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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몽상가,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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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이 노래의 주인공 ‘앤 셜리’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초록지붕 집의 앤> 속 등장인물이다. 빨간 머리에 콤플렉스를 가진 고아 소녀지만 엉뚱한 상상력과 밝은 에너지로 마을을 변하게 만드는 수다쟁이 앤. 그의 이야기를 아티스트 고유의 색채로 다양하게 녹여낸 전시에 초대한다.

INFO

기간 2019년 10월 31일(목)까지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B1 mmm.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숲속의 앤, 2019, 색연필과 포스터 물감, 디지털 작업 ⓒ 리곡

“가난하다는 게 위안이 될 때도 있어요. 멋진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면, 상상할 여지가 하나도 없으니까.”
앤은 코르셋을 입고 기절해보는 것이 로망인 소녀로 묘사된다.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복식인 코르셋은 19세기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것. 일러스트레이터 리곡은 화려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디테일로 소설 속 앤의 패션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1년째 되는 날, 2019, 색연필, 디지털 작업 ⓒ 이영채

“남자아이 열두 명이 와도 바꾸지 않을 거다.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우리 아이, 우리 앤.”
작은 실수로 만나게 됐지만 매튜와 마릴라, 앤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된다. 이영채 작가는 찹쌀떡처럼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터치로 앤과 매튜의 따스한 가족애를 그렸다

탬버린과 산호, 2019, 디지털 작업 ⓒ 강한

“이제 제 앞에 길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모퉁이’는 원작 <빨강머리 앤>의 마지막 장 제목이기도 하다. 뜻밖의 실수로 초록지붕 집에 왔듯, 앤은 뜻밖의 사건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교사가 돼 마릴라와 함께 집과 농장을 돌보기로 한다. 앤이 자신의 꿈을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은 마릴라는 이를 만류하지만, 앤은 단지 꿈의 방향이 바뀐 것뿐이라며, 자신은 지금 새로운 길모퉁이에 선 것이라고 말한다.
강한 작가는 길모퉁이 너머 펼쳐진 환상적인 세계,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나름의 빛깔로 빛나고 있을 미래 속으로 앤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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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로맨티스트 앤의 공간으로 놀러 오세요”

전시 기획사 미디어앤아트 이윤정 큐레이터

소설 <빨강머리 앤>의 앤 셜리를 주제로 전시를 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앤 셜리는 낭만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캐릭터예요. 특히 수다쟁이 여자애라는 게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데요, 요즘 사람들은 ‘쿨’해 보이고 싶어서, 또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일상에 지쳐 마음속 이야기를 편하게 하지 못하잖아요. 어쩌면 자기 속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조차 모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앤과 함께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현실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됐어요. 앤이 가진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에도 주안점을 두고 싶었고요.

전시 구성이 알차다는 감상평이 많은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포인트는 어떤 것인가요?

소설 속 서사에 맞는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 포인트예요. 앤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이 모토여서 앤의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연대기에 따라 구성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빨강머리 앤’에 대해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 알고 있을 거라고 예상해, 익숙한 앤의 모습과 우리가 알려주고 싶은 앤, 특히 작가가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녹여내는 비중을 적절하게 맞추려고 노력했죠. 아티스트는 그림과 설치 작품,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 팀까지 총 20팀과 함께했어요. 개중에는 서울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도 있는데요, 대외적으로 공개된 일정만 해도 너무 많아 섭외가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분이 ‘앤’이 너무 좋아서 흔쾌히 작업에 함께해주셨어요! 이때는 작가님과 앤 모두에게 감사했답니다.(웃음) 더불어 클래식한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고요.

모든 작품이 사랑스러우시겠지만(웃음), 이번 전시에서 큐레이터로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도 알려주세요.

앤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것의 가치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해요. 좋은 이름,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줘야 대상과 친밀감이 생긴다고 믿죠. 그래서 앤은 자신을 ‘코딜리아(Cordelia)’로 불리길 바라요. 또 그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기분 좋은 통증’을 느낀다고도 하죠. 정누리 작가의 <코딜리아>는 3면에 영상을 띄운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작품인데요, 앤이 느꼈을 법한 기분 좋은 통증을 관람객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는 거였어요. 생명력 넘치는 대자연을 보면서 관람객이 앤, 즉 ‘코딜리아’가 돼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거든요. 3분 35초짜리 영상이니 꼭 한 번 감상해보기를 추천해요.

마지막으로 이 전시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시가 소설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초록지붕 집의 앤>을 먼저 읽고 오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기는 할 거예요. 하지만 읽고 오지 않더라도 원작소설의 안팎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관 곳곳에 텍스트를 꼼꼼하게 배치해뒀어요. 또 관람 막바지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존에서는 생각지 못한 감동도 줄 거고요. 함께 온 사람과 행복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사진 제공 미디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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