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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이과는 의사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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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의사가 답일까?

이공계의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글 권동혁,이규석

도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뭐? 똑똑한 학생들은 모두 공대에 갔다고?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정말로 우리 이모/삼촌 세대에는 의대, 약대가 아니라 공대야말로 전국구 수재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지금은 다들 의대, 의대 하면서 난리일까? 매년 입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의약계열로 진학하거나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화학과나 생명공학과에 진학한다고 한다. 맙소사! 도대체 왜 공대에 가려는 친구들이 아무도 없는 걸까? 한 번 MODU 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보자.

이과 학생들은 과연 어떤 꿈을 먹고 살까?

모두고등학교 3학년 훈태훈의 이야기

나는 S대 생명공학과가 목표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내 목표는 의대였지만, 막상 모의고사를 치고 배치표를 확인하게 되니 그때마다 목표를 하향 조정하게 되더라.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지만, 입시 결과를 보니 전교 1등을 해도 떨어지는 곳이 의대인 듯? ㅇㅇ. 처음엔 산간 벽지에 있는 의대라도 붙여만 주면 가야지 하는 심정이었는데, 6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니 의대는 정말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같다. 그래서 일단 생명공학과에 들어가기로 했다. 딱히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생물 과목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중에 의학전문대학원 시험 준비를 하기에 생명공학과가 유리하다며?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아직 거기까지 고민해 보지는 않았는데. 진짜 어쩌지?

모두여자고등학교 2학년 자연자의 이야기

내 꿈은 K대학교 간호학과. 사실 주변의 친한 친구들도 거의 다 간호학과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여고 이과는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최상위권 애들은 의약계열, 그 밑에 애들은 간호학과, 그 밑에는…… 보건 쪽? 가~끔 생명공학이나 건축 지망하는 애들 있고. 솔직히 자연대나 공대 생각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공대는 남자들이나 가는 곳이라며 여자는 무조건 전문직이 최고란다. 그렇다 보니 아예 공학, 자연계열 진로는 여고생들에게 고려 대상도 아니다. 기계, 전기, 토목공학? 그런 쪽을 희망하는 여고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여자가 공대 나오면 뭐 하고 사는데? 그런 위험한 도전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간호학과 가는 게 나한테 맞는 것 같다. 여자들은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잘못해서 이공계 가서 실업자 되면 어떡해? 정부에서 일자리라도 지원해 주나? 그럼 한 번 고민해 보고!

모두고등학교 2학년 혁동혁의 이야기

벌써 문/이과 계열을 택하고 이과생이 된지 한 학기가 지났다. 어떤 과에 가고 싶으냐고? 정신 없이 수학, 과학 배우느라 진로 고민을 제대로 해 본 적은 없지만. 일단 의대는 성적이 안 되니까 패스하고. 그럼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주위 친구들도 보면 물리 잘하면 기계공학, 생물 잘하면 생명공학, 화학 잘하면 화학공학, 지구과학 잘하면…… 하긴 지구과학 좋아하는 애들은 걱정이 많아 보이긴 하더라 ㅎㅎ. 아무튼 난 특별히 관심사도 없고 목표도 없지만 일단 목표는 전자공학과다. 대한민국 하면 스마트폰, 통신, TV 다 잘 만드는 IT강국이잖아? 전기/전자 쪽으로 가면 어떻게든 먹고 살겠지. ‘나중에 뭐하고 살지?’ 이런 고민은 고딩에게 사치 아닐까? 흠…….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공대 가면 뭐 배우는지, 졸업하면 뭐하게 될지 궁금하긴 하네.

이공계 기피 현상, 이것은 우리 MODU의 이야기

모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때, 남이야기 같지 않지? MODU는 더 많은 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히 설문 조사를 해 보았어.과연 정말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자연계열 및 공학계열 학과 대신 의약, 보건계열 학과를 지망하는 걸까? 함께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보자!

무슨 소리? 점수만 되면 의대 가야죠 58%

반드시 의약, 보건계열에 갈 거에요 23%

반드시 공학, 자연계열에 갈 거에요 12%

기타 응답 7%

의약, 보건계열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거의 80%로, 공학, 자연계열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5배가 훌쩍 넘는 게 현실이야. 도대체 왜 다른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 걸까? 누가 너희들을 이렇게 좁은 세상에서 살게 했니? 대체 왜 삼촌들 때랑 달리 요즘은 이공계가 찬밥 신세인 걸까? 왜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도 의대에 가고,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의대에 갈까? 아이고 답답해라!

