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10호] SK TELECOM 네트워크기술원 류탁기 연구원님

 

SK TELECOM 네트워크기술원 류탁기 연구원님

맨날 앉아서 연구만 하니 좀이 쑤실 것 같다고?

 

취재/글 권동혁

사진 정다희

큰 안경 쓰고, 하얀 가운 입고. 뭔가 펑 하고 터지면 번개 머리가 되는 그런 직업? 혹시나. 아직도 그런 연구원만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MODU가 다녀왔다. 어딜? 이름만 들어도 실험실과는 거리가 먼 2012 World IT Show 현장으로! 

기술로 사람을 자유롭게!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MODU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SK 텔레콤 네트워크 기술원이라는 조직에 근무하고 있는 매니저 류탁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원이라면?

네. SK 텔레콤 내에 있는 연구 조직이에요. SK 텔레콤이 통신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죠? 그래서 새로운 통신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그것을 빨리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상용화를 시켜야 하는데, 이게 어떤 기술이고, 어떻게 상용화를 시킬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그런 조직이에요. 

새로운 기술을 고객들에게 서비스되도록 연구하시는 거군요. 예를 들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금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LTE가 있겠죠? 작년 7월에 저희가 처음 상용화를 한 서비스인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3G라고 불리던CDMA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에요. 그런데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거나, LTE를 지원하는 장비가 개발되었다고 해서 바로 그것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달나라를 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우주선을 타고 갈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요. 그래서 저희가 LTE라는 기술을 실생활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작업을 했고 그 결과로 작년 7월에 서비스가 시작이 된 거죠. 이렇게 통신기술이 통신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저희 네트워크 기술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통한 통신 연구원!

와. LTE 기술 개발의 일등 공신이셨군요. 그럼 어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가운 입고, 연구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되는 건가요?

하하. 그렇지는 않아요. 만약 그런 상상을 하신다면 그것은 아마 다른 제조업 회사의 연구원들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는 개발하는 분야가 통신기술이다 보니, 아무래도 장비를 깊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여러 기술과 장비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율이요?

네. LTE 이라는 것도 하나의 통신기술이잖아요. 여러분이 하나의 통신기술을 이용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가 필요하겠죠? 그리고 그 단말기에 전파를 쏘는 기지국이나, 통신 단말기도 필요할 거고요. 단말기와 기지국을 통해 여러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전송시스템과, 네트워크망도 필요하죠. LTE와 같은 통신기술은 그래서 하나의 회사, SK텔레콤만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라, 삼성이나 엘지 같은 단말기 제조사나, 기지국, 전송시스템 등 여러 관계회사가 모여 만들어 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므로 그것을 서비스하기 위해 상용화시키는 과정에서도 혼자 연구실에 들어가 장비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여러 회사의 관계자들과 조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한 거죠. 직접 어떤 단말기 제조사와 일을 할지, 어떤 기지국회사의 제품이 좋은지 선정을 하기도 하고요. 

아하. 그럼 제가 생각했던 연구원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르네요. 그러면 출근하시면 보통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일단은 통신시장 전반에 대한 뉴스나 동향들을 살피면서 업무를 시작해요. 논문이나 보고서를 읽기도 하고요. 일과라고 한다면 사실 고정적이지는 않아요. 어떤 때는 책상에서 문서 작업을 하는 예도 있고, 말씀드린 대로 여러 관계자와 릴레이 회의를 하는 날도 있죠.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장비실에 가서 여러 장비를 가지고 실험을 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통신기술이다 보니 많은 부분의 일을 컴퓨터로 하고요. 통신장비들을 가지고 하는 실험이다 보니, 장비실도 비커나 플라스크가 있는 그런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에요. 

확실히 다른 연구원들과는 차이가 나네요.

네, 비유하자면 저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의미는 아니고요. 단말기 제조회사의 연구원이 단말기에 더 빠른 CPU를 내장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 네트워크 장비회사의 연구원이 더 빠른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을 피아노를 더 잘 치고 바이올린을 더 잘 켜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 전체를 조정하는 역할이 큰 저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할 수 있겠죠. 

일의 기쁨과 슬픔

딱 들어맞는 비유인 것 같아요. 그러면 다른 연구원들에 비해서 필요로 하는 능력도 다를 것 같은데요?

네. 연구원의 전형적인 이미지랑 맞물려서 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석사 박사 출신들이 많을 것 같지만, 저희 기술원에는 학사 출신도 많고요. 자기 분야에만 전문성을 가진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필요로 해요. 통신기술이 융합,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좁고 깊게 아는 사람보다는 얕더라도 넓게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연구원이라는 이름의 이미지가 많이 깨지는데요? 혹시 일하시면서 힘드신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조율하는 역할의 힘든 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체가 잘 어우러져야 하나의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오는데, 여러 사람을 모아 협업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죠. 가끔은 그냥 내가 밤새서 다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협력사를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고, 그러면서도 전체를 잘 이끌어서 계획한 일정에도 맞춰야 하고. 그런 부분들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부분이죠. 

때론 다른 연구원들이 부러우시기도 하겠네요. 그러면 반대로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실 때는요?

다른 기획이나 개발부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서 기술이 실제 시장에 출시되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없죠. LTE 같은 경우도 7월에 상용화하기 위해서 정말 밤새가면서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서울에서 시작되고 또 전국으로 급속도로 퍼지는 것을 보니 정말 뿌듯했죠.

또 연구소조직이다 보니까 아직 상용화가 안 된 새로운 기술들도 많이 접하는데요. 이론적으로만 된다고 알고 있는 기술들을 실제로 해보았을 때 성공적으로 작동되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죠. “내가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성공했구나.” 하는 성취감이랄까요? 

Long Term Evolution? 다음은 너에게 달렸다!

재미있네요. 그러면 연구원님은 진로설정을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상황과도 연결되는데요. 저희 세대는 우리나라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어요. 삐삐부터, 전화 발신만 가능한 시티폰이나, 무전기같이 큰 휴대전화 단말기도 있었고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지금의 시대에 이르게 됐죠. 그런 시대를 지나오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통신기술과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뭐든 처음 나오면 사보고 써보는 전자공학과 학생이었죠. 통신에 자꾸 관심이 가다 보니, 3, 4학년 때는 통신 관련 전공과목만 듣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신 거군요(웃음).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셨는데, 이제 진로를 찾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미래 전망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전망까지는 제가 할 수 없을 것 같고요. 지금 현재 상황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통신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요. 중국이나 미국같이 큰 시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어떤 글로벌 업체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죠.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게 유럽에서 유행하는 옷이래.” 한 마디에 관심을 두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에서 잘 되는 거라면 외국에서도 관심을 둬요.

인터넷이며 3G 기술이 또 그랬듯이 LTE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외국에서는 다들 놀란답니다. 누군가는 통신시장이 너무 급속도로 성장해서 이제 더 이상은 성장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퍼져 나가는 시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아마 인터뷰를 본 학생들이 통신에 미래를 걸고 싶어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런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웃음).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가 통신시장에서는 앞서나가는 위치에 있고, 그래서 만약 통신분야에서 일하게 된다면 자부심을 품고 일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또 실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재미도 있고,보람도 있죠.

한 가지 조언을 드린다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또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도록 노력하세요. 분명히 여러분이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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