딩”

모가지도 길지 않은데 슬픈 짐승이 있다(그 중에는 목이 긴 학생도 있겠지만). 성적표를 받을 때도.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 같을 때도. 이성친구와 헤어질 때도.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도. 고딩에게 필요한 건 위로다. 물론 누구라도 저런 때는 ‘위로’가 필요하겠지. 그러나 ‘고딩’이기 때문에 더 괴로운 그대들. 그렇다. 너는 위로 받아 마땅하다.

고딩은 그냥 힘들다. 왜 힘든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이유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냥 사람이니까 힘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어찌됐든 고딩은 힘들다. 왜? 고딩이니까. “지금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 고딩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냐 하면, 나는 또 “대한민국 고딩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냐 하는 세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이 시대에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성적의 압박과 입시에 찌든 대한민국 고딩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

1. 쌓여있는 책을 볼 때에도…

2. 성적표가 든 편지가 엄마 앞으로 왔을 때에도…

3. 수능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질 때에도…

4. 매일 아침 알람소리를 들을 때에도…

5.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에도…

6. 늘어난 몸무게와 마주했을 때에도…

학업 스트레스로 지치고, 진로 고민으로 힘든 고딩들이여 나에게로 오라!

그래서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그대들을 위한, 본격위로이야기. 지금 시작이다.

To. 위로가 필요한 대한민국 고딩인 너에게

내가 고딩 때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아침 밥을 먹는 시간과 집에 돌아와 씻고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다였다. 크고 작은 일에서 늘 Cool함을 유지하던 황여사님(우리엄마)이었지만, 마주하는 당신의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매일 위로를 시도하셨다. 우리 아들, 힘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듣던 말이 시간이 갈수록 듣기 싫어졌다. 사춘기 감수성 때문인지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루 종일 힘내서 공부하다 왔는데 또 힘내라니! 

우리 황여사는 이런 아들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어느 순간 힘내라는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아들을 위로해주고 싶으셨는지 하루는 늦은 시간 귀가하는 당신 아들을 말 없이 꼭 안아주셨다. 엄마가 술을 한 잔 하셨나 생각했지만 술 냄새가 나진 않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고생했어 아들. 그만 힘내고 푹 쉬어. 힘내지 마.”

눈물이 날 뻔 했다. 매 순간을 힘내면서, 힘주면서 살아야 되는 줄 알았는데, 힘내지 말라니. 힘을 안 내도 된다니. 천 번의 힘내라는 말보다 더 나를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면 뭔가 이루어진다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가끔은 힘내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는 게 그렇게 큰 위로일 수 없었던 거다.

그렇다. 지금 너희를 안아주면서 토닥여 줄 수는 없지만, 그 언젠가 나를 위로했던 황여사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너무 힘들면 힘내지 않아도 좋아.”

고딩이니까.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니까. 그러려면 쉴 틈이 없으니까. 힘만 내라고 말하기에는 나의 고딩시절조차 그렇게 활기차지 않았다. 우리는 초인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고딩일 뿐인데. 그러니 가끔은 쉬자. 부디 충분히 다시 힘낼 수 있을 때까지 쉬자. 우리 MODU가 기다렸다가 너희가 다시 일어설 때 손을 내밀어 줄 테니. 어깨가 필요하면 어깨를 빌려주고, 욕하고 싶을 땐 같이 욕도 해주고, 눈물이 나서 멈추질 않는다면 손수건도 빌려주고. 그러니 너무 힘들 땐 힘내지 말고 쉬자. 너는 그래도 된다.

토닥토닥. 때로는 말없는 작은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지. 현란한 미사여구보다 나와 똑같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함께 서 있는 친구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래, 위로라고 멋있는 말, 감동적인 말이어야 하는 것은 아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 그게 위로의 시작인 거지. 그러니까 오늘은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힘내지 않아도 좋아.’라는 말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주저앉은 친구가 다시 일어서려 할 때 가만히 손을 내밀어주는 건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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