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된 신조어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고양이를 주인으로 모신다는 의미의 ‘집사’를 비롯해 ‘애완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conomy)’, 반려동물 가족이 지켜야 할 에티켓인 ‘페티켓(Petiquette)’ 등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로 새로운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의 현재와 미래, 나아갈 점을 짚어보자.
‘펫팸족’ 증가로 ‘펫코노미’ 성장
반려동물 가구가 늘면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씩 성장해 올해 초 약 3조 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엔 4조 1000억 원, 2027년엔 약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반려견 1마리를 키우는 데 소비하는 비용은 가구당 월평균 12만 8000원으로 집계됐으며 사료, 의료, 미용, 전문 훈련소, 펫 택시, 유치원, 호텔, 장례 서비스 등 양육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관련 직업과 일자리 창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는 직업군은 반려동물 식품관리사, 영양사, 펫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사료 제조 분야다. 유기농, 천연 핸드메이드 간식 등 건강에 좋은 사료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연평균 1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CJ, 풀무원, 동원 F&B 등 유명 식품 회사들도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맞춤형 수제 사료를 만드는 1인 기업도 생겨나는 추세다. 반려동물식품관리사 자격시험도 신설돼 동물의 성장 단계와 질병에 맞는 사료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의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동물 의약품 시장이 연평균 15%씩 성장하고 있다. 동물병원 이용률 15도 높아져 해마다 4.4% 규모로 병원이 개설되고 있으며 당뇨, 고혈압, 관절 질환 등 진료 및 치료 부문이 다양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수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동물간호복지사’ 국가자격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며, 동물의 질병을 분석하는 수의 병리학자, 동물 물리치료사 등의 의료 전문 직업인의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 시설과 더불어 반려동물 사후 서비스인 장례 산업도 성장세를 띠고 있으며, 동물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전문 훈련소와 유치원 등의 교육 시설도 대중화되고 있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도그 브리더, 도그 워커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의식과 사회적 제도 필요
반려동물 관련 직종이 다양해지는 현상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반려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동물학대 처벌 강화와 동물 등록제 등의 제도를 신설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과 보호 시스템을 점차 갖춰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무책임하게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유기동물보호소가 구조한 동물 수가 2017년 10만 2000마리를 넘어서 2018년엔 12만 1000여 마리로 집계됐다. 한 해 10만 마리 넘게 버려지는 동물들은 전국 300여 곳의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보호자를 찾지 못하는 동물들에겐 안락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유기 동물이 늘어나는 이유는 동물보호시설 등을 통해 입양하기보단 애완동물 매장이나 동물 사육장 등에서 반려동물을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더 많은 동물을 생산하기 위해 개와 고양이를 대량으로 번식시키는 공장이 생겼는데, 이곳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경매장이나 도매업자에게 거래돼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유기 동물이 꽤 많다. 정부에서는 반려동물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생산, 판매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불법 동물 사육장을 단속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동물 등록제’를 시행했다. 동물 등록제는 동물과 소유자 정보를 행정기관에 등록해 동물을 잃어버리면 보호자를 찾아주는 유기 방지 제도다. 동물 소유자의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해 2014년에 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했지만, 현재 동물 등록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단속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동물 입양과 양육 과정에서 동물 등록에 대한 책임을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동물 복지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반려동물 소유자 교육, 동물학대 범위 확대, 동물등록제 개선, 유기동물 구조 체계 구축 등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동물 변호사, 동물 복지사 등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직업이 창출되는 등 반려동물 공존 시대를 맞이해 인프라 구축이 활성화되고 있다.
글 강서진 ●그림 게티이미지뱅크