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대명중학교 백영숙, 유지영 선생님
대명중학교 백영숙, 유지영 선생님
알다가도 모르는 선생님의 세계
인터뷰 배상진
글 임수정
사진 박재영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5월하면 스승의 날. 이 때 아니면 언제 만나볼까! 가까이 있지만 너무 먼 당신! 학교 선생님을 파헤쳐 보자!
선생님=수업하는 사람?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대명중학교에서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백영숙(이하 백), 음악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유지영(이하 유)입니다.
늘 뵈는 선생님들이지만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니 새롭네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수업이 없으실 때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백 주로 교재연구를 하고요. 저는 부장을 하다 보니까 부서업무를 처리합니다.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과목의 수업 외에 학교 내 행정을 위해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저는 연구부에 소속이 되어 있죠. 연구부는 주로 선생님들의 장학, 연수, 동료평가를 합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잘하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선생님들도 경력에 따라 새로운 연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적절한 평가가 있어야만 더 힘을 얻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니까요. 때로는 단결을 위해서 신학기 준비를 위한 워크샵을 준비하기도 하고요. 선생님들을 돕고 학교 내의 행정적인 일들을 담당합니다. 또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시사항인 공문을 처리하는 일들을 하기도 하죠
유 학교 수업 외에 하는 일들을 잡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중요한 것들을 많이 처리해요. 저는 과목이 음악이다 보니까 주로 학생들이 발표하고 동아리 활동하고 그런 부서에 많이 일했고요. 지금은 진로상담부에서 일을 합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 제 점수는요?
학교만의 특이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이란 직업. 힘드신 점은 없나요?
백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힘들게 하죠.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니만큼 학생들의 행동, 말을 선생님들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학생, 남의 물건을 훔치는 학생, 방황하는 아이들, 욱하는 성격의 아이들을 만날 때면 맘이 힘들 때가 많죠. 교육자로서 타이를 때도 있고, 혼을 낼 때도 있는데, 어떤 자극을 줘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정말 힘이 들죠.
유 요즘에는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져서, 정말 똑똑하고 공부만 열심히 한 분들이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에서도 성실하게 공부한 사람들. 그래서 오히려 학업이 좀 뒤쳐지거나 하는 아이들과 공감대가 점차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항상 올바른 길만 걸어온 사람들이 교사가 되니, 그런 점에서는 어려움이 있기도 하죠.
반대로 선생님들이 교직에서 가장 행복해 하는 것은 수업할 때이지 않을까요?
백 그렇죠. 교사의 보람은 당연지사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느껴지죠. 아이들과 소통할 때.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이 받아들여주고 웃을 때. 그럴 때는 정말 꽃이 피는 것 같아요. 정말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내가 이 아이들을 기쁘게 했다라는 느낌이 좋아요. 아이들이 집중력있게 받아 들일 때. 아이들이 나와 교감하고 있다고 느낄 때. 저는 아이들이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들을 매개로 행복을 느끼는 직업이 선생님이라고 말 할 수 있겠네요.
왜 아직까지 교직에 계신다는 건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거겠죠?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 사실 저는 처음부터 선생님이 제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어요. 공부를 하다가 교직이수를 하게 되었고, 선생님이라는 길도 고려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벅차서 선생님이란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도 못했어요. 단순히 직업 중 하나였을 뿐이고, 내가 해야 하는 ‘지식을 전달하는 일’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명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늙어가면서 많은 보람도 느끼고 진심을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쌓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지금도 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란 사람은 학생들의 작은 행동, 말에도 크게 감동을 받는 사람이거든요. 거기에 한 번 맛들면,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답니다. (웃음) 아, 동료들과 맺은 네트워크도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이고요.
백 많은 친구들이 알다시피 선생님이란 직업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서 매우 안정적이에요. 게다가 연금이나 복지라는 측면까지 더하면 여느 대기업 사원 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새로운 기운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에요. 가르치는 과목, 수업 내용은 일정하지만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잖아요? 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선생님들이 배우는 것도 많고요. 이 점 때문에 선생님을 그만둘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재미있어요. 이처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 축복받은 직업 아닌가요? (웃음)
남자의 자격? 선생님의 자격!
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선생님은 학생들의 선호하는 직업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중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유 흔히들 사범대를 나와야만 선생님이 되는 줄 알고 있지만 저는 사범대 출신이 아니에요. 다른 전공을 하다 교직이수를 해서 선생님이 된 케이스예요. 선생님이 되는데는 교원자격이 필요한데요, 이 자격을 얻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사범대 정규 과정을 마쳐 교원자격증을 얻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교직이수라는 방법이에요. 교직이수는 내가 공부했던 전공에 더하여 교육학이나 교육실습과 관련된 과목들을 더 들어서 해당 전공의 선생님으로서의 공부를 하는 거예요. 저는 음악만 배우러 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방법도 함께 배워 선생님이 되었던 거죠. 그런데 교직이수는 신청자 중 일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학점이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해요.
그리고 교원자격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대학교 때, 교직관련과목을 이수해 두어야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어요. 다만 교원자격증을 목표로 교육대학원에 가려면 반드시 동일과목으로 가야 해요. 내가 역사학과 출신이면 역사교육학과 교육대학원을 가야 교원자격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와,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방법으로 교원자격증(정교사 유지영급)을 얻는데 임용고시는 왜 보는 거죠?
백 교원자격증을 얻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선생님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뿐, 선생님으로 채용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들 중에는 국공립학교도 있고, 사립학교도 있죠? 하나는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학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 즉 선생님을 채용할 때도 방식이 좀 달라요. 국공립 중고등학교에서는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통해, 사립중고등학교에서는 각 재단별 시험을 통해 선생님을 선발해요.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다들 임용고시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행정 고급 공무원이나 전문직 자격을 결정하는 시험인 “고시”는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엔 문이 더 좁아지고 합격이 어렵다고 해서 고시라는 “별칭”이 붙었죠.
선생님은 아무나 하나♬
매력적이네요. 이런 멋진 직업에 어울리는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요?
유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없다고 생각해요.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저는 MBTI 검사를 해보면 상당히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답니다. 저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내성적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성향이 선생님의 자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에요. 정말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거예요. 열정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나만의 ‘줏대’가 있고, 나름의 교육관과 가치관만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어요!
백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특별한 자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선생님이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또,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을 만큼 열정도 있어야 하고요. 선생님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영역에서 ‘멘토’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참, 리더십도 있어야 해요. 아무래도 선생님은 학생들의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니까요.
글을 보는 학생들이 모두 선생님이 되겠다고 하면 어쩌죠?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백 선생님은 많은 학생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어요. 학생들이 알든, 모르든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아요. 옷 스타일, 말투, 목소리, 교수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선생님이랍니다. 그러니 항상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최선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선생님의 임무 중 하나예요.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