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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탐지하는 ‘레드카드’ 만든 ‘몰가드’ 대표 손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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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OUT! “디지털성범죄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몰카 탐지하는 ‘레드카드’ 만든 ‘몰가드’ 대표 손수빈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불법촬영(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위반)으로 접수된 범죄는 1만5404건이다. 대부분 지하철, 버스,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 몰카 범죄가 빈번히 일어났다. 여성의 불안감은 일상이 됐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일단 구멍이 뚫려 있는지 주변부터 확인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나날이 수법이 교묘해지는 불법촬영 범죄에 레드카드를 꺼내든 20대 워킹맘이 있다. 여성들이 자신을 지키고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몰카 탐지 카드를 제작한 ‘몰가드’ 손수빈 대표를 만났다.

 

몰가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몰가드라는 이름은 몰카의 ‘몰’과 막아준다는 의미의 영어 ‘가드(guard)’의 합성어예요. 원래는 몰카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단어를 써야 옳지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이렇게 지었어요. 몰가드는 디지털성범죄를 예방하는 아이템을 저렴하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쓰게 하자는 의도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몰가드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불법촬영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불법촬영 문제에 대해 잘 몰랐어요. 2년 전부터 화장실이나 탈의실, 숙박업소 몰카와 같은 이슈가 방영되는 뉴스를 보며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우연히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빨간색 셀로판지로 몰래카메라를 찾는 달인이 나오는 거예요.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죠. 바로 문방구에서 셀로판지를 사 와서 직접 오려서 사용해봤는데 잘 구겨지고 재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기 편할까?’ 고민하다가 지갑에 간편히 넣을 수 있는 신용카드 크기로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셀로판지 원단을 찾아다니고 인쇄소와 재단업체로 뛰어다니면서 도움을 구했죠. 그렇게 기획부터 제작까지 약 3주에 걸쳐 2018년 12월에 시제품을 처음 완성했어요.


이런 작은 카드로 몰카를 탐지할 수 있다니 신기해요. 작동원리가 뭔가요?

적외선탐지기와 비슷한 원리예요. 휴대전화 카메라 위에 몰가드를 겹쳐놓은 상태로 동영상을 찍는 거예요. 핵심은 플래시를 반드시 켜야 한다는 것! 이 플래시를 사용해 비춘 LED 빛은 약 700mm의 파장을 내는데요. 빨간빛에 민감한 휴대전화 렌즈가 불법촬영 카메라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해 휴대전화 화면에 하얀 점으로 반짝이면서 보이는 원리랍니다.

몰가드를 출시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사람들이 과연 몰가드의 필요성을 느낄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인터넷을 활용해 일반 개인들로부터 투자나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에서 기대 이상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어요. 2018년 2월 한 달 동안 진행된 1차 펀딩에서는 목표액의 5047%를 달성해 약 2500만 원을 모았죠. 뜨거운 반응에 2차 펀딩도 열었는데 약 1070만 원을 모금하면서 1,2차 총 4800명 정도의 후원자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작년 3월부터 5월까지는 미국에서도 펀딩을 진행했어요. 분명 외국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몰가드의 글로벌 버전으로 ‘레드카드 프로젝트’를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기업인 킥스타터에 펀딩했고, 1만6702달러를 모금하고 천 명이 넘는 전 세계적인 서포터들을 모았어요. 지금도 레드카드를 필요로 하는 해외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 미국의 명문 듀크대학교 학생들에게서도 레드카드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수백 장을 전달했죠, 저희는 ‘1장 사면 1장 기부’를 약속했어요. 자신의 안전을 지키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취지라서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던 것 같아요. 펀딩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학생들에게 기부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학교에 몰가드를 기부하신 이유가 있나요?

몰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불안감 해소’예요. 의심스러운 화장실 불빛과 무수한 구멍을 몰가드로 비춰보면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불법촬영을 막기 위한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죠. 몰가드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불법촬영의 문제성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죠. 처음에는 서울시교육청에 1만 장을 기부했는데 3시간 만에 모든 수량이 동났다는 거예요. 폭발적인 반응에 정말 기뻤어요. 지난 1월에 2차로 2만 장 기부를 완료했죠. 뿐만 아니라 이화여대, 동덕여대, 단국대 등 대학에서도 홍보 부스를 열고 총 1만 장을 배포했어요. 꼭 학교라는 공간이아니더라도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 같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몰가드가 쓰이는 것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아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이용자분들이 몰가드를 체험한 동영상을 많이 보내세요. ‘제대로 사용한 것이 맞는지’, ‘불법촬영 카메라가 감지된 것인지’ 문의하면 저희가 판별을 해드리거든요.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사례는 아직 없어요. 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불법촬영 범죄는 있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치면 몰가드는 세상에 없어야 하는 물건이잖아요.
그래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어요. ‘안 좋은 사회문제를 이용해 사업을 한다’는 악플을 보면서 남몰래 마음고생도 했었죠. 하지만 블로그나 SNS 댓글에 저희를 응원하는 분들을 보면 더 큰 힘을 얻어요. 아예 몰가드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기억에 남아요.(웃음)

몰가드 가격은 한 장에 2000원으로 알고 있어요. 민감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수익성이 낮은데도 사업을 계속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 수입은 유동적이기는 해요. 하지만 수익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회사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몰가드에 이어 기획한 ‘몰커버’는 노트북의 웹캠을 통한 불법촬영과 해킹을 방지하는 제품인데, 이것 또한 시중 가격보다 훨씬 더싼 990원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일단 저렴해야 해요. 그래야 많은 사람이 몰가드를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은 몰카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몰가드를 만나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고, 여러분은 몰가드를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널리 알려주세요!

선한 영향력이라, 멋진데요. 몰가드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앞으로도 디지털성범죄 없는 세상 만들기에 힘쓸 예정이에요. 몰가드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뿌려져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막을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범죄자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타깃으로 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어요. 요즘은 디자인컴퍼니 ‘싱나디’라는 회사와 함께 도어락 비밀번호의 유출을 막는 커버를 개발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님처럼 나만의 아이디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바꾸고픈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몰가드의 슬로건은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예요. 부족한 제가 아주 작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했듯이 여러분도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창업은 많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소년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이은주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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