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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성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작가 심에스더·최은경 대담

꼭 알아야 할 주제임에도 말하기 어렵고 부끄러운 ‘성’. 편견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을 만들고픈 기자와 성교육 강사가 만났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함께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최은경(이하 최) 지난해에 유독 성 스캔들이 많았잖아요. 아이들이 성매매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설명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나 뉴스에 등장하는 성범죄 이슈를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일단 내가 성지식이 거의 없어서 성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분과 함께 다뤄보고 싶었죠. 그렇게 섭외한 게 심 작가님이었고요.

심에스더(이하 심) 처음엔 책까지 쓸 생각은 없었어요. 간단한 인터뷰인 줄 알고 통화로만 40분을 설명했는데 알고 보니 단행본을 꾸릴 분량의 원고 청탁이었던 거 있죠.(웃음)

출간 전 온라인 뉴스로도 몇 가지 에피소드를 공개했었는데 여러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왔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성’ 이야기에 갈증을 느꼈다는 거겠죠.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상 독자는 성을 고민하고 자유롭게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었어요.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이 성교육을 하려다 내가 성교육을 받았다’는 어머니들의 평이 많았어요. 성매매, 피임, 생리 같은 단어는 내 입으로 하기 왠지 민망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말도 여러 번 입 밖으로 내는 연습을 하면 자연스러워져요. 내가 먼저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야 아이들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거든요. 이 책이 그런 연습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우리가 동양인이라, 유교 국가라 이런 말이 어려운 걸까요? 아니에요. 미국이나 덴마크도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하는 성 이야기는 다들 어려워하죠. 그래서 몇 번이고 말해서 익숙해지고, 가정 속에서 성 이야기를 배제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꾸렸어요. 우리가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성을 어떻게 볼 것이냐’, 즉 성을 대하는 태도예요. 금기시했던 말은 소리 내어 해보면서 마음의 얼음을 깨보는 거예요. 말에는 힘이 있거든요.

직접 읽어보니 책을 좋아하고, 성에 호기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어렵지 않았는데요.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성은 야하고 자극적이기만 해서 재밌는 게 아니라 유쾌하고, 따뜻하고, 위험할 때도 있지만 실수하면 회복할 수도 있는 입체적인 모습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을 능동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고, 거부해야 한다면 거부하고, 또 절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는 거죠. 이미 왜곡된 성 인식, 성에 관한 편견이 있으면 깨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성 정체성, 성역할,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게 무서운 거고요.

맞아요. 그리고 ‘성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성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 거죠. 모두가 어려워하는 성 이야기를 굳이 꺼내 보여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방이 지저분하고 더러우면 청소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그러다 보니 계속 더러워져 결국은 그 상태에 익숙해져버릴 때가 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성을 쉬쉬하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유쾌한 성을 모르게 돼요. 쾌락을 넘어서 관계의 안정감과 기쁨 등 따뜻한 성을 안 친구들은 나쁘거나 잘못된 성 이슈를 봤을 때 자신의 아름다운 가치관에 비춰서 왜곡된 성은 잘못됐다는 걸 알거든요. 그럼 결국 나를 함부로 하려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있겠죠.

또 요즘은 유튜브나 미디어 영향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터치 한 번으로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이 없죠. 대신 성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라면 이 영상을 보고 기분이 어땠는지, 뭐가 재밌었는지 물어보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거든요. 간섭 대신 관심이 이어지면 아이들이 숨기지 않고 먼저 말하게 되고요.

요즘 학생들은 부모보다 교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잖아요. 선생님들이 알아야 할 성지식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라면 피임, 성교, 생리 도구 등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편견 없이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는 생활이에요. 자주 만나고 익숙한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고, 섬세하게 접근해준다면 좋겠어요. 또 초등학생 정도로 어린 아이들에게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매너와 태도를 알려줬으면 하고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중고등학생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요?

힘들고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여자 친구들이 약자로서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이야기하는 것에 지치지 않길 바라요. 그리고 ‘난 성차별, 그런 거 안 해’라고 말하는 남자 친구들! 인종차별은 인정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로 피해를 입어본 적이 없으니, 즉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도 되니 이해하고 인정하기 편한 거예요. 성차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좀 더 성숙하다면 차별에 일조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죠.

음…. 전 프롤로그에 적은 것처럼 아이들에게 초경이나 피임에 대해 질문했을 때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얼굴을 평가해도 당당할 수 있도록 내 몸을 긍정하는 자세를 가지고요. 또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이 뭔지 고민해보길 바라요. 나를 중심으로 잡으면 공부, 일, 사랑 모두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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