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멘토칼럼

[9호] 고딩은 모르는 기념일의 비밀

고딩은 모르는 기념일의 비밀

 

글-권동혁

엄마. 카네이션 달아 드릴 테니 돈 좀 줘봐요. 

많고 많은 기념일. 대체 누가 만들어 낸 걸까? 무슨 기념할 일이 이렇게 많은지. 기념할 일을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기념일 기념하다 한 달이 훌쩍, 일 년이 훌쩍이다. 기념할 게 너무 많아 스트레스 받는 오늘! 기념일 좀 그만 기념하고 싶은 기념일로 기념해볼까? 

유난히도 기념일이 많은 달 5월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달력을 쳐다보다 한숨이 쉬어지는 때도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도 모자라 부모님 결혼기념일까지. 이건 우리 집만 그런가? 어쨌든 5월은 마치 기념일을 위해 만들어진 달처럼 이래저래 뭔가를 자꾸 기념하라신다. 이 날은 이래서, 저 날은 저래서 기념하다 보니 1년 365년 안 중요한 날은 대체 언제며, 기념 안 할 날은 대체 언젠지 모를 기세.

하지만 여기서 더 슬픈 소식. 만약에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도 사귀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암울해진다. 100일, 200일, 1주년에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각종 데이들”의 습격까지. 일 년 열두 달 완전 힘들데이…!?

에헴. 어쨌든 “기념일 좀 안 챙기는 나라에서 살 순 없나?”, “기념일 대체 어떻게 챙겨야 잘 챙겼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이 무성한 고딩들을 위해. 당장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째야 하나 답답한 너희를 위해. 5월의 고딩은 모르는 이야기. 고딩은 모르는 기념일의 비밀! 시작한다.                                                                      

대체 뭘 기념하는데?

넘쳐나는 기념일에, 대체 이번 기념일은 어떻게 기념할까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 상당히 많겠지.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기념일에 둘러싸인 현실보다 더 슬픈 것은, 우리가 그 무수한 기념일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면서 늘 하던 대로 기념일을 지키고 때로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흔한 예를 들어 볼까? 어버이날, 엄마아빠에게 카네이션을 사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여, 용돈을 달라고 신경질을 부린 A양. 스승의 날, 선생님 선물을 사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을 사뿐히 땡땡이친 B군. 이들에게 과연 어버이날, 스승의 날은 어떤 의미였을까? 잘 와 닿지 않는다고? 그럼 화이트데이 때, 남자친구가 사탕을 챙겨주지 않으면 헤어져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너에게 남자친구란? 화이트데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기념일은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형식이다. 기념일이 각자 가지고 있는 의미도 있고 뜻도 있지만, 기념일이라는 형식이 그 뜻을 훼손할 수는 없다. 스승의 날이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선생님의 사랑과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스승의 날 이벤트를 위해 자율학습을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사뿐히 지르밟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화이트데이는 사실상 과자회사의 상술에 따라 만들어진 날이긴 하지만 그런 기원이야 어쨌든 그 날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면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지, 여자가 남자에게 사탕을 받아내야 그날이 화이트데이로서 잘 ‘지켜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번쯤 왜 우리가 특정일을 기념일로 기억하고 지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탕을 못 받았기 때문에 3월 14일을 망쳐버렸다거나,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으니 당당히 나는 아들로서 내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식의 오해에 빠지고 만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지키는 날짜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지만 우리는 좀 더 기념일을 기념일답게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기념일 지키기는 기념일 안 지키기로부터?!

기념일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서 기계적인 기념일 행사에서 벗어나, 조금 더 기념일의 본래 의미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면 이제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기념일을 기념일답게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것.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예로 들어볼까? 어버이날은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1년 치 감사를 몰아서 어버이날 하루에 때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꼭 있다. 그런 사람들이 꼭, 어버이날엔 어떤 선물, 어떤 이벤트를 해야 될까를 고민하느라 며칠 유난을 떨며 적당히 이벤트 하나 준비하고는 한 몇 달 생색을 낸다. 그런 사람 어디 있냐고? 이것은 남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긴데?

그래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어버이날까지도 부모님을 못 살게 구는 놈들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 하지만 반전은 꼭 평소에 잘 못하는 애들이 어버이 날 하루를 더 열심히 챙기고 있더라는 것. 말을 바꾸어 보면 기념일이 기념하고 있는 의미를 평시에 기억하고,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기념일이라고 유난 떨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부모님을 항상 기쁘게 해 주는 아들, 딸들은 어버이날이 무슨 특별한 날일까? 평소에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끔찍이 아끼고, 좋아해 주는 친구들은,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주든 이쑤시개를 주든 대체 뭐가 문제가 될까? 

극단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나는 과감히 선언한다. 이제는 기념일 안 지키기를 통해 기념일의 의미를 살려보자. 어버이날이 필요 없는 부모 자식 관계를 만들고, 스승의 날이 필요 없는 사제지간이 되자는 이야기다. 있지도 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카네이션과 각종 선물세트로 표현하지 말고, 이제는 말과 행동으로 “평소에” 보여주자는 말이다.

매일을 어버이날처럼, 스승의 날처럼, 또는 100일, 200일처럼 살아가는 것. 매일의 작은 감사와 관심이면 충분하다. 가까운 미래, 네이놈 지식인에 ‘어버이날 선물 뭐하죠?’라는 질문이 없어지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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