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이달의 진로

기억을 기록하다 기록관리 전문가

기록은 증거다. 동시에 인간의 모든 활동과 업무 행위의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서, 사진, 영상, 박물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있다. 기록의 탄생과 죽음까지 책임지는 기록관리전문가를 만났다.

역사는 기록을 남긴다 술하여 목록 검색 및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는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팔만대장경판> 등은 세계 적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기록물이다. 역사의 실체적 진실을 남기려는 당시 사관들의 기록 관리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기록관리의 역사는 약 20년으로 짧은 편에 속한다. 1999년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기록관리가 시 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록관리란, 기록의 생애주기에 따라서 기록을 분류하고 수집하며 보존· 폐기하고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말한다. 최근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디지털 형태의 기록 물을 아카이빙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도 한다. 기록관리전문가는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 을 기록하며 역사를 만들어간다.

 

 

기록관리전문가가 말하는 직업이야기

“기록은 우리 손으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국회기록보존소 김장환 기록연구관

 

기록관리전문가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 시절 한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했어요. 정보공개 운동을 하는 것 을 보며 기록관리의 필요성을 어렴풋이 느끼게 됐죠. 실제로 기록관리와 정보 공개를 통해 우리 손으로 직접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졸업 후에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기록관리 전문가 채용 공고를 보고 왠지 모르게 ‘아,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라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러고선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에 진학해 지금의 직장, 국회기록보존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 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국회기록보존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국회의 ‘기억기관’이죠. 국회는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자,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조직이에요. 국민을 대변해서 각종 입법 활동과 재정통제, 국정 감시 등 의 기능을 하는 만큼 상당히 중요한 기록이 많이 생산되겠죠? 그 기록 들을 수집, 보존하고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기관이 바로 국회기록보존 소입니다. 회의록, 의안문서, 각종 행정문서들이 저희가 수집하는 대표 적인 국회기록물이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역대 국회의장단을 포함한 국회의원 기록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구술 인터뷰를 통해서 기록으로 보완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현대사에서 비어 있는 구멍을 채우는 거죠.

 

 

국회기록보존소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10년 차가 되셨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국회기록물을 다루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10년 전쯤 동료가 제헌국회 당시 회의록을 10권 정도 발견해서 수집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같이 회의록을 검토하다가 보존회의록 원본에도 없는 비공개회의 부분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1949년 제헌국회 시절 진행된 비공개회의였는데, 현재 국회에 공식적으로 남아 있지 않은 기록이 었던 거죠. 이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비공개회의록은 제7대 국회에서 생산된 것이었는데, 국회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만약 저희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역사에서 사라질 기록이었죠. ‘기록이 곧 역사’라는 사실을 실감한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정말 사명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록관리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자면, 먼저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거예요. 기록은 업무 활동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권력자들이 밀실 정치를 하지 못 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두 번째로는 기록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도구가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과거사위원회나 진실화해위원회 등 에서는 과거사 조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왔죠. 그 만큼 기록은 우리 국민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식관리 측면이에요. 저도, 여러분도, 우리 모두 누군가가 남 긴 기록을 활용해서 지식을 얻게 됩니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말이 있어요. 기록관리는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이기 때문에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록관리전문가 직업의 전망을 알고 싶어요.

기록관리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신생 분야에 속해요. 하지만 이젠 하나 의 시대적 사명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공공기 관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예술, 시민단체 등 민간 영역에서도 기록관리 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요. 저는 앞으로 일반 기업에서 기록관리전문가 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기업 기록 관리가 생소하지만, 외국의 경우 기업 경영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자 리 잡고 있거든요. 법적 리스크나 지식관리 차원에서 기록관리가 상당 히 유용하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할 겁니다.

 

기록관리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을 살면서, 또 누군가를 만나면서 끊임없이 기록을 만들어내요. 그런 면에서 기록관리는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죠. 청 소년 여러분이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주고받고, 공부를 하면서 만든 작 은 기록들도 나중에는 우리 사회의 기억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다’라는 생 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중에서도 기록을 관리하는 일이 적성에 맞 는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언젠가 저와 함께 현장에서 일할 수도 있겠 죠? 그런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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