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7호] 한양대 경제학과 정병석 석좌교수님

 

한양대 경제학부 정병석 석좌교수님

열정과 프라이드를 말하다

 

인터뷰 – 권동혁

글 – 이자연

사진 – 오린지

서울대 무역학과, 행정고시 수석합격, 前 노동부 차관, 前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 그리고 “이기는 청춘” 저자… 수식어가 무수히 많은 이 분. “이기는 청춘”을 넘어 이제는 “이기는 청소년” 여러분을 위해 MODU가 정병석 교수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인생의 나침반을 제시하시는 정병석 교수님의 이야기.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삶의 나침반. 열정과 프라이드. 

안녕하세요. 교수님. MODU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학생 여러분. 열정과 프라이드를 갖고 사는 사람. 정병석입니다.

열정과 프라이드! 키워드가 멋지십니다.

제가 어디서나 강조하는 두 개의 지침이에요. 열정은 자기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매사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마음가짐. 어떤 일이든지 정말 뜨겁게 온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프라이드(pride)는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어떤 것이든지 내가 하면 다르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 내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은 결코 대충하지 않는다는 자존심입니다.  제가 언제나 강조하는 소프트 스킬이라 할 수 있죠.

열정과 프라이드.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이네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야기하신 소프트 스킬이 무엇인가요?

처음 듣는 여러분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들릴 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사회에서는 여러분의 능력을 여러 각도에서 평가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대기업을 가든, 중소기업을 가든, 혹은 공무원이 되든, 창업을 하든 마찬가지예요. 그 때 주로 두 가지 기준에서 평가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하드 스킬, 또 하나가 소프트 스킬이죠. 컴퓨터를 살 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드 스킬은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로서 학교에 다닐 때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업해서도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할 일처리 능력이예요. 예를 들면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 내거나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세무회계를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한 하드스킬이 될 수 있겠죠. 시대가 흐를수록 계속 지식, 기술이 변화하니까 하드스킬은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해요.

반면에 소프트스킬은 일 자체에 필요한 지식, 기술보다는 일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그 사람의 자세, 태도, 방법 등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일에 대한 직업관, 자세 또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리더십, 열린 마음, 발표력, 대인관계 능력, 인성 같은 것들을 일컫는 말이예요. 한 사람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하드스킬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는 능력이지요.

너희에게 필요한 건 뭐? 소프트스킬! 

어려워 보였지만 이해가 쏙쏙 됩니다. 그럼 능력 있는 고등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여태 대학생만 가르쳐 왔는데 이번엔 고등학생이라. (웃음) 아까 설명한 하드스킬은 그 때 그 때 상황과 필요에 따라 배워 나가야 하는 능력이에요. 한 가지 하드스킬을 미리 열심히 학습해 놓는 것도 좋지만 하드스킬은 앞으로 직접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능력이죠. 그런데 소프트 스킬은 미리부터 훈련해 둬야 갖춰지고 결국 평생을 두고 쓸 수 있는 능력이랍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기본적인 소프트 스킬을 갖췄으면 좋겠어요. 열정과 긍정적인 마음. 책임감, 예의범절 이런 것들은 단시간에 만들어 지지는 않지만 의식하고 습관을 들이면 서서히 형성될 거예요. 정말 기업에서, 또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찾게 되는 인재는 학력보다 긍정적인 마인드, 책임감, 열정과 같은 소프트스킬을 갖춘 인재에요. 그것이 한꺼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고등학교에서부터 의식하여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할 거예요. 세대가 바뀔수록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의 스펙은 날로 더 화려해지는데, 기업에서는 실제 쓸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그럼 소프트 스킬 훈련.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가장 먼저 자기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가졌으면 합니다. 자기의 꿈을 만들란 의미죠. 그럼 꿈을 꾸기만 하면 되느냐. 아니지, 현실로 만들어야죠. 그 첫걸음이 자기의 꿈을 적어 두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지갑에 꿈을 적어서 넣고 다녀요. 늘 가지고 다니는 지갑에서 가끔씩 꺼내어 보면서 그것을 생각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꿈이 정해지면 그것을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라고 합니다.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스스로에게 꿈을 각인하고,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세뇌하는 것이죠. 적는 게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꿈을 적어 두면 언행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꿈이 대통령이라 해보세요. 경제, 정치, 역사, 문학. 다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학창시절에 술 마시고, 가출하고 그럴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자신의 꿈을 위해서 지금의 삶이 바뀌는 것이죠.

꿈이 현실이 되는 비법이네요. 그러면 꿈을 정하고 난 다음에는요?

그런 다음에는 이제 열정 있게 일하는 거죠. 그런데 이 때 중요한 게 긍정적인 마음이예요. 부정적인 사람들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제안을 하면 반사적으로 ‘그게 되겠어?’ 하고 비판부터 하는 사람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안 되는 이유부터 찾으려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될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만 생각나게 되거든요.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에디슨을 보세요. 전구를 만드는데 1000번을 실패했다지만, 그는 그 999번의 실패동안 ‘아 또 하나의 안 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죠. 실패로 보느냐 또 하나의 도전이냐. 어감 자체가 다르지 않나요?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세요. 긍정적인 마음과 열정이 결과를 바꿀 거에요.

그에게도 있었던 학창시절의 고민들.

인터뷰를 보고 에디슨 같은 학생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네요.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혹시 이런 생각을?

