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사람을 다루는 만능열쇠, 회계사
대학생 김샛별 멘토가 알려주는 회계학 전공
경제 관련 신문 꾸준히 읽기
이주경 멘티(이하 주경)
─ 안녕하세요. 회계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회계학을 공부하는 선배님을 만나서 기뻐요. 회계학 전공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는지 궁금해요.
김샛별 멘토(이하 샛별)
─ 우리나라에는 회계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많지는 않아요. 회계학 전공에서는 재무회계, 관리회계, 세무회계, 회계감사 등 다양한 회계학의 전문 분야를 익혀요. 그 밖에도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법 등 관련 법도 배우고요. 다루는 범위가 넓고 공부하는 내용이 많다보니 수업 때 이해한 내용일지라도 시험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봐야 하는 일이 많아요. 특히 세금과 관련된 법은 자주 변해서 더 어려운 편이죠. 그리고 회계학 전공이 경영대학에 속해 있다보니 전체적인 경제·경영 과목도 배운답니다. 입학해서 가장 처음 ‘회계학원론’을 배웠는데 그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과목에 푹 빠져 있었죠. 갈수록 어렵지만 지금도 그 좋은 기억으로 계속 공부하는 것 같아요.(웃음)
주경
─ 회계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도 있을까요?
샛별
─ 학부별로 학술동아리가 있어요. 같은 학부 사람들끼리 학술적인 내용을 공부하는 동아리인데, 저는 ‘회계학회’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50여 명이 활동하는데, 신입생들은 회계를 알아야 활동할 수 있으니 선배들과 함께 많이 공부하는 편이에요. 선배들을 초대해서 강연도 듣고요. 다른 동아리와 달리 4학년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주경
─ 회계 관련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궁금해요.
샛별
─ 고등학생 때 경제에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동아리를 만들고 함께 경제 신문을 읽었는데요, 경제와 기업과 관련된 기사, 금융권이나 주식 기사를 스크랩해서 읽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서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는 활동을 했었죠. 친구들과 경제를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자주 보는 기업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뉴스를 접하면 기업 특징도 눈에 보이고 재미를 찾을 수 있어서 공부의 동기가 되기도 해요.
주경
─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을 추천해주세요.
샛별
─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였어요. 15명의 회계사가 자신의 일에 대해 쓴 에세이 책이었는데, 회계 실무가 많이 적혀 있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회계사라는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주경
─ 그 외에도 회계사 준비를 하면서 필요한 공부도 알려주세요.
샛별
─ 회계사 시험을 보려면 영어 점수가 필수예요. 고등학생 때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는데 대학에 와서 방학 때마다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네요.(웃음)
직업인 조영준 멘토가 알려주는 회계사
회사 운영에 안 쓰이는 곳이 없는 회계
조영준 멘토(이하 조 멘토)
─ 회계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찾아온다고 해서 무척 설렜어요. 회계사에 대해 궁금한 건 뭐든 물어보세요.
주경
─ 그럼 멘토님이 왜 회계사를 꿈꿨는지부터 여쭤볼래요.
조 멘토
─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어요. 중학생 때는 만화가,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꿨죠. 그래서 대학은 공학계열로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그러다 주변에서 관련 사업을 하는 분들이 잘나가다 갑자기 고꾸라지는 걸 보면서 회사와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친척이 미국회계사(AICPA)를 공부하면서 회계원리책을 활용하는 걸 보게 됐는데, 저도 그 책에 빠져 회계를 접하게 된 거예요.
샛별
─ 기업 경영이 아니라 회계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 멘토
─ 회계사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회계사는 기업과 회사를 숫자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회계라는 게 결국 전 세계 모든 기업의 공통언어이기도 하고요. 회계사가 되는 과정이 험난하고, 만약 중간에 실패하더라도 공부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회계가 쓰이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요. 방황도 하고, 불타오르기도 하는 열정 넘치는 20대에 도전해볼만 하겠다 싶었죠.
주경
─ 회계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조 멘토
─ 돈과 관련된 모든 업무요! 그래서 회계사가 된 이후의 진로도 무궁무진하죠. 일반적으로는 회계법인에 입사해서 일 경험을 쌓습니다.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는 크게 세 가지 업무인 감사, 세무, 파스(FAS, Finance Advisory Service) 중 하나를 집중해서 하게 돼요. 세무는 말 그대로 세금 관련된 업무이고, 파스는 각종 가치평가를 기초로 파생되는 일종의 재무 자문 업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중 회계사라는 직종만 할 수 있는 ‘회계감사’ 업무가 회계사의 대표 업무라고 볼 수 있어요. 회계감사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잘된 건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의견을 주는 업무예요. 그래서 회계사가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는 별명도 생기게 된 거죠.
그리고 회계법인의 감사부서 회계사라면 계절에 따라 일하는 것이 달라요. 보통 1월부터 3월까지는 회계법인이 아닌 거래처 출장을 다니면서 그곳에서 하루 종일 있어요. 지방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가기도 하고, 그곳 근처에서 숙박도 하면서 말이죠. 이때를 ‘시즌’이라고 부르는데, 바쁜 시즌이 끝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여행을 가기도 하고, 자기계발을 하기도 해요. 사실 여행할 정도로 여유로운 시기는 많지 않지만요.
