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MODU 스페셜] 휠체어를 타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그 날을 위해

“이동이 평등한 세상,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다”

자율주행 시스템 아키텍트 위즈진 윤동국 대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어르신의 주 이동수단은 휠체어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통행 환경 속에서 ‘이동약자’들은 휠체어를 타고도 온전히 거리를 다니기 쉽지 않다. 이들의 발이 되어주기 위해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전동휠체어를 개발한 ‘위즈진’ 윤동국 대표는 ‘누구에게나 이동이 평등한 세상’을 말한다. 눈앞에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 앞으로 시작될 변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율주행 전동휠체어를 처음 구상한 계기가 궁금하다.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내가 사는 지역은 장애인 거주 비율이 높아서 동네를 거닐 때면 늘 전동휠체어를 마주쳤다. 자세히 보면 휠체어 사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더라. (휠체어가) 사물이나 보행자에 쉽게 부딪히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전복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한 휠체어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스터디랩으로 출발한 위즈진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는 ‘오픈소스 컴퍼니’를 지향한다. 그런 일념으로 2019년 ‘시각장애인 내비게이터’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작년부터는 자율주행 휠체어를 개발하고 있다.

휠체어에 자율주행차 기술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면 되는 것인가?

자율주행차 기술 중 일부는 활용할 수 있지만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차도로 다니고, 차선이나 신호가 있다. 일정한 규칙을 지키면 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자율주행 휠체어로 인도를 달릴 때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인도에는 차선도 없고, 땅이 갑자기 푹 꺼지기도 한다.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며 걷던 사람이 휠체어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무규칙의 닫힌 환경이다. 그래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듯이 하면 안 되겠다’라고 판단한 것이 작년 10월 즈음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율주행 휠체어가 만들어지는지 설명해달라.

처음으로 찾기 시작한 것은 ‘바퀴’다. 기존의 모터가 필요한 바퀴는 너무 크고 무거워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휠모터(In-wheel motor, 휠 안에 모터가 들어간) 방식으로 구동되고 전진과 후진, 회전이 가능하면서 가벼운 바퀴가 필요했다. 그러고 나서 휠체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다음에는 휠체어가 인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눈’을 달아줘야 한다. 휠체어가 보는 것이 사람인지, 차인지를 구별해서 객체를 인식하고 스스로 피해 가는 기능이다. 따라서 단안 카메라를 달아서 거리값을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따로 개발했다. 물론, 이 기능은 2019년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터 시스템에서 이미 개발했다.

기존 전동휠체어와 비교해 자율주행 휠체어가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휴대성, 편의성, 접근성 세 가지다.

기존 휠체어는 무게가 120kg에 달한다. 휠체어 전용 봉고차가 아니면 자동차에도 싣기 힘들다. 이걸 가지고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절대 못 탄다. 내 휠체어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이동평등권’ 혹은 보편적인 이동권리가 갖춰져야 한다고 봤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어딘가 불편해서 ‘방해’를 받고 있는 것뿐이다. 그들도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을 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은 28kg다. 올해 말에는 18kg까지 줄여볼 생각이다. 저가 항공사는 20kg을 초과하면 화물료를 받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

위즈진은 상용화된 전동휠체어의 기본적인 한계를 파악 하고 접이식 수동휠체어의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으로 제한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자율주행 휠체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직접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나.  일명 ‘두 바퀴로 걷는 제주’ 프로젝트라고 하던데.

그렇다. 일종의 실험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했다. 김포공항부터 시작해 제주에 도착해서 쭉 휠체어로 이동했다. 안전한 테스트를 위해 헬멧을 착용하고, 운전자 뒤에서 언제든 휠체어를 끌 수 있도록 핸들러가 존재하도록 했다. 실제 주행 기술과 관련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사회학적인’ 데이터를 훨씬 많이 얻었다. 제주도에서 자율주행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내내 길을 비켜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말이다.

놀랍지 않나. 휠체어 탑승자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먼저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확실히 이동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율주행 휠체어가 학습해야 하는 명령어도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기술적으로만 해결하면 안 된다. 휠체어가 방해물을 피해 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길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에는 다 풀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거다. 일단 보행자들이 휠체어를 인지할 수 있게 경광등을 달아볼 예정이다. 사람의 인지판단은 단순해서 눈높이에 무언가가 보이면 멈춘다. 휠체어 앞에 스피커를 부착해 음성으로 알려주는 아이디어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11월 초에는 휠체어를 타고 자전거 도로만을 이용해 서울부터 여수까지 횡단해볼 것이다. 위즈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든 과정을 ‘라방(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할 예정이니 관심 있게 봐주길 바란다.(웃음)

‘두 바퀴로 걷는 제주’ 프로젝트에서 서귀포장애인자립생 활센터 이연희 소장과 함께 직접 자율주행 휠체어를 타고 테스트 주행을 마친 윤동국 대표의 모습.

‘구독’과 ‘좋아요’ 버튼 꾹 누르고 보겠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율주행 휠체어 프로젝트는 2023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휠체어가 완성되면 택배 배송의 최종 단계인 ‘라스트 마일(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직접 배송되기 바로 직전의 마지막 거리)’ 택배가 내 집 문앞까지 배달되는 과정.*에도 활용할 생
각이다. 그렇게 하면 장애를 가진 분들도 가까운 거리에서 물건을 배달하면서 부담 없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 휠체어를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평등권을 넘어서 노동평등권을 이루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은 기술로 풀린다고 믿는다. 이 기술은 모두가 쓸 수 있고, 누구든지 접근 가능해야 한다. 위즈진의 모토인 ‘독립적이고 보편적인 AI’가 바로 그 뜻이다. 휠체어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어서 정서 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볼 생각이다.

‘독립적이고 보편적인’ 기술 개발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개발자라면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 현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만들어라. 매사 호기심을 가지고, 좋은 질문을 하는 연습을 해보자. 인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하지만 영어 공부는 중요하다.(웃음) 의미 있는 자료는 거의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면 ‘코세라(Coursera)’라는 사이트를 추천한다.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인공지능과 코딩, 프로그래밍 이론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휠체어, 어디까지 왔니?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의 발전 단계가 있다. 현재 위즈진의 자율주행 휠체어는 1.5단계에 도달한 상태다. 1단계인 속도 및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 등 시스템이 일정 부분 개입하는 수준에 더해서, 돌발적으로 사람이 휠체어 앞에 나타났을 때 긴급제동과 회피 기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위즈진이 목표로 삼는 자율주행 휠체어의 최종 완성 수준은 3.5단계다. 3.5단계는 ‘도어 투 도어(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루어지는 통행)’까지 휠체어의 핸들을 밀고만 있으면 자율주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단, 제어권은 운전자가 가지고 있어 도착 시 휠체어를 멈춰 제어할 수 있다. 위즈진은 자율주행차 기준이 아닌, 자율주행
휠체어에 적합한 맞춤형 단계를 올해 안으로 정의할 계획이다.

 

I am a Autonomous Wheelchair

자율주행 휠체어의 바퀴는 원래 전동자전거에 쓰이던 것을 후진과 회전 등 기능을 보완해 만든 것이다. 휠체어 상단에는 센서를 부착해, 객체를 검출하고 거리값을 측정한다. 자율주행 휠체어 안에서의 모든 작업은 서버에서 이뤄진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에는 막대한 데이터 연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클라우드 서버에서 모든 인공지능 연산이 이루어진다. 덕분에 자율주행 휠체어는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위즈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자율주행 휠체어 소개 영상과 ‘두 바퀴로 걷는 제주’ 프로젝트까지


글 이은주 ●사진 오계옥, 위즈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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