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쓰다 음악가 김현성

누구나 그리움 하나쯤 마음에 담고 산다.그리움의 긴 기다림은 시가 된다. 기다림을담은 시는 노래가 된다. 노래는 위로가 되어 삶을 어루만진다. 삶을 노래하는 사람 김현성의 이야기다.

더 높이 바다 깊은 곳에는 세상 꽃들이 있네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해서 누구나 만들 수는 없다. ‘이등병의편지’로 널리 알려진 음악가 김현성. 노래의 인문학을 말하는 그에게물었다.

“이중섭, 윤동주, 백석 음반을 작업했어요. 시가 있으니 곡만 붙이면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작업을 하려면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해요. 삶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보고 그 사람이 썼던 단어, 좋아했던 시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을 이해해야 노래가 되고 그것이 곧 인문학인 거죠.”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노래로이야기한다. 예술이 위대한 이유는 많다. 예술은 국경도, 언어도, 지역도, 인종도 뛰어넘는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여주에 터를 잡고 노래를만들고 있다. 그에게 장소는 울타리가 아니라 새로운 사유의 자극이고만남의 장이다.

“노래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어디에 속하는 것을 하지않아요. 저는 관찰을 합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찬반이 활발할 때도 저는 양쪽 행사에서 초청하면 어디든 가서 노래를 했어요. 비교적 운동쪽에 있는 친구들과 친하지만 그것이 편을 갈라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쪽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저쪽 사람들은 저렇게 포장하는구나. 지독하게 편을 가르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연대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어느 편에 서 있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자유로운 사람이다.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니 얼핏 듣기 싫은 소리도 그에겐 경계가 없다. 그저 보이는 현상대로 느끼고 말할 뿐.

“평화행진 때 도법스님과 여주에서 한나절 걸어본 적 있어요. 걸어보니 전봇대 하나 없이 여느 지역보다 운치가 있어요. 자연환경적인 개념의 문화벨트로 본다면 좋은 곳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시가 커야만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음반 작업을 하러 정선에 자주 갔었어요. 인구가 4만 정도인 도시니 꽤 척박한 곳이지요. 교통도 불편하고 서울하고 거리도 멀고. 그런데 정선은 자신의 정체성을 아주 잘 찾았어요. 정선 아리랑 박물관과 공연장이 있는데 시설이 무척 좋아요. 운치도 있고 지역적 특성도 잘 배치되었고. 때로는 형식이 질을 결정할 수도 있어요. 형식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야 하니까요.”

홀로 있는 결과물은 없다. 환경적인 제한에 돌아설 필요도 없다. 무엇을 알아차렸다면 훌쩍 뛰어넘으면 그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이다. 그리고 시간이다. 문화 예술이란 장르는 현재의 상태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작업이다.

 

당신들을 가슴 하나 가득 품고 있소

 

음악가라는 제목을 달고 한평생을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일기이고 친구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과 공감하는 일이다.

“작곡을 가르칠 때 질문을 많이 하고 사물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라고 해요. 그리고 책 두 권을 꼭 보라고 하죠. <월든>과 <전태일 평전>. <전태일 평전>은 시대나 사람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을 열어주고 <월든>은 자연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보는 책이거든요. 태도의 문제예요. 음악을 듣는 대상이 살아가는 사회를 들여다볼 줄 모르면 운이 좋아 히트곡 하나 만들어도 금세 사라져요. 음악은 감성의 작업이에요. 이론을 많이 안다고 작곡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의 음악적 반경은 퍽 넓다. 제주 4.3, 정선, 독도, 광주와 같은 지역도 있고 윤동주, 백석, 이중섭과 같은 예술가도 노래했다.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도 있다 기천불.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음반을 다 했다고.
“모든 사람은 말 못할 아픔이 있어요. 다만 말을 안 할 뿐이지. 제 노래가 좀 마이너 성향을 띠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위로거든요. 저는 개인 골목을 지나 집에 갈 때까지 그가 삶에서 느끼는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후배들은 내가 여러 가지 잡다하게 한다고 하겠죠. 축구로 예를 들면 공이 어디서 어떤 상태로 날아올지 모르잖아요. 저는 음악과 연계된 것은 다 해봐요.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해보는 거죠. 후배들한테도 실패했다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본 것을 뭐라고 해요. 왜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냐고.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냥 할 뿐이에요.”

그가 지은 노랫말이 일상어인 것은 당연하다. 입대하는 아들이 부모님께 큰절을 하고 대문을 나서며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 날 저무는 줄 모르고 생각에 빠져 있는 것도.
그의 작업 노트는 한쪽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 왼편에 습작을 하면 오른편은 수정을 하는 페이지다. 틀린 것을 지우지 않고 옮기면서 수정한다, 과정을 볼 수 있도록. 그에게 음악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삶의 과정 그 자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노래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라고.

 

  • 이 칼럼은 여주시에서 발행하는 시정 소식지 <여주, 사람을 품다> 제휴 콘텐츠입니다.

글 이은정 ●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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