공학, 자연계열을 기피하는 이유 1 아는 게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학, 그리고 수학만 배울 뿐. 실제 대학교에 가면 어떻게 이 내용들을 심화해서 배우는지, 그리고 그 내용들이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공계에 가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도대체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간호대 가면 간호사 되고, 의대 가면 의사 되고, 한의대 가면 한의사 되고, 쉽잖아? 그런데 공대 졸업하신 분들은 어디서 일하는 건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아는 게 없으니 망설여지지.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공학계열, 자연계열에 대해 좀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알려 주는 것도 없이 무턱대고 왜 학생들이 공학, 자연계열에 안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거 보면 우리가 더 억울하다!

공학, 자연계열을 기피하는 이유 2 굶어 죽을 것 같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뭔가 이공계 가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것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과 하면 떠오르는 직업들은 변호사, 회계사, 검사, 판사, PD, 기자 이런 거고, 의약보건계열은 의사, 약사, 한의사 등등…… 딱 봐도 풍요롭게 살 것 같잖아? 공학, 자연계열 졸업하면 ‘엔지니어’나 ‘연구원’ 된다며? ‘엔지니어’는 뭔가 동네 철물점 아저씨 이미지고, ‘연구원’은 왠지 지루한 일만 하면서 돈은 적게 받을 것 같아. TV 뉴스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의 직업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직업도 엔지니어는 잘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건가, 아님 진짜 그런 건가? 이공계 가면 진짜 굶어 죽는 거 아닌가요? 불효 하는 거 아닌가요? 부모님도 무조건 의대 가라고, 공대 가지 말라고 하시는데. 동네 치킨집 아저씨들은 다 공대 출신이라던데, 수학문제 물어보면 척척 답해 주시던데 그럼 어쩌죠?

이공계 가서 취업 잘 되면 뭐해?
초등학교 땐 과학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멋진 꿈을 꾸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공계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듣게 된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공대에 가겠다는 나를 응원해 주지 않고 나를 이끌어줄 공학, 자연계열 멘토 선배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이과 가면 문과보다 취업 잘 된다며 달콤한 말을 건네지만, 요즘 10대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말에 속겠나? 취업 잘 되면 뭐해. 대기업 가면 인문계는 서울에서 일하고 이공계는 지방에서 일한다며? 이공계는 밥 먹듯 야근만 한다며? 구조조정 1순위라며? 승진에서도 밀린다며? 이런 말 들으면서 자란 우리가 어떻게 누굴 믿고 이공계에 가겠어!

덧:‘이공계 기피 현상’ 이라는 용어보다는 ‘우수인력의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누가 이공계 보고 시시하대? 난 공학에 인생 걸었다!

근데 그거 아니? 우리들이 깊게,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사실. 이공계 가면 인생 팍팍할 것 같고, 힘들게 살 것 같고. 답이 없을 것 같지?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역군들은 이공계라는 사실! 백마디 말보다 함께 만나 보자. MODU가 마음대로 선정한 청소년들을 위한 이공계 롤모델 10인!

1.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님

자타공인 1등 대한민국 이공계 스타 CEO! 대한민국 게임 역사의 산 증인이신 김택진 대표님께서는 대학 시절 전자공학을 공부하셨어. 평범한 공학도에서 글로벌 게임업체의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를 읽어 보렴.

2. NXC 김정주 대표님

NXC는 몰라도 국민게임 마영전, 메이플, 던파, 카트, 크아는 다들 알지? 하지만 이 게임들을 만드신 김정주 대표님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셨다는 사실은 몰랐을 걸? 특히 김정주 대표님은 ‘한국의 부자’ 3위에 선정되신 위엄 돋는 분이셔. 이래도 이공계 가면 굶어 죽는다고 할 텨?

3. 지식경제부 황창규 단장님

대한민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신 황창규 단장님께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를 총괄하셨던 분이셔. 지금은 대한민국을 기술강국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미래 기술분야 정책을 이끌고 계시지. 황창규 단장님 역시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다는 사실!

4.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님

교과서 없이는 살아도 이것 없이는 못 산다. 대한민국 중고딩들의 필수 앱 카카오톡! 카카오톡 성공 신화의 주역이신 김범수 의장님께서는 산업공학과 출신이셔. 김범수 의장님과 네이버(NHN) 이해진 CSO님 그리고 지난 번 소개한 해피빈 권혁일 대표님 모두 이공계 출신 인재시지.

