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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를 구하다 명품 브랜드 ‘구찌’ CEO 마르코 비자리

2014년 말, ‘구찌(Gucci)’의 모기업 ‘케어링 그룹’은 마르코 비자리를 CEO 자리에 앉혔다. 그가 구찌를 이끌고 5년 뒤, 구찌는 ‘샤넬(Chanel)’의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그는 수렁에 빠진 구찌에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두 자릿수의 사나이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13년 이후 2년 연속 실적이 좋지 않았다. 모기업인 케어링 그룹은 구찌의 간판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 CEO 패트리지오 디 마르코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마르코 비자리를 임명했다. 비자리는 패션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사였다.
컨설턴트였던 그는 1993년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 덕’의 관리자로 일하기 시작하며 패션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5년부터 2009년에는 영국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를 흑자 전환했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부임했던 이탈리아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를 연 매출 4억 유로에서 10억 유로로 성장시켰다. 이렇듯 비자리가 맡은 브랜드는 늘 마법을 부린 듯 성공적인 성장률을 보였고, ‘두 자릿수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무명 디자이너를 수석 디자이너로

 

비자리는 위기를 맞은 구찌를 살리기 위해 수석 디자이너부터 물색했다. 빈자리를 메울 차기 디자이너로 유명한 스타 디자이너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그는 구찌 디자인팀의 ‘서열 2위’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임명했다. 12년 동안 구찌에 몸담았지만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미켈레와 긴 대화 끝에 누구보다 구찌를 잘 알고 있는 내부 인력을 수석 디자이너로 올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비자리의 믿음 덕분이었을까? 외부의 비웃음과는 달리 미켈레가 발표한 컬렉션 덕에 구찌의 올드한 이미지는 젊고 감각적인 느낌으로 탈바꿈했다. 꽃과 나비, 벌, 새 등을 이용해 과하지만 화려한 패턴과 색채를 구찌 제품에 입힌 것이다. 노골적이지만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덕에 구찌의 매출은 전년 대비 12%나 상승했고, 다음 해에는 17%로 늘었다. 2017년에는 ‘에르메스(Hermes)’를 넘어섰으며, 드디어 지난해에는 샤넬을 추월하며 세계 2위 명품 브랜드로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오늘도 이에 멈추지 않고 구찌는 명품 브랜드 1위인 ‘루이 비통(Louis Vuitton)’을 맹렬히 추격 중이다.

 

구찌는 2017년, 모피 제품 생산을 금지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기존 로퍼에 사용하던 캥거루털은 양털로 대신했다(우) ➊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구찌 플레이스’다. 구찌의 창의적인 비전과 현대 미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대림미술관과 함께하는 것이다. ➋ 스니커즈, 선글라스, 모자 등을 증강현실로 착용해볼 수 있도록 만든 공식 구찌 앱 화면. 패션 브랜드 최초의 시도로 온라인 스토어에 바로 연결해 구매할 수 있다.

 

틀을 깬 감각적 경영

 

비자리는 무엇보다 구찌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그는 35세 미만의 사원들이 임원진을 가르치는 멘토링을 시작했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이 멘토가 되는 방식을 깬 것이다. 또한, 임원 회의가 끝나면 30세 미만의 젊은 직원들을 만나서 의견을 들었고 35세 미만 직원들과 점심 모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렇게 얻어진 아이디어는 구찌의 사업 정책에 적극 반영됐다.더불어 그는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맞춰 모피 금지를 선언했다. 실제로 구찌는 2018년 이후 각종 모피 제품을 없앴다. 또한 휴대폰을 제 몸처럼 활용하는 10~20대를 위해 애플리케이션 ‘구찌 플레이스’를 개발했다. 구찌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았던 장소를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이 외에도 수십 억 유로를 투자해 구찌 매장 500개를 새롭게 단장했고, 명품 브랜드 최초로 소셜 앱을 활용해 패션쇼를 홍보했다. 이렇듯 젊은 세대를 철저하게 공략한 결과, 현재 구찌 전체 매출의 반 이상을 35세 미만의 소비자가 차지하고 있다.
그는 명확하게 짜인 틀로 브랜드를 경영하지 않는다. 지난 브랜드를 성공시켰다고 다음 맡은 브랜드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무조건적인 모방은 위험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맡으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한 마르코 비자리. 그의 경영 방식으로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구찌가 기대된다.

 

글 노형연 ●사진 위키미디어커먼즈, 구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구찌 공식 애플리케이션 ●진행 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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