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소비자의 보상해결사 손해사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그렇다면 보험금은 누구의 손에 의해서 정해질까? 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손해액과 보험금을 결정하는 해결사, 손해사정사를 만났다.

보험사고의 손해를 측정하는 계산기

어느 날 갑자기 폭우로 인한 정전 사고로 양계장 닭들이 집단 폐 사했다면 양계장 주인은 손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폭염이 나 장마 등 자연재해로 소·닭 등이 죽으면 보상을 받는 ‘가축재 해보험’을 미리 들어놓았다면 가능한 일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거나, 질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축, 농작물, 그리고 주택이나 건물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보상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손해 사정사다. 손해사정사는 사고로 인해 보험 가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경위를 조사해 손해액을 계산하고 보험금 을 합당하게 정하는 일을 한다. 업무 영역에 따라서 신체와 차 량, 재물손해사정사로 나뉜다. 신체손해사정사는 각종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손해액을 정한다. 그 외에 도 자동차 사고로 인한 차량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차량손해사정 사, 재물과 관련된 재산상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재물손해사정사 가 있다.

 

전문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

손해사정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1·2차 자격 시험을 통과하고 6개 월의 실무 수습을 거친 후 금융감독원에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차 필 기시험은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으로 평균 60점을 목표로 비교적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지만, 2차 시험은 논술형으로 사례형 계산문제, 약술형 문제 등 이 섞여 있어 시험 합격에 많은 공부량을 요구한다. 합격 후 진로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보험사에 고용되어 손해사정업무를 수 행하는 고용손해사정사와, 소비자에게 직접 의뢰를 받아 손해사정법인에서 일하는 독립손해사정사가 그것이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상관계를 둘러 싸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손해사정사는 손해 발생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 내용과 약관, 관련 법규에 따라 공정하게 보험금 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설득력과 화술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인 이유다. 우리나라에 서는 연간 수백만 건의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의 종류도 늘어나면서 손해사정사의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사정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대학교 3학년 때 삼풍백화점 사건 당시 손해사정을 담당했던 학교 선배님의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다.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에 막연하게 관심이 갔고, 일단 멋있어 보였다.(웃음) 졸업 전에 ‘일부터 먼저 배우자’는 생각으로 독립손해사정법인에서 많은 소비자를 상대하며 경험을 쌓다가 시험에 합격해 올해로 16년째 손해사정사로 근무 중이다. 현재는 법무법인 소속 신체손해사정사로 일하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손해사정을 담당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을까?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던 대형 재난이었다. 나는 불길을 피하고자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한 피해자의 보험금 처리를 맡았다. 피해자는 자동차 지붕 위로 엉덩이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하반신이 마비된 경우였다. 다리가 아닌 엉덩이로 착지하게 되면 허리뼈 골절은 물론 척추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보험사에 후유장애보험금을 청구하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피해자가 제 발로 뛰어내린 행위는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갑작스럽게 불이 번지는 재난 현장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보험금을 받아냈던 기억이 있다.

 

신체 사고를 분석하고 전문용어를 이해하려면 의학 관련 지식이 필수일 것 같다.

물론이다. 신체손해사정사 시험과목에 의학이론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신체손해사정사는 각종 질병과 상해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일을 하므로 부상, 장애의 정도를 판단하려면 의학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보건학과를 졸업하고 신체손해사정사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손해사정사 직업 전망은 앞으로 어떨 것 같나.

재물손해사정사 분야가 유망해질 것이다. 손해사정업계도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의 과실보다 기계 결함으로 인한 차량사고가 늘어날 것이다. 제조물에 의한 책임은 재물손해사정사 영역이다. 또,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농작물 피해 규모가 한 해에 3~4조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주목해야 한다. 손해액이 크다는 것은 손해사정사의 입장에서 미래의 먹거리와 같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나, 산불과 같은 예기치 못한 국가적인 재난재해로 재물에 손해가 발생하면 재물손해사정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재물손해사정사는 1년에 100여 명만 선발하고 있는데 인원이 적은 데 비해 일거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향후 ‘블루오션’이 될 만하다.

 

손해사정사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어떤 자질을 갖추면 좋을까?

한마디로 ‘멘탈’이 강해야 한다. 특히나 소비자 편에서 일하는 독립손해사정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공정한 보험금을 되돌려줬을 때 보람을 크게 느끼지만, 그만큼 감정 소모도 크다. 특히 소비자 편에 있는 손해사정사가 산정한 보험금과 보험사에서 제시한 금액이 차이가 나는 경우, 입장 차를 좁혀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또, 손해사정사는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많이 듣는 직업이다. 소비자와 대화할 때 공감과 경청의 자세는 유지하되 남에게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보다 보험사고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조사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험금을 산정하도록 사실관계를 확립하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보상마스터’ 이윤석 손해사정사 업무 현장 따라가보기

 

 

면담 의뢰인(보험계약자 및 가족 등)을 만나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경과나 진단서상 결과 등을 조사하며 피해 정도를 확인한다.

 

현장 조사 및 분석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했던 시간에 맞춰서 현장을 방문한다. 교통사고의 경우 신호기 상태, 주변 표지판, 점멸 신호등, 신호체계 등을 살펴보며 꼼꼼하게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이는 피해자 과실의 비율과 과실 수정요소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 과실 수정요소란? 무단횡단 중 사고를 당한 사람의 경우, 주변에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이나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면 피해자 과실이 더 커지므로 과실 비율을 수정해야 한다.

 

 

 

메디컬 심사 119 구급기록지, 병원 초진 기록지, 입원확인서, 진료확인서, 의사 소견서 등을 수집해 사고의 정황과 손해를 분석하고 판단한다. 후유증과 장애를 판정하는 후유장해진단서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보험금 산정 및 보고서 작성 사고를 분석한 내용과 진술을 토대로 과실 비율을 추정하여 잠정적인 손해액을 산출한다. 조사내용을 분석·정리하고 손해액이나 보험금의 적정가격을 결정해 손해사정서를 작성한다. 보험금 청구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해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보험금 결정 손해사정서를 제출하면 보험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산출된 보험금에 대해 보험사는 보정요청서를 전송한다. 손해사정사는 이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고 의견을 진술하며 보험사 등과 의견을 조율한다. 재검토 및 협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보험금이 결정된다.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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