5.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님

요즘 친구들은 ‘세이클럽’은 잘 모르지? 페이스북, 싸이월드 이전에 인터넷 트렌드를 주도했던 기업이 바로 세이클럽이고, 이 세이클럽을 만든 분이 바로 장병규 대표님이셔. 이후 스페셜포스와 피파온라인으로 대박을 터트리셨고. 지금은 후배 벤처기업인들을 위해 본엔젤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후배 이공계 인재들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

6. 셀트리온 서정진 대표님

MODU 친구들은 잘 모르려나? 셀트리온은 국내 최고의 바이오기업 중 하나로, 현재 코스닥 주식시장에서 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엄청난 기업이야. 서정진 대표님은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경영학까지 배우신 융합형 CEO의 살아있는 증거이시지. 어때, 멋지지 않니?

7.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대표님

삼성 하면 삼성전자만 떠올리는 친구들이 많겠지만, 삼성엔지니어링 또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엄청난 기업 중 하나야.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대표님은 그리고 화학공학을 전공하신 후 사원으로 입사하여 대기업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시기도 해. 한 번 만나 뵙고 싶다, 그지?

8. KAIST 이민화 교수님

대한민국 벤처 역사의 산 증인이신 이민화 교수님은 1985년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설립하여 벤처업계에 뛰어드셨고 이후 지금까지 벤처기업협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 하시면서 벤처 분야를 발전시키고 이공계 후배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셔.

9.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

통섭의 아이콘 최재천 교수님은 학창시절 동물학을 전공하시고, 대학원에서 생태학과 생물학을 전공하셨어. 환경, 동물, 생태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하시는 최재천 교수님은 이공계에 흥미를 갖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지.

10.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님

명불허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님은 여성과학인들의 롤 모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과학자셔. 해외 이공계 대학생들도 김빛내리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고 싶어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이과 학생들이 김빛내리 교수님을 모른다면 말이 안되겠지?

그래도 여전히 미심쩍다고? 이공계 쪽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게 걱정스럽다고? 그래서 여러분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든든하게 “이공계 르네상스 전략”을 준비했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진흥청.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여섯 계의 부처가 한마음으로 이공계 살리기에 나선 셈이지. 그럼 이름도 멋진 이공계 르네상스 전략. MODU와 함께 한 번 핵심만 쏙쏙 배워 볼까? 

1단계: 교육 단계(대학-대학원)

이공계로 대학을 진학했다? 그 때부터 섬세한 케어가 곧바로 시작된다는 사실! 학부 때부터 대학원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 및 장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글로벌 수준의 박사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인간 관계, 경영 능력, 리더십 등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교육이 강화돼. 뿐만 아니라 해외인턴사업을 통해 각종 분야의 취업까지 연계하는 등 충분한 관리와 지원이 준비되어 있어. 이외에도 미래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지.

2단계: 사회 진출 단계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면 지원 끝? 노노!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잠재력이 높은 우수인재들을 선발하여 학비와 생활비를 팍팍 보태줄 계획이야. 정말 우수한 인재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거지.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연구개발인력으로 이공계 인재를 뽑게 되면 월급까지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이공계 인재를 우대할 거고, 얼마든지 활약할 수도 있을 거야. 창업을 원하는 피가 끓는 이공계 새싹들을 위해서, 정부에서는 청년창업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 한국이라고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어? 함께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어 보자고!

3단계: 재직 및 퇴직 단계

회사를 그만 두는 순간, 한 평생 공학자로써, 엔지니어로써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들이 쓸모 없어진다면 얼마나 큰 손실일까? 대신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연구분야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함께 후배들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보람 있겠지?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공계 인력들이 좀 더 자기의 지식을 후배들에게 편하게 전수할 수 있도록 겸직제도를 활성화해서 이공계 인력이 연구기관, 기업에서 자기 지식을 전하고 계속해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 쉽게 이야기하면 안정적인 노후가 열렸다고나 할까? 너희들이 사회에 나갈 시점에는 이런 제도들이 잘 정착되어서 선배 연구원들에게 도움도 얻고, 나중엔 후배들도 키울 수 있는 아름다운 순환고리가 완성될 거라고 확신해!

아마 올해도 이과 배치표 꼭대기에는 변함없이 의대가 위치하고 있을 테다. 여전히 이공계는 인기가 없겠지. 하지만 이 글을 통해 한 명이라도 이공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다면, 이공계 르네상스의 주인공이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그래! MODU 독자들 중에 제 2의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나오지 말라는 법 있나? 배치표 꼭대기에 이공계 학과들이 줄줄이 자리잡는 그날까지, 이공계 르네상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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