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이달의 진로

[한국 전통 특집 ①] 가장 가깝고 편리한 전통

K팝과 K뷰티가 콘텐츠와 산업 전반을 강타하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동양의 신비와 첨단 기술이 접목된 한국의 현대 전통에 주목한다. 전통은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고인물은 썩거나 말라 없어질 뿐이다. 흐르는 물처럼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동시대 한국인과 세계인이 아름답고 편리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직업들을 만나보았다.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 전통의 재발견

 

‘전통 is 뭔들(무엇이든 완벽하다)’의 시대다. 한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물론, 한식 디저트가 국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신(新)한복, 밀가루 포대 패딩 등 패션부터 외식, 가전, 인테리어 분야까지 다방면이다. 촌스럽고 기피 대상이던 지나간 시대의 산물이 어느 날 갑자기 레어템 대우를 받으며 문화의 전면에 부상했다. 전통 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최근의 경향을 짚어보고 그 이유와 전망을 알아본다.

 

촌스러운 구닥다리, ‘힙’해지다

 

최근 컴백한 50대 가수 양준일은 10·2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28년 만에 음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슈가맨3> 출연 이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부터 팬미팅 행사 티켓 판매 시작 3분 만에 전 좌석 매진까지. 관계자에 따르면, 당대 청춘스타들이 겪는 일이 그에게 일어나는 중이란다. 양준일 신드롬은 우리나라 전 분야를 휩쓸고 있는 뉴트로 열풍의 요약본이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 복고)를 합친 신조어로, 한국 전통 건축, 디저트, 인테리어, 패션, 디자인 등이 현대적 해석을 더해 새로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한옥 열풍이다. 세계 최대 여행지 출판사인 론리플래닛이 아시아 3대 관광명소로 꼽은 전주한옥마을부터 1920년대 낡은 한옥동네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핫 플레이스’가 된 종로구 익선동, 새로운 건축 기술과 자재를 사용한 한옥 주택 신축이 잇따르고 있는 은평한옥마을의 인기까지 심상치 않다. 이에 더해 경기 화성시와 강원 강릉시, 전남 장성군, 경북도청 신도시에도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진화한 도시형 한옥마을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서촌과 안국동에서는 전통공예 전시, 소규모 한옥스테이 등 한옥의 멋을 활용한 문화 산업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한옥은 춥고 불편한 옛집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단점을 현대건축 설비(단열, 냉난방, 주방, 화장실 등)로 개선한 뒤 한옥만의 낭만적 정취와 따뜻한 공간의 미, 정서적 포근함이 미디어에서 주목받으면서, 아파트의 획일적인 주거를 대체할 완벽한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한옥 건축을 조성하는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한옥 건축과 한옥마을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 지원과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2018년 시행해 한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는 새로 조성된 한옥마을에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을 우선 지원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한식 디저트의 인기도 눈에 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간식으로만 여겨지던 어르신용 간식의 위상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SNS에서 한식 디저트 주문량이 쏟아지면서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한식 디저트를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성업 중이다. 국내에서만 주목받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우리나라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4년 3000억 원에서 2018년 1조 5000억 원으로 5배가량 성장했고 그중에서도 떡 관련 상품 매출액이 급성장했다. 한과 수출 역시 2013년 90만 달러에서 2017년 288만 달러로 약 3.2배 증가했다. 피스타치오·밀크티 맛 앙금, 비스킷, 마스카르포네 치즈, 딸기잼, 초콜릿 등의 재료를 채워 넣은 떡등 전통 디저트를 예전 그대로 구현한 게 아니라 맛과 시각적 요소 등을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제품화하고 있는 점이 성장 비결이다.이 외에도 패션, 외식, 가전, 인테리어 분야에서 전통의 재현이 눈부시다. 광화문과 인사동, 삼청동 일대 등 고궁이 들어선 곳에는 한복을 입고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복 대여 업체도 증가했으며,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패션, 가전,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옛 제품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복각’ 상품을 출시해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뉴트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의 재소환, 그 이유는?

과거의 재해석을 뛰어넘어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뉴트로 산업이 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한류 문화의인기로 우리나라 전통에 대한 국가적 위상이 올라간 점이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아시아로 수출되면서 해외에서 한국 문화가 재평가받기 시작했고, 한옥, 한복, 음식 등 국내 전통문화가 지닌 정취와 우아함, 정갈함이 높이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전통 산업을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뉴트로 문화가 생성되며 옛것에 대한 향수와 추억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이것을 전통 산업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한다. 또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낯선 전통문화가 차별화되고 매력 있는 것으로 여겨져 새로운 것으로 인식해 즐기는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뉴트로 현상은 과거의 레트로와 구별된다. 과거에는 옛것을 당시 그대로 구현했다면, 지금은 과거 아날로그적 감성을 현대적 형식과 내용으로 재해석해 내놓는다. 또 이전에는 복고 문화를 찾은 계층이 주로 과거를 추억하는 기성세대였지만, 지금은 과거를 겪어 본 적도 없는 10·20세대가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잠시 흥하다 사라지는 복고와 달리 ‘신선함’, ‘빛바랜 따스한 감성’, ‘자부심’을 특징으로 하는 뉴트로 문화는 조금씩 다르게 변모하며 지속될 전망이다.

 

글 이현수 ●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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