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이달의 진로

일상의 아름다움을 피워내다 플로리스트

5월은 꽃의 계절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플로리스트는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꽃을 디자인하고 연출하며 화훼의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이다. 손끝으로 일상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플로리스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꽃으로 디자인하는 공간의 미학

플로리스트는 꽃을 뜻하는 라틴어 ‘Flos’와 전문인이나 예술가를 지칭하는 접미사 ‘-ist’의 합성어로, 꽃을 재배하는 사람부터 판매하는 사람까지 전부 포함한다. 외국어로 된 직업명 으로 인해 해외에서 유래한 직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플로리스트는 예부터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화장(花匠, 꽃의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조선시대의 플로리스트 ‘화장’은 왕비와 궁녀의 머리 장식인 잠화(簪花), 장원 급제자의 사모에 꽂는 어사화(御賜花), 기타 각종 궁중 행사의 장식을 조화로 꾸미는 관청 소속 기술자였다. 당시 조화 장식은 지금의 꽃다발과 화환의 시초였다. ‘화장’은 조화의 생산과 유행을 우리의 전통문화로 꽃피웠다.

 

플로리스트는 화훼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다룬다. 꽃, 뿌리, 열매, 줄기, 잎 등 식물의 각 기관을 활용해 작업한다. 자기만족과 취미활동으로 일상에서 꽃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이 유행하면서 플로리스트의 직업 영역도 함께 확장되었다. 단순히 꽃집에서 꽃다발, 꽃바 구니를 제작·판매하는 일을 넘어서서 테이블 데커레이션, 이벤트 연출, 파티 장식 등 공간 디자인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특히 꽃이 공간의 화려함을 표현하는 필수 요소가 되면서, 전문 플로리스트가 광고 연출, 방송국 스튜디오, 패션쇼 등에 플라워 디스플레이를 통해 고 객에게 아름다움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꽃 전문가, 탄탄한 경험과 강인한 체력은 필수

 

플로리스트 직업에는 성별, 나이, 학력 제한이 없다. 또한 관련 학과 졸업과 자격증 취득 여 부도 플라워숍 창업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다만 기본적인 이론과 실기 경험을 쌓으며 기술 을 습득해야만 꽃을 잘 다룰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전문적인 교육기관의 선택이 중요하 다. 경험이 풍부한 유명 플로리스트들이 운영하는 학원이 개원하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 로 플로리스트 양성 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 국내 직업학교에서도 원예디자인, 플라워디자 인학을 개설해 실습 위주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다.

플로리스트 인증 자격제도는 다양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하고 있는 화훼장식기 능사와 화훼장식기사가 대표적인 국가기술자격시험이다. 이 밖에도 꽃에 대한 관심과 전 문적인 지식을 갖추고자 한다면 컬러리스트기사, 조경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외국에서 플로리스트 유학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전 세계에서 화훼 분야 국가공인자격증이 있는 나라는 한국과 독일, 두 곳뿐이다. 독일의 직업 전문학교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전문가)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 플로리스 트는 보이는 것만큼 화려한 직업은 아니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꽃을 사기 위해 새벽 시장 에 나가 강행군을 펼칠 만큼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며, 미적 감각은 기본이고 식물의 학명 과 꽃의 종류, 꽃말 등 폭넓은 원예지식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꽃 장식 품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로리스트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꽃 한 송이로 위로와 감동을 전합니다”

꽃, 일상을 품다 송윤정 대표

‘꽃, 일상을 품다’ 송윤정 대표는 유명 기업이나 공공기관 행사에서 플라워 디스플레이를 진행하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실력자다. 중학생 때 처음 관심을 가진 이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전문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오로지 ‘꽃길’만 걸어온 그를 만났다.

 

 

17년 경력의 플로리스트로서 꼽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플로리스트는 ‘자연을 디자인하고 재창조하는 사람’이에요. 현대인들은 자연과 멀리 떨어져 살지만 늘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식물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죠. 제가 만든 꽃을 보고 손님들이 “우와” 하는 감탄사를 지르며 기뻐하실 때 가장 뿌듯해요. 꽃으로 위로와 감동을 전해주는 역할을 플로리스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플라워숍 이름처럼 ‘일상을 품어주는 일’이죠.

 

실제 플로리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우선 원하는 꽃, 소재, 재료를 도매시장에 가서 구매합니다. 품질이 좋은 꽃을 고르기 위해 색의 선명도, 꽃봉오리의 크기와 단단함, 꽃송이의 비율을 꼼꼼히 관찰하죠. 특히 플라워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기업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안을 제작하고 미팅을 진행하는데요. 계획된 일정에 신선한 꽃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따라서 생화의 컨디셔닝을 위해 잎을 정리하고 물에 담아놓습니다. 꽃을 넣을 수 있는 틀을 짜거나 고정하는 작업도 틈이 하고요. 행사 당일이 되면 꽃 세팅과 장식을 합니다. 개최 기간이 긴 박람회의 경우는 중간중간 시든 꽃을 새 꽃으로 교체하고 관리해주기도 하죠.

 

플라워 디스플레이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옷 입을 때도 ‘깔맞춤’ 같은 패션센스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주로 색채를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색채는 우리가 느끼는 시각 이미지의 70%나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기업 행사일 경우에는 특정 기업의 상징색이나 이미지에 따라 작업을 하죠. 로고에 파란색과 흰색을 사용하는 S기업의 행사에서는 파스텔톤 파란색을 중심으로 화사하게 꽃을 장식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플로리스트 과정에서 색채학 이론을 배웠고 컬러리스트 기사 자격을 취득한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난색·한색 계열이나 보색대비 개념을 사용하면 디자인 콘셉트와 이미지에 맞는 화사함이나 고급스러움을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어요.

 

신기한 소재를 시도한 적도 많다고요?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소재를 꽃 장식에 쓰는 것을 좋아해요. 독일의 퀼른봄꽃장식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을 당시 테마가 장례 장식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은 관에 꽃 장식을 해서 고인을 기리는 문화가 있거든요. 한국의 관 장식은 보통 흰색 국화로 한정되어 있는 데 비해 외국은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꽃을 화사하게 꾸미는 등 컬러풀하게 장식하기도 해요. 이런 문화 차이 때문에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저는 한국에서 복분자 넝쿨을 공수해서 자주색과 흰색의 조화를 강조한 관 장식을 완성했어요. 독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신선한 소재 덕분에 다른 유럽인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플로리스트의 전망을 알고 싶어요.

앞으로 로봇이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플로리스트는 기계화할 수 없는 직업이 될 거예요. 은퇴가 없는 직업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한국인만의 섬세함은 세계인이 알아주거든요. 이제는 외국의 유명한 플로리스트를 능가하고 선진문화를 주도하는 한국 플로리스트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많이 봐야 많이 알 수 있어요. 매년 봄, 가을에 개최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나 각종 꽃 관련 대회에서 전시를 관람하며 ‘유명 플로리스트는 꽃을 어떻게 장식하나’, ‘신품종은 어떤 것들이 나왔나’ 어깨 너머로 익혀두세요.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국제꽃예술인협회에서 여는 데몬쇼에서는 꽃 장식과 디스플레이를 직접 시연하는데요, 청소년은 입장료를 할인해주거나 무료예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꽃과 식물을 다루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가끔 보면 식물을 던지듯이 다루는 분들이 있는데, 식물도 살아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꽃도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마음을 가지면 훌륭한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꽃,일상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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