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훔칠 수 없는 손맛 김치명인 1호 김순자 명장

잘 절인 배추 쭉 찢어 시원매콤한 소 넣어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다가온 김장철을 맞아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진짜 김치’를 만드는 김순자 명장을 만났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김치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

 

Q. 명장님은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시죠. 한 분야의 명인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이 쉽지는 않으셨을것 같아요.

김순자 명장(이하 김 명장) 피땀 흘려 얻어낸 투쟁의 역사입니다.(웃음) 그 어떤 훈장보다 가슴 떨렸던 1호 타이틀이고요. 처음 대한민국식품명인법이 제정됐을 때는 김치 분야는 전통 명인으로 인정되지 않았어요. 전통주와 한과를 만드는 분들은 명인이 될 수 있는데, 김치는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담가 먹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하고 유지할 가치가 없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국내에서 그 가치를 무시 당하는데, 해외에 알릴 수가 있겠어요? 그때부터 남들은 어떻게 명장이 됐는지, 특허는 어떻게 냈는지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면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어요. 그 덕에 대한민국식품명인 제29호가 됐고, 2012년에는 식품명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고요.

 

Q. 이토록 김치에 빠질 수 있었던 매력, 대체 무엇인가요?

김 명장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자주 아팠어요. 종종 알레르기 때문에 피고름에 진물까지 났고, 고통에 기절하기 일쑤였죠. 그런데 내가 이상하게 김치를 먹은 날은 덜 힘들어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날 위해 짜지 않고, 맵지 않은 김치를 따로 담가줬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김치 맛에 눈을 떴죠. 맛있는 김치는 왜 맛있는지 물어보고, 맛이 없는 김치는 왜 맛이 없는지 꼬치꼬치 캐묻고요.

 

Q. 어릴 때부터 김치 맛을 감수하는 연구원이셨던 거네요.(웃음)

김 명장 맞아요. 게다가 사회인이 돼 나가 살다보니 어느 식당이든 김치가 너무 맛이 없더군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엄마 김치 같은 걸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무작정 김치 공장을 차리겠다고 선언했어요. 식품 공장을 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허가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요. 겨우겨우 귀인을 만나 사용하지 않는 공장을 인수했고, 물어물어 허가를 낸 것이 ‘한성식품’의 시작입니다.

 

김순자 명장(우)와 전수자 김경희(좌)

 

Q. 전수자 김경희 님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은 게 많아요. 어떻게 명장님의 뒤를 잇게 되셨나요?

김 명장 원래 모든 명인은 후계자, 전수자가 있어야 해요. 보통 가계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전수자로 지정하곤 하지만, 난 회사 식구가 내 뒤를 이어가길 바랐어요. 나와 30여 년을 함께하고, 영양학을 전공한 직원에게 전수자 자리를 물려줬죠. 혈육이 아니라고요? 친인척 관계가 아니어도 전수자가 될 수 있군요.

김경희 전수자(이하 김경희) 명인 협회에 등록된 전수자 중 자제나 가계 사람이 아닌 건 아마 저 뿐일 걸요(웃음). 공식적으로 식품명인전수자가 되려면 농림축산식품부에 지정 신고를 해야 하는데요, 그땐 명장님께 정말 감사하면서도 큰 무게감을 느꼈어요. 30년이나 명장님과 함께하셨군요. 어떤 걸 전수받고 있나요?
김경희 전수자로 지정되기 전부터 업무를 배워왔어요. 김치를 담그는 이론과 방법부터 재료 구입, 행정적인 부분까지 어깨너머로 익혀왔죠. 예를 들어 같은 김치를 담그는 데에도 계절에 따라 레시

 

Q. 김치의 발전에 관해 명장님과 전수자님의 시각이 다른 점도 있나요?

김경희 명장님의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점은 없습니다. 명장님은 김치 사업만이 아니라 전승 활동을 중요시하기에 저도 국내외 홍보 활동을 보필하고 있고요. 요즘은 김치를 못 먹거나 안 먹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Q. 젊은 세대에게 김치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있을까요?

김 명장 이제는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사 먹는 시대가 됐죠. 젊은이들이 문화로라도 김치를 즐기길 바라요. 정말 제대로 만드는 김치를 꼭 체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김경희 ‘쿡방’이나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셰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조리과를 전공하는 친구들도 많아졌지만 한식 전문 요리사는 딱 떠오르지 않죠? 그래서 셰프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홍보하고 전승 활동을 알리는 이벤트와 행사를 많이 개최하려고 해요. 명장님이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맛있는 김치를 먹여야지, 맵고 맛없는 것을 먹이면 안 되잖아요.(웃음)

 

Q.  자타공인 ‘김치 전도사’이신데 명장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김 명장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프랑스 파리에 있는 요리, 제빵제과 및 와인 전문학교)’처럼 이 과정을 수료하면 세계적으로 김치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식당에서 최고의 셰프로 대우받을 수 있는 ‘김치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김치를 분야별로 공부할 수 있는 ‘김치 전문가 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청소년 친구들도 김치에 자부심이 있다면 원재료까지 우리나라 것인 ‘국산 김치’를 주장할 수 있길 바라요.

 

글 전정아 ● 사진 권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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