하하. 이건 노동부 근무와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그간의 세월이 깨닫게 해 준 거지. 나는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여러분처럼 문, 이과 중에 어디를 가야 되나를 고민하는. 고1때 진로 적성을 검사했는데 문과와 이과 적성이 똑같이 나오더라고. 당시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개 공대를 가는 분위기여서 그럴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내가 가장 존경하던 역사선생님께서 정부에서 활동하려면 문과가 더 기회가 많을 거라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저는 그래서 문과에 가게 되었어요. 건축 공학을 전공해서 멋진 건물을 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역사선생님 말씀에 문과로 오게 되었지.

하하. 지금 그럼 그 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으신가요?

다시 돌아가도 똑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선택을 하면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제 처음 의지대로 건축공학을 했어도 멋지게 잘 했을 거라 믿어요.

이것이 바로 프라이드군요. (웃음) 그러면 상과대학을 가게 된 계기는요?

그 당시 저도 장래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지요. 중학교 때는 보통 아이들이 그렇듯 조금만 공부해도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이야기가 달랐어요. 그래서 진로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지. 어릴 때부터 책은 문학, 역사 등 많이 읽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고민이 쌓였어요. 종교나 철학 책을 보면서는 입산해서 도를 닦는 스님을 돼볼까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로. 그런데 역사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면서 상과 대학으로 결정했어요. 앞으로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클 것 같았고,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제가 나온 광주일고에는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이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어요.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이런 탑을 보면서 자란 학생이 어찌 열정 없이 살겠어요.

네. 그러면 공직에 몸을 담게 되신 이유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때 당시 경제 공부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나라발전이었어요. 사실 학교에 입학했던 때가 72년도였는데 여러분들이 잘 알겠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상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때가 아니에요. 학교가 수시로 휴교되었죠.

어쨌든 그 때 경제학은 세 가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외채, 또 하나는 식량 자급,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노동문제였어요. 경제학도라고 하면 주로 이 세가지 문제와 관계 있는 분야에서 자기의 진로를 생각하게 되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노동부에 들어가게 된 거죠.

모든 일은 열정과 프라이드로!

노동부 생활은 어떠셨나요?

노동부에 들어가서도 어려움은 많았죠. 그런데 어떤 일이든지 맡게 되면 그야말로 물불 안 가리고 열정을 다해 일하니 사람들이 인정을 해 주데요. 정책과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것이 절대 쉽지가 않아요. 설득하려 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서류 파일을 팽개치면서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두 번 거절 당한다고 멈추면 그건 열정이 아니지. 나는 그게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찾아 다니며 그 분들을 귀찮게 하며 설득했었어요. 그랬더니, 그 분들이 결국에는 찬성하게 되데요. 직속 장관도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하는 법안이 있었어요. 그런데 1년에 걸쳐 여러 번 설명하니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이 법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가진 실무자가 이렇게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

이렇게 탄생되었던 것이 고용보험제였죠.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제도가 그렇게 먼 길을 돌아 탄생한 줄은 이제야 알았네요. 그렇게 강조하시던 열정이 어떻게 일을 이루는지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 총장님으로써도 무척이나 인기가 좋으셨다던데?

인기는 무슨… 총장시절에 학생들에게 했던 일이라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가지.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일이었어요. 한국 기술교육대학교 총장시절에 해마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학생들에게 꼭 질문을 합니다.

“여기서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우리나라 1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 때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요. 무슨 소리 하나 멀뚱히 쳐다보고 있지. 그럴 때마다 나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필요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대학교입니다. 자동차를 만들고 로봇을 만드는 이론은 서울대, 카이스트가 1등일지 모르지만.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하면 누가 제일 잘 만드나요. 여러분들 아닙니까? 자. 그럼 다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1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강의가 끝날 때쯤이면 모든 학생들이 웃으면서 다 손을 들더라고요.

프라이드를 가지기 위해 모든 사람을 항상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네요?

그렇지. 이미 만들어 놓은 판에 들어가서 싸우려면 그 게임에서 이길 확률도 낮은 데다가 힘은 더 많이 들잖아요. 나는 나만의 게임의 판을 짜고 거기서 경쟁하면 되는 거에요. 수능 성적은 서울대, 카이스트 학생들이 높을지 모르지만 산업 현장에서 가서는 내가 더 낫다는 자신감, 즉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하자고 해야지 왜 남이 잘하는 것을 가지고 경쟁하려고 해?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고 나만의 스펙이지. 손자병법에도 이길 수 있는 전장에서 싸우라는 말이 있어요. 여러분도 여러분이 가장 경쟁력을 가진 분야, 즉 나만의 전장을 찾아 거기에서 경쟁하길 바랍니다. 그런 분야를 선택하면 당연히 1등이 되고 프라이드가 생기는 거예요.

네. 정말 학생들이 즉시 따라 할 수 있는 좋은 말씀들, 감사 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러분이 이미 잘 알겠지만, 이제는 변화가 빠른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항상 열려있는 마음이 중요하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것 가지고 혼자서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런 자세의 시작은 바로 열린 마음, 독서, 경청입니다. 서로가 대화하고 관계를 맺고 공부하는데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죠. 상대의 말에 진짜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저의 인터뷰 또한 경청했다면, 부디 열정과 프라이드를 가지고 여러분의 멋진 꿈을 이뤄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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