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 현대자동차연구소 연구원
현대자동차연구소 엔지니어
자동차를 만드는 핵심 인재들을 만나다
인터뷰 – 윤삼정
글 – 이자연
사진 – 오린지
공장에만 들어가면 뚝딱뚝딱 만들어 지는 줄 알았던 자동차. 그러나 자동차 하나하나에 자신의 열정을 불어넣는 현대 자동차 연구소 연구원들이 아니었다면 세계적인 자동차가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 그들의 열정을 느껴보자.
뛰뛰빵빵 내가 왔다!
안녕하세요. 두 분 각자 본인 일하고 계신 부서와 자기 소개 간단히 부탁 드려요.
김마이클 영 / 디자인팀 (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자동차연구소 감성 디자인팀의 디자이너 김 마이클 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동차 내부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여닫는 창문들도 세밀하게 디자인이 고려된 것들이지요.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자동차 운전석 클러스터 디자인을 맡고 있지요. 클러스터는 간단히 설명하면 운전자 앞의 계기판을 말해요.
이미현 / 시스템 설계팀 (이하 이):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자동차연구소 시트 시스템 설계팀의 이미현입니다. 저는 차량 내부의 시트 설계를 맡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동차에서 앉는 시트의 모양부터 시트 내부의 전자적 기능까지 설계하고 실제로 시현하는 일을 하지요. 자동차 엔지니어라고 하면 다들 제가 자동차를 통째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자동차는 3-400개의 세부 모듈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것이에요.
두 분 모두 자동차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당연한 거겠죠. 하하. 그렇다면 두 분 모두 자동차 관련 학과 출신이신가요? 자동차 관련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 자동차 회사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계과라고 짐작을 하시는데 사실 저는 전기 전자과 출신이에요. 의외죠? 자동차의 경우, 기계가 아닌 완벽한 종합 전자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기에 전기 전자과에서도 많이 진학을 한답니다. 대학 시절 연구 장학 제도라는 것이 있었어요. 연구 장학생이란 것은 방학에 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4학년 때 이 수업에서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랑 굉장히 잘 맞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자동차에 푹 빠졌던 거죠.
김: 저는 원래 건축을 전공하고 있었어요. 훌륭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디자인에 눈을 뜨게 된 경우지요. 건축과 디자인 중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다니던 학교를 방문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제품 디자인 수업을 들었는데 잊지 못할 감명을 받았어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이미 자동차 회사나 제품 회사에서 일하다 오신 분들이셨기 때문에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경험들이 그대로 저에게 느껴졌거든요. 그 분위기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되었죠. 그렇게 고민이 해소가 되고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거예요.
자동차, 아직도 모르겠니? 알려줄게!
건축과 전기. 꼭 기계 공학과만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건 아니군요. 그럼 자동차 디자인의 매력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저에게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꿈과 같아요. 자동차 안에는 모든 디자인이 배치되어 있거든요. 내장되어 있는 모든 부품들을 디자인 하고 동시에 전체적인 조화와 자동차 차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지요. 사실 자동차 안에는 학생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제품들이 내장되어 있어요. TV, 스테레오, 계기판, 심지어 냉장고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동차 디자인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복잡하네요. 김연구원님께서 맡고 계신 자동차 디자인이 일반 제품 디자인과 다른 점은 뭐예요?
김: 자동차 디자인은 특히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나 감성과 관련이 많아요. 단순히 디자인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자동차를 사용할 때의 행동양식과 인체의 편리성을 염두하고 디자인을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석 근처 자리에 있는 버튼들은 모두 사람들이 운전을 하는데 최적화된 크기와 위치로 고려된 거예요. 또한 계기판과 주변 부분은 자동차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에 차 디자인에서는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요.
음. 그럼 시트는요? 사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앉기만 해서인지 시트시스템 설계라고 하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와 닿지가 않거든요.
이: 시트에는 여러 가지 첨단 기능이 들어가요. 시트가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시작으로 시트 아래에서 열을 내보내서 따뜻하게 해준다거나, 다리 쪽에 따스한 바람이 나오도록 하는 것, 그리고 최근에는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시트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능들이 들어가면서도 시트의 기본 기능인 편안함과 안락함을 유지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에요. 시트 시스템 설계는 말 그대로 시트와 관련된 모든 일을 다루는 거죠.