샛별
─ 그중에서 멘토님에게 가장 맞았던 업무는 어떤 것인가요?
조 멘토
─ 모두 매력적이지만, 저는 세무업무가 가장 재미있어요. 세무 일은 잘하면 많이 내야 할 세금이 줄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절세되었을 때 의뢰인이 무척 고마워하죠. 그래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고요.
샛별
─ 회계사로 일하는 중 주의해야 할 점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조 멘토
─ 전문가이기 때문에 항상 말을 조심하게 됩니다. 고객들과 나누었던 대화도 비밀을 유지해야 해요. 사실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재밌는 내용이 많은데, 비밀을 잘 지켜야 해요. 그리고 요즘은 좀 줄어들긴 했지만, 회식도 자주 있어서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해요. 우리는 1월부터 3월까지 회계감사를 위해 거래처에 출장을 가는데, 1년에 한 번 회계사님들이 오는 감사업무이니 회식을 많이 하거든요.
주경
─ 회계사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 멘토
─ 아무래도 전문자격증에서 오는 자신감? 그리고 정말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아예 다른 직종의 업무를 하다가 다시 회계사로서 살아가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 특히 회계사가 다른 직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그 직종에서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업종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다양한 회사를 접하고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회계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업종의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거나 세금 업무를 하기 때문이죠.
회계사 시험, 집중만이 살 길!
샛별
─ 멘토님은 언제부터 공인회계사 준비를 하셨나요?
조 멘토
─ 마음먹은 건 21살 때인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4살이었어요. 그때부터 공부에 집중했고,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데는 3년 정도 걸렸어요. 회계사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출신 대학은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 통계학, 수학, 공학 계열 전공자도 많이 합격해요.
주경
─ 공인회계사 시험과목이 궁금해요.
조 멘토
─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 유리합니다. 회계학 등 필수 이수 과목이 있거든요. 학점 이수가 끝났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건 토익 등 영어점수예요. 토익 700점이 넘어야만 회계사 시험에 접수할 수 있거든요. 진짜 회계사 시험은 지금부터!(웃음) 1차와 2차, 2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1차 시험은 경영, 경제, 상법, 세법, 회계 다섯 과목을 객관식으로 봐서 평균이 70점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2차 시험은 이틀에 걸쳐서 보는데 재무관리, 세법, 원가회계, 재무회계, 회계감사 다섯 과목을 주관식으로 보게 됩니다. 2차는 각 과목 모두 60점을 넘어야 해요.
시험에 합격하면 회계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회계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에서 2년간 스태프로 일해야 정식으로 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하고 등록번호를 받은 진짜 회계사가 될 수 있습니다. 등록번호가 없으면 회계사의 고유 업무인 회계감사 업무도 못하고 그냥 자격증만 있는 셈이거든요.
샛별
─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어떤 것이 있나요?
조 멘토
─ 저는 영어점수를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고, 암기를 잘 못하는 편이어서 회계감사, 재무관리, 원가회계 과목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어려운 과목이다보니 정말 열심히 해서 나중엔 결국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 되기도 했어요. 1차 시험은 워낙 방대해서 어디까지, 얼마큼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책을 한 권 다 보는 것도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지루해지고 그 과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니 주의해야 해요.
샛별
─ 저도 원가회계 과목은 공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조 멘토
─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쑥쑥 오르는 과목은 아니긴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점수가 점프하듯이 오르는 때가 올 거예요.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1회독을 하고 나면 용어를 알게 되니까, 조금 더 공부하기 수월하고요. 3회독을 마치고 나면 이 과목은 ‘어렵구나, 안 어렵구나’ 판단할 수 있을 거예요. 내 경우는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1시간 45분 정도 걸렸는데, 이때 A4 용지에 암기할 것을 써서 8분의 1로 축소복사를 해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며 외웠어요. 이 시간 동안 공부는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운동까지 되다보니 체력도 좋아지는 효과를 얻었죠.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게 되면 매일 앉아 있으니까요. 이런 시간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어느 지점에 도달했을 때 다 외워지더라고요.
주경
─ 공부하면서 이런 걸 함께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조 멘토
─ 회계사는 수를 다루지만 결국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에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직업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을 거예요. 저는 20대에 아르바이트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간접경험이어도 괜찮으니 사업 경험이 있으면 좋습니다. 사업은 크든 작든 모두 어렵지만 나중에 사장님들과 대화할 때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예요. 제대로 공부하려면 큰 각오를 해야 하죠. 공부하다보면 ‘잘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러면 시험을 망치게 되니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요.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극복할 수 있고요. 자신감과 자존감을 기를 수 있는 책을 틈틈이 봐두는 걸 추천할게요.
샛별
─ 얼른 서점부터 가봐야겠는데요.(웃음) 멘토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조 멘토
─ 지금은 개인 사무소를 개업해 운영 중인데 앞으로 특색 있는 회계사무소로 만들어가려고 해요. 사내 근무조건이나 복지를 유럽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최종 목적이죠. 1년에 한 달은 휴가를 쓸 수 있는 그런 회사요. 그러려면 강력한 영업력과 튼튼한 수익구조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요. 아직은 월급쟁이 회계사일 때보단 조금 덜 벌기는 하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답니다. 두 친구 모두 우리 사무소에서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글 강서희 ●사진 백종헌 ●진행 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