시트가 만들어 지는 과정은 굉장히 섬세하네요. 그럼 시트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구별되는 장점이라면 어떤 게 있나요?
이: 시트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부품들과 다르게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트라는 제품은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이잖아요. 그렇기에 차의 첫 인상이라는 면에서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기도 해요. 또한 시트 제품에는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안전성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첨단 기술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당히 진로의 길이 넓어요. 많은 분들이 시트 시스템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다른 분야로 옮기기도 하더라고요.
열정?! 내가 보여주겠어!
얘기를 들으니 두 분의 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일을 하시면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으신가요?
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2~3년전 아반테 하이브리드가 시중에 처음 나왔을 때 에요. 그 때, 제가 계기판을 담당했었는데, 기존의 계기판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었죠. 런칭쇼에서 사람들이 저희의 제품을 보고 사람들이 “이것 참 새롭네.”라는 반응이 나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이 때가 디자이너로써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디자인한 차가 시중에 나왔을 때, 그리고 그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때는 정말 그 동안의 수고와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면서 이 일을 하기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반대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 저는 처음 입사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에 자동차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였을 때 일을 하면서 내가 기계과도 아닌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두려워했었죠. 또한, 나는 자동차의 전체적인 것을 보고 싶은데, 시트에만 매달려야 할까 하며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요. 생각해 보면 그때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 제게 있어서 가장 힘든 순간은 품평이에요. 품평이란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윗 분들께 보여드리는 것인데 보통 하나의 디자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품평들이 쏟아져 나와요. 수정 사항들도 “선 하나가 동그라미에서 네모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좀 둥근 네모로 바꿔 보아라” 이런 식인데, 수정을 할 때는 “왜 이렇게 하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들죠. 그런데 늘 결실은 마지막 발표 때 나오더라고요. 얼마나 수정을 하고, 얼마나 노력 했는지가 그 때 보이더라고요. 정말 그럴 때는 보람이 있죠.
두 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회사에 외국인 근무자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요. 외국인 근무자분들과 있으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것 같은데요?
이: 하하. 네. 황당 에피소드지만 예전에 제가 매년 팀에서 하는 심포지엄에서 영어로 사회를 봤던 적이 있어요. 2명의 사회자가 나와서 한 명이 한글로, 다른 한 명은 영어로 진행을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그날 갑자기 저의 한글 사회를 보시던 분이 대본에 없는 말들을 마구 하시는 거예요. 덕분에 외국인들 앞에서 즉석에서 영어로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엄청나게 당황했었죠. 나중에 끝나고 나서 미국 지사에 계신 연구원님께 혼나기도 했어요(웃음).
또 다른 우리들의 미래, 자동차.
집집마다 이젠 차 없는 집이 없는데요. 사람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자동차의 미래와 전망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김: 자동차는 10년 전만 해도 정말 사람들을 이동시켜 주는 수단이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자동차는 이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제 2의 집이자 제 2의 사무실이라고 할만한 곳이 되었죠.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자동차에서 보내기 시작했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자동차에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자동차를 디자인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활동하는 영역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네요.
이: 김 연구원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이제 더 이상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자동차는 타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더욱 다양해지고 계속해서 새로워 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자동차를 튜닝하고 있고, 그렇게 앞으로 자동차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아이템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와, 얘기를 들으면서 문외한이었던 저도 자동차에 관심이 생기네요. 마지막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김: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동차를 정말 사랑해야 합니다. 디자인의 경우 정말 사람처럼 자동차를 사랑해야 자동차를 제대로 디자인 할 수 있어요. 디자인은 자동차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넘어서서 감성적인 것이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 참, 그리고 자동차를 항상 주시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차가 서 있을 때 보는 것뿐만 아니라 달릴 때와 서 있을 때 모두를 봐야 해요. 이 둘 사이에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거든요.
이: 맞아요. 많은 학생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자동차는 종합 학문이에요. 즉 굉장히 많은 학문과 전공이 자동차와 연관이 된다는 것이지요. 김 연구원님과 같은 디자인 전공, 저 같은 전기 전자 전공뿐 아니라 기계, 컴퓨터, 경영학, 인간 공학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문과라고 하더라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자동차 회사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세요. 학생 여러분들의 자동차를 향한 열정. 꼭 꿈으로 이루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